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이유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3/31 [23:42]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이유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3/31 [23:42]

[신문고 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대부분 사람들은 생업과 일상을 영위하기도 벅차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없다. 정치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은 더더욱 지난한 일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정치를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편의도구를 필요로 하게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편의도구는 바로 정당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한다.

 

▲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검찰의 영장 집행에 따라 검찰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떠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풀고 화장도 지웠다. 이미지 출처 텔레비전 중계회면 캡쳐     © 편집부

 

따라서 정당에게는 정치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할 소명이 있다. 정당의 정확한 보고를 토대로 국민은 여론을 형성하며, 정당은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여 정치에 반영하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국민에게 있어 정당은 박근혜의 3인방과 같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숭고한 소명이 있는 정당이 박근혜의 3인방처럼 ‘생각하고 머리를 굴리는’ 문고리가 된다면? 정당, 혹은 정치세력이 국민의 올바른 정치소비를 위한 편의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를 거르고 차단하고 가공하기 시작한다면?

 

5월 조기대선은 박근혜의 무능과 부패가 낳은 결과일 뿐이다. 이 돌발 상황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대세론을 만끽 중인 친노정파의 수장 문재인과 친노패권 정당 민주당이다. 그런데 그들은 과연 현재의 정치를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해야할 소명에 충실하고 있을까?

 

강력한 수권세력임을 주장하는 친노 정파의 과거를 돌이켜 보자. 참여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그들은 단 한번이라도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며 반성한 순간이 있었을까.

 

노무현을 죽음에 이르게 한 부패스캔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전개되다가 노무현의 죽음으로 마무리 짓지 못한 부패스캔들 수사에 대한 친노 정파의 공식적인 입장은 무엇인가. 오늘의 박근혜가 주장하듯 이 또한 ‘오래 전부터 기획된 음모’인가?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앞장서 친노 정파가 이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여 법적 시비를 완전하게 정리해야 맞다.

 

하지만 친노 정파의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은 한마디로 ‘전략적 모호성’이다. 그 결과 수구보수들은 기회만 되면 참여정부의 부패스캔들을 물고 늘어진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백일하에 드러난 요즈음, 수구보수는 참여정부의 흑역사를 더더욱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쉽게 말해 박근혜 정부나 참여정부나 부패하긴 마찬가지인데 왜 박근혜만 얻어맞아야 하느냐는 항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노정파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문재인에게 표를 몰아주어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면 그것이 적폐청산의 완성이고, 좋은 세상 만들기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레토릭을 되풀이 한다.

    

5월 대선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더라도, 단독으로는 원활한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안희정의 대연정론, 국민의당 내부 자강론과 연대론 논쟁, 홍준표 유승민의 보수 후보 단일화론, 김종인 정운찬 홍석현 등의 제3세력 단일화론 등은 모두 대선 이후 정파간 합종연횡의 불가피성에 근거한 고민의 결과들이다.

 

하지만 대세론을 만끽하는 문재인과 친노 정파에게서 대선 이후 정국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문재인이 막강 지지율을 과시한다지만 현재 30% 중반 수준이다. 문재인 덕분에 여당 자리를 예약한 친노 정당은 120석 수준으로, 국회선진화 법을 고려한 안정의석 180석은커녕, 과반 의석에도 미달하는 실정이다. 현실이 이와 같지만 친노 정파는 대선 이후 합종연횡을 고민하는 다른 정파들을 향해 적폐세력과 타협은 없다는 식으로 선명성을 과시하며 오직 문재인이 주인공 되는 정권교체만 이루어 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친노 정파의 폐쇄성과 패권 집착의 이유와 일맥상통 한다. 자신들은 절대선이라는 맹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순결함으로 정파를 구성해야 한다는 폐쇄성과 자신들만이 패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오만, 바로 그것이다.

 

박근혜는 파면되고 구속되었다. 하지만 이는 혁명의 결과물이 결코 아니었다. 박근혜는 자신이 소속된 여당 국회의원의 동참으로 탄핵안이 가결되었고, 자신이 임명한 헌법 재판관에 의해 파면 당했으며, 자신이 임명한 특별검사에 의해 뇌물죄가 밝혀졌고,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에 의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이 모든 과정이 함축한 의미는 무엇인가. 박근혜가 파면되고 구속된 것은 그녀가 ‘악의 축’이라서가 아니라 그녀가 실정법을 명백하게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법이 비록 권력의 시녀라고 비아냥을 받아도, 만약 대통령이 대낮 시내 한복판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유 없이 사람을 죽였다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박근혜의 파면과 구속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법, 그 법을 운용하는 검찰과 법원마저도 모르쇠 할 수 없으리만치 임계점을 넘은 법 위반이라는 의미이다.

