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허준과 대장금을 닮은 그도 성공하나?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7/04/04 [17:09]

안철수, 허준과 대장금을 닮은 그도 성공하나?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4/04 [17:09]
▲ 호남권 경선 2연전에서 압승한 안철수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임두만

 

[신문고 뉴스]김양수 칼럼니스트 = 문재인은 전형적인 ‘진보정치인’, 아니, 정확하게 말해 反새누리, 反자유한국당 정치인의 스펙을 골고루 갖추었다. 대학시절 운동권, 인권 변호사, 그리고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및 친노 국회의원이자 정파의 수장(首長)...... . 스스로 진보라 참칭하는 친노정파의 대통령 후보로서 무균질과 순결성을 인정받을만 하다.

 

야구선수로 치자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골 대표선수로 선발되었고, 프렌차이즈 프로구단에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거액의 계약금으로 계약하고 선수로 뛰면서 거액의 연봉으로 화제의 주인공이 된 정통파 우완 투수가 문재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치인이든 프로선수이든 중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다. 실전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었느냐가 관건이다. 그렇다면 정치인 문재인의 ‘전적’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참여정부의 부패스캔들은 박근혜의 부패스캔들과 달리 법적으로 ‘봉인된 상태’이다. 봉인된 부패스캔들의 한가운데 참여정부의 비서실장으로서, 민정수석으로서 문재인의 처신은 우병우의 처신과 직접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친노정파와 문재인은 박근혜와 그리 다르지 않은 자세로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겠지만, 노무현의 죽음이 야기한 봉인이 풀리지 않는다면, 봉인이 풀려 명명백백하게 참여정부 부패스캔들에 대한 법적인 결말이 내리지지 않는다면, 문재인=우병우라는 반대세력의 집요한 공격으로부터 문재인은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국민 심판의 결정체인 선거에 관련된 문재인의 전적에 대해서는 솔직히 언급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2004년 노무현 탄핵 역풍으로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문재인과 친노정파가 유의미한 선거승리를 거둔 순간은 2016년 총선이 유일하다.

 

하지만 2016년 총선은 새누리당 친박정파가 당내 패권에 집착해 자멸을 초래한 선거였다. 한마디로 문재인과 친노정파는 스스로의 정치적 역량으로 선거 승리를 잉태한 역사가 없었다.

 

문재인이 지겹도록 반복하는 정치판에서의 ‘버벅거림’은 정치데뷔 이후 그의 정치적 행보를 복기해 보면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노무현 후광, 반새누리 진영논리, 호남에 대한 이른바 ‘전략적 선택’의 강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문재인이 이 세 가지 밑천 말고 새롭게 보여준 정치적 아젠다는 전혀 없다.

 

이는 데뷔 때 주무기였던 강속구랑 커브 두 가지 구종으로 10년을 우려먹는 투수와 다르지 않다. 10년을 꾸준히 상대해온 상대 타자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공략법을 다 꿰고 있는데 여전히 자기 공이 최고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퇴물투수, 바로 문재인의 자화상이 아닐까. 

 

프로스포츠에도 문재인과 같은 선수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과 거액 연봉으로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지만 경기만 나가면 엉망으로 깨지고 망가지는 그런 선수 말이다. 시쳇말로 ‘영원한 기대주’다. 감독도, 관중도 이름값, 몸값에 현혹되어 이제나 저제나 하고 경기를 뛸 기회를 주지만, 그럴수록 돌아오는 것은 참혹한 경기결과를 접하고 나서의 울화통과 짜증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기회를 주고.....

 

패배로 점철되었음에도 친노정파가 좀비처럼 정치판에서 꾸준히 기회를 잡는 이유 또한  결국 ‘영원한 기대주’에 대해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허망한 기대가 아닐까?

 

“ 생리학 교수, 컴퓨터 백신회사 창업, 대학원장, 그리고 정치.... 남들은 평생 하나도 하기 힘든 일을 나이 60이 되기 전에 모두 성공적으로 해낸 보기 드문 사람”

 

2012년에 이어 ‘안풍(安風) 시즌 2’를 제대로 가동한 안철수에 대해 대학시절 나의 친한 지기(知己)는 위와 같은 촌평을 내놓았다. 나는 정치인 안철수를 보면 ‘허준’이나 ‘대장금’ 같은 원조 한류 드라마가 떠오르곤 한다. 허준이나 대장금 모두 스펙으로 보자면 처음엔 하찮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들 주인공은 관련 업계의 금수저들이 보기엔 ‘듣보잡’이었던 존재,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상황들을 불굴의 의지와 뛰어난 역량으로 하나하나 해결하고 극복해 나간다. 상황을 돌파해 나갈 때마다 허준과 대장금은 대가의 경지를 향해 한걸음씩 성장한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RPG(롤프레잉 게임)에서 스테이지 하나를 크리어할 때마다 능력과 파워가 축적되는 캐릭터의 성장과 같다.

 

2012년 안풍(安風)과 더불어 정치판에 뛰어든 안철수에게는 ‘진보정치인’, 아니, 정확하게 말해 反새누리, 反자유한국당 정치인이 갖추어야할 스펙이 하나도 없었다. 운동권 경력을 완장이나 훈장처럼 차고 다니시던 이른바 ‘진보정치의 금수저’들이 안철수를 어떻게 보았는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들에 눈에 비친 안철수는 듣보잡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리라.

 

문재인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진보의 양심임을 참칭하던 인간들이 ‘새누리 세작’이라며 안철수에게 집요한 마타도어를 가한 것은 허준과 대장금의 금수저 라이벌들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행동과 완벽히 일치했다. 열정과 패기만으로 정치판에 데뷔한 ‘초짜 안철수’의 좌절은 그래서 예정된 수순일 수밖에 없었다. 허준과 대장금의 초반부처럼.

