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법관에 대한 강력한 경고는 "용두사미"

<추천칼럼> 신영철 대법관의 파동을 보면서

채수경 | 기사입력 2009/05/14 [05:58]

신 대법관에 대한 강력한 경고는 "용두사미"

<추천칼럼> 신영철 대법관의 파동을 보면서

채수경 | 입력 : 2009/05/14 [05:58]
옳고 그름을 따져 판단하는 것을 ‘재판(裁判)’이라고 한다. 마름질 할 재(裁)는 옷 의(衣)와 날붙이를 상징하는 창 과(戈)가 합쳐진 것으로서 옷을 만들기 위해 천이나 피륙 따위를 자르는 것, ‘옷’이라는 건 인간의 신체를 보호하고 치부를 가려주며 신분·성별 및 민족의 지표 또는 의례의 표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것이다.
 
옷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사회에 적응하게 하는 정성스런 노력이어서 ‘裁’는 ‘교육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또 반 반(半)에 칼 도(刀)가 붙은 판가름할 판(判)은 칼로 정확하게 반을 가르는 것으로서 치우침이 없고 공평해야 한다는 행간이 읽혀진다. 
 
jura novit curia, 영어로 옮기면 ‘the judge(the court) knows the law’, 재판할 때 판사는 증명이 불필요한 ‘불요증 사실(不要證 事實)’과 증명이 필요한 ‘요증 사실(要證 事實)’로만 판단하는데, ‘불요증사실’은 말 그대로 진위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인 만큼 이의나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제시된 증거만으로 진위를 판단해야 하는 ‘요증사실’의 경우 판사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사실’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한다. 판사의 재량에 따라 재판 결과가 극과 극으로 달리게 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신 대법관에 대한 강력한 경고는 요두사미의 절정
 
민주주의 국가들이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제도를 채택하여 사법권 독립을 밥 먹듯 부르짖으면서 법관들을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 하고는 파면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등 기타 불리한 처분을 내리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신영철 대법관의 법원장 재임시절 재판개입논란에 대해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솜방망이보다도 부드러운 ‘경고 또는 주의촉구’ 권고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일선 판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과 관련 지난달 2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법관 워크숍에 서울중앙지법 대표로 참석했던 이옥형 판사는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올린 ‘희망, 윤리위, 절망’이라는 글을 통해 “대법관은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비타협적이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법관이 있다면 존경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에서 물러나라는 이야기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유지원 판사도 “결자해지 측면에서 신 대법관의 결단을 감히 부탁한다. 사법부가 더는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결단이 어떤 것인지 익히 알 것으로 믿는다”며 노골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폐일언하고 신 대법원은 물러나야 한다. 대법관 승진을 앞두고 법원장으로서의 ‘사법행정권’을 내세워 촛불시위 관련 사건을 정권 편향적인 특정 재판부에 집중배당하면서 “보석에 신중하라”느니 “재판을 신속히 하라”느니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것이야말로 반민주적인 범죄다. 촛불 시위 때 법을 어긴 사람들을 편들자는 게 아니다.
 
그들이 감방에 가서 콩밥을 먹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신 대법관은 그 보다 몇 천배 만 배 중요한 사법부 독립의 근본을 송두리째 흔든 반민주 대역죄인일 테다. 또한 군사독재의 향수에 젖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아 검찰이 알아서 기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마당에 법원마저 정권의 하수인이 전락한다면 반공을 체제유지의 도구로 써먹던 박정희 독재에 의해 빨갱이로 몰린 도예종 등 8명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받고 18시간 만에 사형을 당했던 ‘인혁당사건’과 같은 사법살인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법을 어겨 후배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권위를 상실한 신 대법관은 이미 말로만 붕어빵일 뿐 진짜 붕어 성분은 조금도 들어있지 않은 붕어빵 대법관이 돼버렸다. 하루 빨리 스스로 물러나기 바란다.
 
국민 편이 아닌 정부나 법원은 존재의미를 상실한 또 하나의 이기적인 집단일 뿐이고, 정권이 인권을 무시하고 법을 안 지키는 사람이 대법관이 되었기에 시민들 또한 정부와 법을 무시하며 과격 시위를 일삼는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채수경 / 뉴욕거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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