 

악의 축과도 같은 존재였던 박근혜가 법으로 단죄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절대선이라는 맹신과 오만에 젖어있는 문재인과 친노 정파에게 로또 당첨과 같은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이들이 누리는 행운에 대해 질시하거나 저주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문재인과 친노 정파가 자신들이 누리는 행운의 이유를 박근혜의 법 위반이 아니라 자신들이 절대선이기 때문이라는 망상에 빠져드는 것은 분명히 큰 문제이자 가까운 미래 치명적 비극의 씨앗이 될 소지가 다분히 존재한다.

 

박근혜는 구속되고 파면되었지만 그녀를 주군으로 받드는 자유한국당은 90석 넘는 의석으로 여전히 원내 제 2당을 유지 중이다. 반면 법과 원칙에 따라 박근혜 탄핵에 동참하여 보수의 용기를 보여주었던 바른 정당은 갈수록 존재감이 미약해진다.

 

정말 역겹고 재수없는 상황이지만 대한민국의 현실이 바로 이렇다. 차기 대통령에게는 이처럼 역겹고 재수없는 현실에서 혁명이 아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박근혜 정권이 완전히 망가뜨린 대한민국을 재건해야 하는 무겁고도 어려운 의무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 대통령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악의 축 박근혜와 정반대편 절대선과도 같은 존재이니 나를 지지해 정권교체만 한다면 모든 악이 사라질 것이다’라는, 현실의 정치가 아닌 절대선이라 스스로 맹신하는 자신들 입맛에 맞게 정치를 거르고 가공하고 차단하며 그저 사람들이 듣고 싶은 진실만 읊조리면 그만일까. 아니다.

 

사람들이 듣고 싶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정치를 제대로 보고하여 정치 편의도구인 정당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야 말로 차기 정권을 담당할 정치인과 정치세력에게 정말로 필요한 모습이다.

 

비록 흥행에 큰 성공은 하지 못했으나 바른 정당의 당내 경선은 정치 토론의 진수를 선보이며 작지만 신선한 파동을 일으켰다. 안철수는 보수도 아니면서 보수를 참칭하는 친박 정파와, 진보도 아니면서 진보를 참칭하는 친노 정파 모두에게 패권정치의 종식이라는 사망선고를 내리면서 오로지 자신의 역량 하나로 대세론을 만끽중인 문재인과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나치 독일이 전 유럽을 휩쓸어 영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1940년 5월. 총리로 지명된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국가를 위하여 피와 눈물과 노고와 땀 밖에 바칠 것이 없다."고. 정치, 안보, 경제 모든 면에서 총체적 위기에 봉착한 대한민국. 그 대통령 자리에 오르겠다는 사람들의 입에서 우리는 왜 처칠과 같은 진솔하고도 절실하며 비장한 외침을 들을 수 없을까.

 

하기야 박근혜를 팔아 동정심으로 표구걸을 하는 ‘자칭 보수’ 친박 정파나, 박근혜를 쪼아 혐오감에 기대 표구걸을 하는 ‘자칭 진보’ 친노 정파나, 어차피 정치적 자산이라고 해야 진영을 장악한 패권뿐, 상대방은 악의 축, 나는 절대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찌들어 있는 그들은 어쩌다 선거에 이겨 정권을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세상을 올바로 바꾸는 일은 죽어도 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다. 다시 말한다. 박근혜는 악의 축이라서 파면되고 구속된 것이 아니다. 그가 대통령일지언정 법치국가에서 법을 어겼기 때문에 죄값을 치르는 것이다.

 

이는 내가 절대선이라고 한들, 법을 우습게 여긴다면 역시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누구와도 연대하려 하지 않고, 그 누구도 연대하고자 하는 세력이 없는 친노 정파, 혹시 이들이 권력을 잡게 된다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하나라도 존재할까. 이들은 박근혜의 구속을 보며 박근혜가 구속된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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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행 2017/04/02 [17:05] 수정 | 삭제
  • 헌정사상 최대의 부패스캔들이라고 불리우는 박연차게이트는 노무현정부에서 일어났습니다. 노무현이 대연정을 추진하며 박근혜세력과 노선이 비슷하다고 하더니, 하는 짓도 비슷합니다. 역시 초록동색입니다.ㅋㅋㅋ
  • 반문반박 2017/04/01 [22:13] 수정 | 삭제
  • 그들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친문은 노무현정부처럼 미국과 삼성의 이익에 적극 부합하는 수구정권이 될 것입니다.

    노무현은 미국을 위해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합의, GPR 수용, 제주해군기지 건설, 한미 FTA 등을 했습니다. 또한 노무현은 정권 내내 친삼성으로 일관했으며, 대북송금특검은 수용하면서 삼성X 파일특검은 강하게 거부했습니다.

    참고로 문재인은 대북송금특검 당시에는 DJ이의 사법처리 운운했지만, 삼성X파일 특검은 노무현처럼 온몸으로 막으려 했습니다.

    한마디로 친문은 친박과 마찬가지로 적폐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