 

하지만 안철수는 문국현이나 반기문처럼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뭐니뭐니해도 정치는 선거, 그중에서도 국회의원은 정치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본 중 하나이다.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천연덕스럽게 국회의원 배지를 움켜쥐고 버틴 문재인과 달리 대통령을 꿈꾸던 안철수는 재보궐 선거 무소속 지역구 의원이라는 낮은 곳으로 내려와 새출발을 한다.

 

그 이후 안철수의 행보는 드라마속 허준과 대장금의 데자뷰였다. 김한길과 제휴하여 제1야당의 당권을 장악하며 승승장구. 하지만 선거 패배로 당권 상실, 제1야당이 친노패권을 위한 기득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후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 당을 창당하여 세간의 예상을 깨고 2016년 총선에서 명실상부한 제 3당으로 급부상하는 쾌거를 달성. 하지만 선거 리베이트 사건으로 급추락, 그러나 손학규와의 제휴와 경선을 통해 다시 안풍(安風)의 주인공이 되어 장미 대선 막판 태풍의 핵으로 등장..... .

 

정치인이 이렇게 반복되는 시련과 극복을 통해 RPG 캐릭터처럼 무섭게 성장하는 모습을 우리는 언제, 누구에게서 볼 수 있었을까. 바로 김대중, 그리고 대통령 이전의 노무현 정도가 전부다.

 

요즘 안철수의 연설 모습을 보며 화끈하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그런데 안철수에게 바뀐 것은 연설의 목소리와 제스처 뿐일까. 아니다.

 

2016년 초 민주당 탈당과 국민의 당 창당 당시만 해도 안철수의 정치적 타이밍과 속도는 8비트 컴퓨터처럼 느리고 답답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반문재인을 입에 올리는 모두가 정치공학적 연대를 운운하는 가운데 안철수는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가겠다는 일갈을 터뜨린다.

 

안철수. 그의 정치데뷔 당시 밑천은 성공한 전문직 출신 기업인이었다. 그러나 현재 안철수의 정치적 동력을 데뷔 당시 그것과 동일시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성공한 전문직 출신 기업인으로 정치에 투신하여 진영논리와 정치공학에 찌든 정치인의 마인드가 아닌 전문직 CEO의 마인드로 정치판에서 숱한 시련을 극복하고 친노패권의 상징 문재인의 강력한 대안으로 성장하는 저력을 과시중이다.

 

노무현 후광, 반새누리 진영논리, 호남에 대한 이른바 ‘전략적 선택’의 강요 세가지 밑천을 넌덜머리나게 우려먹는 친노정파와는 격과 급이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인이 안철수라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싫어도 새누리의 집권을 저지하려면 문재인을 찍어야 한다.”

    

호환마마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으로 아이들의 울음을 그치게 하던 옛날 할머니들처럼, 야권이 분열하면 새누리가 어부지리를 먹는다는 레토릭으로 미워도 다시 한 번, 싫어도 다시 한 번 지지를 구걸하던 정파가 바로 문재인과 친노정파였다.

 

하지만 다가오는 5월의 ‘장미 대선’은 어떤 상황인가. 범보수로 분류되는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는 10% 이하, 그나마도 보수 정당들은 자질 불량 후보와 배신자 논쟁으로 통합은커녕 이단 투쟁의 막장드라마를 선보이는 중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싫어도 수구보수의 재림을 막기 위해 패권의 화신 친노정파의 문재인을 선택해야 할 짜증 나는 이유가 과연 단 한 가지라도 남아 있을까.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하루하루 재미있고 스마트하게 성장하는 RPG 정치캐릭터 안철수인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정의요 너는 악이다.’ 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우리에게 강요하며 스스로가 적폐 정치인이면서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문재인인가.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아직도 궁금하다면, 지금이라도 인터넷을 뒤져 허준과 대장금 드라마를 다시 보시길 나는 강력히 권하고 싶다.    

 

안철수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직까지는 미지수지만, 안철수의 거침없는 대선 행보는 대세론에 안주하며 표심 구걸에 집착하는 문재인의 모습과는 확실히 급이 다르다. 문재인은 스스로 노무현의 정치적 적자임을 주장하고 싶겠지만,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 인물에게 ‘노무현’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면 2017년의 ‘노무현’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은? 아들 관리 잘못해서 다 된 밥에 코 빠뜨렸던 이회창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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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도의저격수 2017/04/05 [09:16] 수정 | 삭제
  • 안철수 '5.18민주화운동' 삭제사실 알려져 호남민심 싸늘' 호남의 한을 풀어드리겠다'는 안철수 발언 5.18삭제사실 알려져 호남민심 비판적으로 돌아서 김양희 기자 | peatrik@hanmail.net
  • 고도의저격수 2017/04/05 [09:04] 수정 | 삭제
  • 문재인과짜고 고스톱 치는 한통속 경상도친노들 안철수나 문재인이나 그나물에 그밥이지무슨 ㅋ
  • 반문반박 2017/04/04 [19:53] 수정 | 삭제
  • 대선주자 1위라는 인간이 5.18을 모욕한 전인범을 영입했던 것으로도 모자라, 전두환에게 받은 표창을 자랑하니까 전두환이 저렇게 당당한 거다. 이것도 문재인에겐 '양념'인가?
  • 한국기행 2017/04/04 [18:50] 수정 | 삭제
  • 지난 촛불정국에서 문재인은 여론의 추이를 보며 여러차례 말을 바꾸며 간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문재인은 문빠들의 '양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여론을 간보는 것 같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