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 뉴스] 심춘보 칼럼니스트 =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음이 있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광장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를 실현 시킨 위대한 하루였다.
백만 명의 시민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인산인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모양이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꽈 차버린 광화문 일대의 민심은 이제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외침이었다.
국민을 보호해 주지 못한 전력에도 인내심으로 참아 왔던 국민에게 기만과 거짓으로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상처를 주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잘못인지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지경으로 국정을 농단했다. 더는 수치스러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보지 않겠다는 것이 국민의 요구다.
고통을 감내하면서 자리를 함께 하기 위해 목발을 짚고 나온 사람도 보였다. 오죽했으면 온건하고 합리적인 손학규 전 고문이 촛불을 들었겠는가? 한창 학업에 몰두해야 할 학생들조차 이 잘못된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참여를 했고,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 또한 참회하는 심정으로 촛불과 피켓을 들었다.
애당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불행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성난 민심에 얼마만큼의 동요가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 동요의 표시를 아직까지 하고 있지 않으니 과연 성난 민심을 제대로 읽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이제 그녀의 선택지는 정해졌다. 물러나는 것만이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더 이상 권좌에 머물 생각을 버리는 것이 자신과 국가를 위하는 마지막 애국이다. 그녀의 애국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지금이라도 바로잡으면 된다.
국민이 쥐어준 자리이기 때문에 그녀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준엄한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그녀 스스로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자기 부정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녀가 계속해서 뭉그적거리고 있다면 어제의 이성적 함성은 어떤 식으로 다시 폭발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어제 모인 백만의 인파는 순리적으로 해결하라는 마지막 경고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 아직도 모른다면 자신이 1호 당원인 새누리당에 물어보기 바란다. 여태껏 감싸고 돌았던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물러나는 것이 답이라고 하고 있지 않는가?
백만의 국민이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 죄만으로도 그녀는 대통령이라는 감투를 벗어야 할 이유다. 지금까지 성난 민심의 파도에서 널빤지 하나로 파도타기를 즐겼던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의견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백가쟁명 식 처방전은 혼란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 요구를 담아낼 해결책을 하나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탄핵이냐, 전면적인 2선 후퇴냐, 즉시 하야인가, 아니면 단계적 하야인가를 놓고 정파 간 이해가 대립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기 위한 책략은 청와대가 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시간을 끄는 정치권이라면 이 역시 국민의 몰매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당을 해체해서는 안 된다.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민의 매를 맞아야 한다. 해체는 꼼수다. 새누리당은 나라를 망쳐 놓은 공동 책임이 있기 때문에 다음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것도 국민에게 보여주는 성의라고 생각한다. 불통과 독선 오만을 방치한 책임이 새누리당에 없다고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국가를 위한다는 구실로 나서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은 어제 국민의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더 이상 수치스러운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주도 그녀를 도와주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이며 마지막 남은 애국심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스스로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이 최상책이다.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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