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 뉴스] 조현진 기자 = 지난 19일 kbs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투표 당시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고 했다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에 대한 검증 질의에서 “그런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 이 토론회 후 당사자인 송 전 장관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가 증거 있는데도 계속 부인하고 있다”면서 문 후보의 거짓말을 지적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 19일 kbs 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자유토론이 시작되자 문재인 후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다"면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서 제기된 북한과의 인권결의안 기권 사전협의와 관련한 질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님이야말로 국정원을 통해 북한에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그런 일이 없다고 잘랐다.
다시 유승민 후보가 "앞서 지난 2월 9일 JTBC '썰전'에서 문 후보 말로 '국정원을 통해 북한에 물어봤다'(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는 "정확한 말씀이 아니다. 국정 운영을 안 해보셔서 하시는 말씀"이라며 "국정원을 통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를 파악해봤다. 북한에 물었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그게 물어본 것과 뭐가 다르냐"면서 매섭게 몰아붙였다. 이후 유 후보와 문 후보 간 공방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승민 = 그게 물어본 것과 뭐가 다르냐 ▲문재인 = 국정원이 자체 정보망을 가동하는 것이다. ▲유승민 = 누구한테 ▲문재인 = 여러 가지. 뭐 해외 정보망이라든지 국정원이 정보망이 많이 있죠. ▲유승민 = 국정원이 휴민트를 해서 북한이 어떻게 할 거냐 했다는 것인가. 왜냐면 송민순 회고록에는. ▲문재인 = 그것을 예측 못 하면 정부 능력이 무능한 거죠. ▲유승민 = 북한에 물어보면 물어보나 마나다. ▲문재인 = 북한에 물어본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유승민 = 썰전에서는 북한에 물어봤다고. ▲문재인 = 썰전에 정확한 걸 확인하라. 북한의 태도를 국정원을 통해서 파악해보라고 했다. 북한의 태도를 가늠해 본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는 이날 유승민 후보가 언급한 지난 2월 9일 JTBC 토론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해서 어떤 말을 한 것인가? 진위확인을 위해 당시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다음은 문 후보가 '썰전'에서 한 발언 내용이다.
문재인 = 북한이 반발하지 않는다면 (북한인권결의안에)당연히 찬성해야죠. 왜냐하면 그러면 외교부 입장도 체면도 서고 또 후속회담을 막 하는데 보수층들의 지지도 더 받을 수 있고 그래서 그렇다면 찬성으로 가야 될 참이니까 ‘확인해보자’ 그래서 국정원이 갖고 있는 방법으로 국정원이 (북한 입장을) 확인해보기로 한 것인데...그 이후에 국정원의 답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반발이 심할 것 같고 자칫하면 후속회담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그러니 다시 그렇다면 기권으로 이렇게 결정을 내린 것이고...
이를 보면 유승민 후보의 ‘썰전’ 인용과 문재인 후보의 답은 문재인 후보가 ‘썰전’에서 분명하게 "국정원이 갖고 있는 방법으로 국정원이 (북한 입장을) 확인해보기로 한 것인데..."라고 했으므로 정확히 문 후보가 기억하고 있었다. 따라서 유승민 후보는 문 후보의 ‘썰전’ 발언을 “북한에 물어보자고 했다”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질의한 것이 된다.
그런데 이 사안을 다시 홍준표 후보가 들고 나왔다. 홍 후보는 북한과의 인권결의안 기권 사전협의 논란에 대해 "송민순 장관께서 거짓말을 했는지 문 후보가 거짓말을 하는지 (청와대) 회의록을 보면 나올 것"이라며 "나중에 회의록에 거짓말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지금 정부의 손에 (회의록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확인해보라"라고 맞섰다. 홍 후보가 재차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질문했지만 문 후보는 "그럴 리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문답은 다음과 같다.
▲ 홍준표 = 아까 유승민 후보와 문재인 후보께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발언을 북한에 물어보고 하겠다, 아까 논쟁을 막 하셨는데 지금 문 후보가 거짓말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청와대 회의록을 보면 된다. 회의록 보자. 공개할 용의 없는가. ▲ 문재인 = 그 회의록이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에 있을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확인해보시죠. ▲ 홍준표 =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께서 거짓말을 했는지, 문 후보가 거짓말하는지 회의록을 보면 나올 것이다. 나중에 회의록에서 거짓말했다는 게 밝혀지면 어떻게 하겠는가. ▲ 문재인 = 지금 정부 손에 있는 것 아닌가. 확인해보시라. ▲ 홍준표 = 나중에 거짓말이 밝혀지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 문재인 = 그럴 리가 없다.
이 '북한인권결의안' 논란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시작된다. 송 전 장관이,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노무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찬성과 기권 의견이 갈리자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북한 의견을 확인해 보자"고 제안해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후보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의 관련 내용은 이렇다.
“나는 다시, 인권결의안에도 찬성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 핵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우리의 방안에 협력해달라고 다른 나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내가 장관 자리에 있는 한 기권할 수 없다고 했다. 나의 주장이 계속되자 국정원장이 그러면 남북 채널을 통해서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나는 "그런 걸 대놓고 물어보면 어떡하나. 나올 대답은 뻔한데. 좀 멀리 보고 찬성하자"고 주장했다. 한참 논란이 오고 간 후 문재인 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문재인 실장의 언급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가 지금 핵심논란이 된 것이다. 그리고 문 후보는 여기서 언급한 ‘남북경로’를 국정원 채널이라고 kbs 토론회에서 말했다. 그런데 이 같은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송 전 장관이 다시 20일 반박으로 하고 나왔다.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만든 메모”라며 반박 문건을 공개한 것이다.
그는 이 문건이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에서 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문서에 찍힌 로고는 청와대 마크”라고 확인, 북한에 물어본 것은 분명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문건 공개 배경에 대해서는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문 후보가 대선 토론 등에 나와 계속 부인만 하니 어쩌겠는가. 문 후보는 자신의 이야기가 잘못됐었다고 해야지 사실을 싹 깔아뭉갤 일이 아니지 않으냐. 이처럼 확실한데 어떻게 역사에 눈을 감고 있을 수 있나.”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문 후보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송 전 장관은 이 인터뷰 마지막에 문재인 후보의 거짓 변명에 대해 “잘못된 것을 피하기 위해 정교하게 준비를 했거나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말에 마취가 됐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딴소리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있는 그대로 말하면 내용이 바뀔 수 없다. 자기가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걸로 착각할 수도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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