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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줄 잇는 ‘횡령’...이공계 ‘랩’ 무슨 일이?
 
추광규 기자   기사입력  2017/07/24 [12:50]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 A 교수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에서 지원하는 42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제자들을 허위로 연구원으로 등록하여 인건비를 받게 한 뒤 3억 7,400만 원을 되돌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 사립대 B 교수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4개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하면서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학생들로부터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1억 6,800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6월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힌 대학교수에 의한 연구비 횡령 내용이다. 국민권익위는 이 외에도 또 다른 서울의 유명 사립대 C 교수도 연구비 수억 원을 횡령했다는 신고를 받아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졌다 하면 연구원 인건비 수억 원 횡령...파렴치범 몰리는 ‘교수님’

 

대학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만 해도 연구비 횡령 사건에 연루되면서 경찰이나 검찰 수사 또는 법원 판결 등으로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헤아려도 서울대와 고려대를 포함해 14개 대학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교수는 18명에 이른다.

 

사건의 공통점은 연구비 가운데 연구원으로 참여한 학생들의 인건비를 되돌려 받았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몇몇 대학이나 일부 교수들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길게는 수십 년 동안 학문에 매달린 후 교수에 임용되었지만, 연구비 횡령 사건에 연루되면서 줄줄이 처벌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2014년 연구비 횡령 신고 보상금을 1억 원에서 최대 10억 원으로 올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횡령 사건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공대 교수 범죄자 만드는 '연구비' 너 누구냐?

 

연구비는 산업발전을 위한 기초 및 응용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지원되는 재원이다. 대학교수들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나 기업 등에서도 연구 과제를 수주한다. 대학 연구실의 연구비 의존성은 인문사회과학 분야보다 연구 장비 등 연구기반 확충이 필요한 자연과학 분야에서 더 높다. 이공계 랩이 연구비 횡령에 많이 연루되는 이유다.

 

최근 연구비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대학의 재정확충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대학의 재단전입금이 부족한 사립대학의 경우 교수들이 수주해온 연구비가 대학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승추세다. 2015년 전체 사립대학 총재정규모는 42조 1,5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한 반면 산학협력단 회계는 5조 1,4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로 크게 증가했다.

 

연구비는 직접비와 간접비로 나뉜다. 직접비는 연구원 인건비, 재료비, 사무용품비, 활동비 등이다. 간접비는 약 25%~30% 남짓으로 연구비 관리 및 연구지원 명목으로 산학협력단이 관리 집행한다.

 

문제는 이 같은 간접비 징수에도 불구하고 개별 연구실에 대한 학교 측의 직접 재정지원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각 교수연구실은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거의 모든 비용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충분한 연구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교수 및 연구원이 직접 연구비를 관리해야 한다는 불만도 크다.  

 

교수 학생 간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연구원 인건비는 대학원생들이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는 주요 통로다. 그럼에도 연구과제가 여러 개인 경우 각 과제가 시작되는 시점이 다르면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과제가 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교수 입장에서는 제자들의 학비 등 교육에 필요한 재정확충을 위한 스트레스가 많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연구비 사용에 대한 어려움도 지적된다. 연구비에는 연구책임자인 전임교원의 임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과제마다 다르지만 5,000만 원~1억 구간의 중급 연구과제에는 소모성 재료비 구매만 가능하며 연구 장비의 구매 또는 기존 장비의 유지관리 보수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연구비에서 재료비는 소모성 재료의 구매에 한정되기 때문에 만일 연구 장비가 고장 나는 경우 교수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던가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스템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연구비의 과오집행에 대한 비용은 교수 개인이 물거나 법적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이처럼 연구비 집행에 있어 현실에 맞지 않는 관리규정이나 각 대학의 연구여건 때문에 연구비의 과오집행이 관행처럼 이어지다 횡령 사건으로 문제가 불거진다는 것이다.  

 

대학 연구비 구조적 요인이 교수들 파렴치범 내몰아

 

대학교수들의 잇따르는 횡령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구조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부 제도가 개선되기도 했다.

 

먼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5월 8일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서 ‘직접비 중 학생인건비 사용의 특례’ 조항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직접비 중 학생인건비를 연구관리 부서에서 연구기관 또는 연구책임자 단위로 통합하여 관리하도록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개정에 따라 지난 7월 7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학생인건비 통합관리 신규지정기관으로 건국대학교 등 4개 대학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이들 대학 연구책임자에게는 협약을 체결하는 국가연구개발과제부터 학생인건비 통합관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간접비 관리와 관련해서는 미국 대학의 경우 연구비 집행에 대한 모든 관리는 학과에서 고용된 전문회계 직원에 의해 이루어지며, 교수 및 연구원은 구입한 물품의 영수증을 제출하는 걸로 모든 행정처리가 끝나는 구조다. 

 

참여연대 안진걸 공동사무처장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산학협력단이 사용하는 간접비의 본래의 취지인 연구지원을 위해서는 과제 책임자인 교수에게는 집행 권한만을 주고 영수증 처리 등의 행정업무는 학교 측의 전문 인력이 감당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비 관리와 관련해서는 "연구과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연구비 관리규정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여야 한다"면서 "대부분의 연구는 여러 연구원이 공동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에게 고르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국가과제뿐 아니라 기업 과제 수행의 경우에도 폭넓게 학생인건비의 통합관리를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처장은 이 같이 지적한 후 “연구비관리나 관련규정 전반을 보다 투명하게 강화하고 연구에 참여한 학생ㆍ대학원생들의 부당한 처우를 예방하는 전반적인 제도적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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