박연차 사건과 황우석 사건의 '각인현상'

[논객 발언대]"우리나라의 정치적 각인현상 사라져야만 한다"

산사람 | 기사입력 2009/04/02 [06:11]

박연차 사건과 황우석 사건의 '각인현상'

[논객 발언대]"우리나라의 정치적 각인현상 사라져야만 한다"

산사람 | 입력 : 2009/04/02 [06:11]

 
노무현 전 대통령이 500만달러(60여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수사에 대해 노무현 지지자들은 ‘노무현 탄압’이라며 아우성을 친다. 나는 묻고 싶다. 범죄자의 죄를 묻는 것도 탄압인가? 그런 주장을 하는 노무현 지지자들의 잣대는 무엇인가? 그들의 잣대는 법이나 원칙이 아니고 지지여부인가? 그건 바로 부도덕한 한나라당 정권의 잣대 아닌가?  

물론 억울할 수도 있다. 더 부도덕하고 더 부정을 많이 저지른 분(?)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또 다른 문제다. 법집행에는 순서가 없기 때문이다.
 
한 명을 살인하고 붙잡힌 범죄자가 두 명을 살인하고도 아직 안 잡힌 범죄자 때문에 억울하다고 할 수 없는 이치이다. 두 명을 죽인 살인자부터 처벌하고 그 다음에 한 명을 죽인 살인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노 전 대통령의 범죄와 상관없이 mb는 mb대로 엄중히 죄를 물어야 한다. mb에 대해 법집행이 안 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의 범죄와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 권력을 잡았기에 법집행이 안 되고 있다면 mb퇴임 후에라도 죄를 물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mb를 핑게로 노 전 대통령의 죄를 무마해달라고 주장한다면 나중에 mb의 죄도 무마해줘야 한다는 논리가 되고 만다. 결국 법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불법 자금을 먹었으면 누가되든, 얼마를 먹었든 법의 집행을 받아야한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난 대선 때 티코 차떼기 했을 때부터 이미 범죄자다. 액수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저지른 차떼기의 10 분의 1 이든 100분의 1 이든 불법을 저질렀으면 범죄자다. 범죄자는 다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그게 dj가 됐든, 권영길이 됐든, 백기완이 됐든 말이다. 액수가 10억이 됐든 10 만원이 됐든 말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문제다. 범죄자들이 정치권에 우글 거리고, 죄 값을 치르지도 않고 있으니 정치권이 부패소굴인 것이다. 그럴수록 법이 누구에게나 엄중하게 집행되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지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니 좀 빼달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깨끗한 사회로 다가갈 수 있지 않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예언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아무리 많은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게 밝혀지더라도 그의 지지자들 소위 '노빠'들은 그를 여전히 옹호할 거라는 것을. 그게 황우석 사건 에서 우리가 깨달은 학습효과다. 전문용어로 각인현상(刻印 imprinting)이란 것이다.

오리나 거위, 백조, 기러기 같은 조류들은 부화한 뒤 어느 특정한 시점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대상을 엄마로 인식, 애정을 쏟아 붓게 된다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그 시기에 어떤 오리를 쫓아 다니던 병아리는 성장 후에도 그 오리를 자기 어미로 알고 계속 쫓아 다니게 된다.

우리나라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이 각인효과 때문이다. 모든 판단을 합리적이고 원칙적 가치기준이 아닌, 혈연, 지연, 이념, 감상, 또는 자기이익에 따라 하다보니 이 사회가 아노미 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한 번 정치인을 추종하면 무덤에 갈 때까지 맹종하려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각인현상, 이젠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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