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떡을 잘 치냐”, “부부니까 떡쳐봐”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 면죄부 기관인가?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7/05/23 [15:52]

“누가 떡을 잘 치냐”, “부부니까 떡쳐봐”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희롱 면죄부 기관인가?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7/05/23 [15:52]

[신문고 뉴스] 추광규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사건 조정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인권위가 지난 4월 17일 강원테크노파크 소속 직원들이 기관장을 피진정인으로 한 성희롱 진정사건에 대해, 주문으로 러브샷을 조장하는 등의 회식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표명을 하고 각 진정은 각하 또는 기각결정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강원테크노파크 직원들은 진정서를 통해 ▲2015년 워크숍 행사에서 전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누가 떡을 잘 치냐”, “부부니까 떡쳐봐” 등 여러차례 성희롱적인 언행을 하였다 ▲2016년 워크숍 행사 중 여직원을 포옹하고 안아 몇 바퀴 돌리고 맨살이 드러나게 하였다 ▲2016년 회식 중 여직원의 손을 만지는 신체접촉을 하고 러브샷을 한 뒤 포옹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1년이 도과하였다 ▲피해자가 성적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으며 공론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피진정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대립된다 ▲피진정인이 일방적으로 주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진정인이 피해자에 대해 성희롱 행위를 하였다는 진정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하였다.

 

 

 

 

 

“증거없다”며 기각하고 유명무실한 “의견표명” 결정

 

법인권사회연구소 등 30여개 인권단체들은 23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인권 감수성 없는 법조인 출신 인권위원들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단체들은 “올해 2월 강원도 실태조사 결과는 성희롱과 관련하여 출자기관인 해당 기관장의 품위유지 위반 및 행동강령 규정 금지 등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성희롱 예방피해구제의 유일한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는 단지 진정사실이 1년이 도과하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법적 근거만을 들어 인용하지 않음으로써 지자체의 인식보다 못한 추상적 의견표명에 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인권단체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인권위 인권위원들이 인권감수성 부족과 기관장 눈치보기로 사실상 성희롱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은 “이 사건은 기관장에 의한 성희롱 진정이다. 대개 상급자에 의한 성희롱은 인사상 불이익, 조직내 배제 등으로 피해자가 제기하기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여러 직원들이 강원도의 실태조사에 응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는 피해자가 조사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각하결정을 내렸다. 상급자가 가해자인 성희롱 사건의 경우 국가인권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의 진정으로 조사할 수 있음에도 이런 적극적인 태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희롱의 핵심적인 판단기준은 피해자”라면서 “국가인권위는 피해자가 당시 회식 자리에서 러브샷을 하고 기관장의 지시에 따라 회식사진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는 이유로, 직후의 포옹에 대해 피해자가 ‘당황하고 기분이 나빴으나 분위기를 깰까봐 싫다는 표현을 못했다’는 진술이나 관련 사진들은 무시하고 성희롱의 ‘증거가 없다’고 단정하였다”고 강조했다.

 

인권단체들은 “개별 당사자가 문제되는 성희롱 사건에서 권고가 아닌 의견표명 결정은 이례적”이라면서 “진정사건에 대한 의견표명은 권고와 달리 수용, 불수용을 관리할 의무가 없으므로 성희롱 구제책임을 회피하고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은 “법적으로는 완벽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성희롱을 용인하는 이 같은 결정이 나올 수 있었던 원인은 인권위원들의 자질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한다”면서 “위원 11명중 법조 출신이 8명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인 최혜리 상임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인선절차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임명했다”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으로서도 회의출석률이 절반 정도에 불과해 전혀 자질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 관련 활동과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인권위원이 되면서 성인지감수성과 폭력감수성이 부족해 위계관계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도 면죄부를 주게 되었다”면서 “현재 해당 진정인과 피해자들은 굉장한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인사 상 불이익을 당할 우려에 처해 있다. 이러고도 국가인권위가 과연 유일한 성희롱 피해구제와 예방기관의 자격이 있는가 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은 이 같이 비판한 후 “값싸고 신속한 인권문제 해결기관이자 국가 내 감시견으로 바로서는 국가인권위를 위해, 민주적이고 투명한 위원인선과 관료화된 관행들의 청산이 우리사회의 과제임을 분명히 강조한다.”면서 “또한 강원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한 조치로 인권 도정 실현의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기관장의 성희롱이 문제가 된 강원테크노파크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설립된 강원도 산하 재단법인이다.

 

한편 이날 성명서에는 광주인권지기 활짝,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자연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법인권사회연구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새사회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해방열사_단,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여성의전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상 30개 인권단체)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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