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예찬...흔들리는 갈대? 갈대는 지조가 있다.

[심종기 칼럼]미풍에도 강풍에도 본질을 지키는 갈대에서 배우라

심종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2/07 [15:05]

갈대예찬...흔들리는 갈대? 갈대는 지조가 있다.

[심종기 칼럼]미풍에도 강풍에도 본질을 지키는 갈대에서 배우라

심종기 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2/07 [15:05]

[신문고 뉴스] 심종기 칼럼니스트 = 갈대라는 식물이 있다. 갈대는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둑이나 습지에 사는 다년생 식물이다. 그런데 이 갈대는 자신의 본질과 다르게 어떤 특정한 ‘글쟁이’에 의해 습성이 잘못 알려진 관계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산다. 갈대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즉 영국의 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표현함으로서 갈대는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억울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 순천만 갈대숲 일부의 정경     © 편집부

 

‘셰익스피어’는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의 모습을 보면서 ‘흔들리는 여자의 마음과 같다’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사랑하는 여인으로 부터 배신을 당한 화풀이를 갈대에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셰익스피어의 말 한마디(한줄의 글) 때문에 '갈대' 는 천년만년 누명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슬픈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글의 위력은 이처럼 총·칼보다 강하고, 화석만큼이나 생명력이 길다. 영향력이 강한 대문호인 경우 그 영향력은 거의 洗腦(세뇌) 수준이다.

    

지구촌 세계인들에게 '쿠바'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지 물었단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당연히 '카스트로' 가 1위를 했을 것으로 짐작하겠지만, 1위는 체게바라, 2위는 노인과 바다‘의 작가 ’헤밍웨이‘라고 대답했단다. 공교롭게도 이 두사람은 쿠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구촌 세계인들에게는 두 사람이 쿠바를 대표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그 위력은 당연히 '글의 힘'이다.

 

체계바라는 글이라는 활자를 통해 전 지구인에게 알려졌다. 그의 삶은 영화와 연극과 책을 통해 세대를 초월하여 전 지구인에게 회자되고 있다. 헤밍웨이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글을 통해 전 세계인과 소통을 했고, 소통하고 있고, 소통을 할 것이다. 글의 위력이 이 처럼 강한 것은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육체는 소멸되지만 정신(글)은 영원하다는 것을 우린 역사를 통해 학습했다.

    

글의 위력은 대단해서 영향력이 큰 사람이 한 번 낙인을 찍으면 그 누명을 뒤집어 쓰고 산다. 대표적인 예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 같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 '호박꽃도 꽃이더냐' 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는 셰익스피어의 이 말 한마디 때문에 마땅히 존경 받아야 할 갈대는 졸지에 변덕쟁이로 낙인 찍였다. 아마도 셰익스피어는 여성에 대해 심각한 혐오증을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말광량이 길들이기』에서 '짜증 부리는 여자는 혼탁한 샘물과 같다' 라고 한 말에서도 유추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이에 반해 ‘볼레르 파스칼’은 ‘인간은 자연 속에서 가냘픈 한줄기 갈대와 같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 라고 표현했다.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생각하는 갈대’........

    

나는 갈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갈대는 내 삶의 가치관을 형성시켜 주었고, 삶의 방향성을 확립시켜준 나의 '위대한 스승'이기도 하다. 갈대의 유연함과 강인함 , 경쟁과 상생, 겸손과 신념(중심)으로 대변되는 갈대의 본질을 파악하게 되면서 난 갈대철학의 신봉자가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셰익스피어' 때문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길 갈대를 줏대가 없는, 마음이 헤픈, 분별력이 떨어지는, 혹세무민하는 이들과 동급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갈대의 본질에 대해 조금만 알고자 한다면 그동안 왜곡된 인식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갈대야 말로 경외의 대상이다. 갈대는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포용력이 크고,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위선적이지 않고, 협동심이 강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배려의 마음(소통)을 지니고 있다. 갈대의 숲에 가서 잠깐만 생각을 가다듬어 보라! 위대한 사상가들의 고전이나 철학서에 담겨있는 지혜의 깊이 보다 결코 얇지 않은 지혜를 깨닫게 될 것이다.

    

갈대라는 식물은 우선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거의 고르게 성장함을 알 수 있다. 비좁은 터를 기반으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조금씩 양보하고 곁을 내 주면서 세력을 확장해 내 간다. 반면 갈대숲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다른 식물들은 여간해서 자리를 잡지 못한다. 그만큼 결집력과 응집력이 강하다. 이들이 강한 응집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것은 조금씩 곁을 내주고 상대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갈대는 또한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미풍(관심)이 불면 바람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 작은 흔들림으로 반응해 주고 강풍(관심)이 불면 강풍에 어울리도록 크게 흔들려 준다. 그러나 뿌리(중심)를 내어 주는 법은 거의 없다. 어떠한 압력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는 강한 중심을 지니고 있는 것이 갈대다.

    

그런데 인간은 어떤가? 조금만 신분이 달라지면 위선의 탈을 뒤집어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목과 어깨에 강한 힘을 불어 넣는 것을 위엄을 갖추는 기초공사라 생각한다. 스스로 물가에 서있는 커다란 미류나무 같은 존재로 변신을 한다. 그들의 속성은 미풍같이 하찮은 존재에는 위엄으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당당함을 한껏 뽐내는 것을 즐겨한다.

    

그러나 이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허영덩어리인지 금방 그 실체가 드러난다. 물가 미류나무는 강풍이란 큰 바람(민심)이 불면 그 위엄과 당당함은 어디가고 뿌리를 하늘로 드러내면서 민망하고 허망하게 죽어간다. 우아한 백조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한 순간에 추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동료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겸손한 식물이 갈대다. 갈대의 사상을 닮지 않고서는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가 없다. 갈대는 묵묵히 자신의 영토를 확장한다. 물가의 미류나무처럼 허세를 부리지도 않고 오직 자신의 소임을 다 할 뿐이다. 갈대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식물이다. 얼마 후에 강풍이 몰려온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갈대가 염려하는 것은 단 하나다. 강풍에 잘 넘어지면서도 않은 척 하는 미류나무 흉내를 내지 말라는 것이다. 갈대는 갈대의 길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갈대는 치열하게 경쟁 하지만 상생과 화합을 이루어 내는 것을 본질로 하여 살아가는 존재다. 갈대의 숲을 닮은 세상, 그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조화롭게 성장하고 균형과 상생으로 아름다운 갈대숲을 만들어 간다.

    

세상도 이래야 한다. 승자 독식사회가 아닌 '승승사회'. '勝勝' 은 서로가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서로가 승리하는 사회란 창의성과 개성이 존중되고 그것이 아름답게 표출되는 사회다. 갈대숲을 보라! 거의 균일하게 자라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철수가 말한 새정치...그 새정치의 실현 또한 부드러움과 강인한 생명력과 단단한 중심과 상생과 조화 그리고 겸손과 배려의 갈대 철학에서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갈대는 본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외유내강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심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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