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차량 통행 제지...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7/07/28 [09:40]

"농민들 차량 통행 제지...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7/07/28 [09:40]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하던 트랙터와 화물차량의 진입을 불허하고 막아선것은 위법하다며 기관경고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 이하 ‘국가인권위’)는 27일 작년 경찰이 농민들의 차량 이동을 차단해 광화문에서의 도심 집회를 방해한 진정 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은 쌀값대폭락으로 붕괴되고 있는 농촌의 비참한 현실을 알리고, 국정농단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을 유린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광화문 소공원 등에서 개최하기 위해 각 지방에서 화물 트럭 등 차량을 이용해 상경하려했다.

 

그런데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경찰력을 동원하여 서울 진입로인 양재IC, 한남대교 남단, 안성톨게이트 등에서 집회 참석 차량을 봉쇄하여 집회를 개최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이와 관련하여 농민들은 경찰에 평화적인 집회를 약속하고 차량 안내까지 요청하였으나 경찰의 일방적인 차단으로 서울 진입로는 교통대란을 방불케 하는 몸살을 앓아야 했다.

 

 

▲ 지난해 농민대회 참석을 위해 서울로 상경하던 나락을 실은 트럭이 경찰에 의해 한남대교에서 가로막혔다.     

 

 

집회시위에 대한 인권침해적 대응방식

폐기를 권고한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한다.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크게 환영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7일 논평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신장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전농은 지난해 상황과 관련해 "경찰이 농민 차량의 도심 진입을 차단한 이유는 신고 되지 않은 물품인 톤백(나락포대)과 쌀 포대를 차량에 실었고, 행진 신고도 없이 깃발을 꽂은 차량들이 열을 지어 일렬로 이동하고, 미신고 물품인 트랙터를 이용해 도로로 이동하는 것은 위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신고 불법 집회, 도로에서의 트랙터의 집단 저속운행, 그리고 나락의 투기 및 적재로 초래될 수 있는 교통사고나 교통정체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것이고, 이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위험발생의 방지 등) 및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신고), 도로교통법 제46조(공동위험행위의 금지) 등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전농은 계속해서 이에 대한 국가인권위 결정 내용을 말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①집회에 대한 사전 허가가 금지되는 헌법적 취지로 볼 때 집회신고서는 집회의 자유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장하는 수단이므로, 신고서에 기재돼 있지 않은 물품을 참석자가 소지하거나 이를 집회 장소에 반입하려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차량의 이동을 제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는 점

 

②경찰은 과거의 사례를 들어 미신고물품이 집회 장소에서 불법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공공질서에 대한 가상의 위험은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

 

③과거의 사례나 일부 참가자의 불법성만으로 「경찰직무집행법」제5조 및 제6조에 따른 경찰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

 

④이 사건 농민 회원들이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화물차량에 깃발이나 기타 시위용품을 싣고 단체로 열을 지어 도로를 운행한 행위가 설령 미신고 집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진정인(서울경찰청장 등)이 화물차량의 통행 자체를 차단한 조치는 집회의 강제 해산과 다를 바 없고, 당시 전농 회원들의 행위가 집회 시위를 차단하거나 해산해야 할 만큼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가사 그러한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차량의 통행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열을 지어 운행하지 않도록 계도하는 등의 조치를 우선으로 취하였어야 할 것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인권위는 이 같이 이유를 들면서 "농민들의 차량 통행을 제지하고 차단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보았고, 기관경고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전농은 이 같이 소개한 후 "나아가 국가인권위는 경찰의 진입차단 행위의 근저에는 서울 도심에 트랙터와 화물차량의 진입을 허용할 경우 이를 이용한 폭력적인 상황에 대하여 통제가 곤란하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이나, 더 이상 이러한 이유로 통제 위주의 집회 시위 대응 방식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찰의 <준법보호 불법예방 집회시위 관리방침>은 조그마한 불법이라도 강하게 단속을 하면 법질서가 이루어진다는 시각에 기하고 있는 강력한 물리력에 의존하는 모델인데,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고 시위 참가자와 경찰 간의 긴장과 갈등을 고조시켜 2015. 11. 14.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보듯이 인명 사고 등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걸맞게 집회 시위에 대응하는 경찰의 접근방식 또한 변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전농은 "경찰이 집회 주최자들의 과거 폭력 기타 불법사례 발생을 이유로 기존의 집회 대응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며 경찰은 변화하는 시대 흐름과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맞게 집회·시위 대응 매뉴얼을 새롭게 작성하고,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면서 집회시위에 대한 인권친화적인 접근을 전제로 하는 촉진적 보장적 집회시위 대응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농은 이 같이 말한 후 "오늘 국가인권위의 결정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상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환기시키면서 경찰의 통제 위주의 대응방식을 폐기하고,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걸맞는 촉진적 보장적 집회시위 대응방식으로 전환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날 자행한 자의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집회 통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가인권위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