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검찰총장 때문에 무죄(?)...수상한 검찰 수사

청와대·조국 수석 '전직 검찰총장 20년 지기 무죄선고 전말' 보도 주목

김용숙 기자 | 기사입력 2017/08/02 [15:35]

전직 검찰총장 때문에 무죄(?)...수상한 검찰 수사

청와대·조국 수석 '전직 검찰총장 20년 지기 무죄선고 전말' 보도 주목

김용숙 기자 | 입력 : 2017/08/02 [15:35]
▲ 경향신문 탐사보도팀 단독 보도 캡처     © 김용숙 기자

 

 [신문고뉴스] 김용숙 기자 = 국민의 많은 지지를 얻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강한 의혹과 문제점이 제기되는 일부 검찰 수사를 면밀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가 나왔다.

 

경향신문 탐사보도팀은 7월 24일 검찰이 수사와 공판 진행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보도했다.([단독]전직 검찰총장 20년 지기의 무죄선고 전말)

 

경향신문 탐사보도팀은 이날 '전직 검찰총장 20년 지기의 무죄선고 전말' 제하 단독 보도에서 "전직 검찰총장에게 전달해달라고 제3자가 건넨 수임료를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건설업자가 '검사 덕분에 무죄가 나왔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임채진 전 검찰총장(65)과 20년가량 알고 지낸 건설업자 박모씨(57)는 수임료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고소돼 2015년 말 재판에 넘겨졌으나 2016년 12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 '국새 사기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대 국새(國璽·국가도장) 제작단장 민홍규씨(62)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자 부인 김모씨(58)는 박씨 주선으로 그해 9월 15일 임 전 총장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임 전 총장이 변호사로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이 자리에는 박씨와 공군 정보장교 출신 컨설턴트 ㄱ씨(48)도 동행했다. ㄱ씨가 경향신문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임 변호사는 이들 설명을 들을 후 '당신들 말이 맞으면 무죄'라면서 구체적인 선임 조건을 제시했다. ㄱ씨는 "임 변호사가 '보통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출신은 선임계를 내거나 도장을 찍으면 1억인데, 내가 사건을 맡더라도 선임계는 낼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남편이 구속된 상황에 다른 생계수단이 없던 김씨에게 1억원의 수임료는 부담스러웠다. 이에 김씨 등은 박씨와 조율을 거쳐 수임료 5000만원(현금, 5만원권 뭉치)을 헝겊 주머니에 넣은 후 보자기로 싸서 건넸다.

 

하지만 국새 사기사건으로 구속된 민홍규씨는 기대와 달리 3년 실형을 받았다.

 

남편 민씨가 만기출소한 뒤 김씨는 남편 등과 함께 2014년 10월 임(전 검창총장)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실형은 살았지만 임 변호사가 나름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 김씨 부부는 임 변호사에게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참고로 이와 관련해 ㄱ씨가 경향신문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ㄱ씨는 박씨에게 돈을 전달한 후부터 박씨로부터 전해들은 내용(검찰 수사진행 상황 등)을 깨알같이 업무일지에 기록했다. 업무일지에는 참고인의 소환일시나 관련자들 진술 내용, 수사쟁점 및 진척 정도 등 검찰 내부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 날짜별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임 변호사 반응은 의외였다. 그는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며 일행이 다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박씨에게 전화했다. 임 변호사는 박씨에게 '나한테 5000만원을 가져온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씨는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김씨는 5000만원 수임료를 박씨로부터 돌려받기 위해 2015년 7월 박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박씨는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김씨 일행이 보자기에 싼 물건을 들고 와서 서랍속에 보관하고 있다가 곧바로 돌려줬다'고 주장했고 결국 두 사람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는다. 그 결과 <김씨에게 돈을 돌려줬다는 박씨 진술은 '거짓', 김씨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않았다는 김씨 진술은 '진실'>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도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최모 검사는 박씨가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와 함께 박씨가 임 변호사에게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공소장에 '피고인은 임 변호사에 수임료를 전달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다'고 기재한 것.

 

경향신문에 따르면 최 검사는 이 과정에서 임 변호사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경향신문은 사실 관계를 따지기 위해 최 검사가 근무하는 부산지검 서부지청에 연락했지만 '서울중앙지검에서 처리한 사건이니 그쪽에 물어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할 검찰의 임무 배임 의혹을 살만한 대목이다.

 

한편 법무법인 율현의 강병국 변호사는 "박씨가 사건을 소개시켜주고 5000만원을 받았다면 당연히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의심해야 하는데, 임 전 총장에 대해 조사 없이 수사를 종결한 것은 정상적 수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또한, 공판 과정 역시 석연치 않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당시 공판 수행을 담당한 김모 검사는 2016년 8월24일 첫 증인신문에서 김씨를 상대로 '5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서 보관한 돈으로 수임료를 전달한 게 맞느냐'는 부분을 집요하게 캐물었고 ㄱ씨를 상대로도 '직접 보자기를 풀어서 돈 액수를 확인해봤냐'고 파고들었다고 한다.

 

그는 또 5000만원의 자금 출처를 밝히겠다며 김씨 농협계좌에 대한 금융거래 조회도 요청했다.

 

이에 고소인을 대리한 판사 출신의 황종국 변호사(65)는 "피고인도 돈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했는데, 변호사가 아닌 검사가 왜 계좌조회까지 신청하며 자금 출처를 쟁점으로 부각하려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남편의 중소기업 은행계좌에서 김씨의 계좌로 이체된 전표만 확인하면 게임 끝인데 그게 5년이 지나서 폐기돼 없다는 거에요. 그런데 느닷없이 검사가 김씨 계좌를 추적하자고 나온거야. 변호사야 당연히 동의하지"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김지용 공판2부장은 "무죄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김씨가 자금 출처 자료를 가져다줘야 하는데 전화도 안 받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취재한 박씨 설명에 따르면 검찰은 2010년 국새 사기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미 계좌추적 결과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무죄가 선고되고 며칠 안 돼 김 검사가 조사할 게 있다고 해서 갔더니, 자기네가 (예전) 민홍규씨 사건 때 9100만원의 행적을 조사한 게 있다고 하더라. 오해할 소지가 있으니 조회신청 했다고. 그래서 같이 웃었다."

 

경향신문은 "박씨 설명대로라면 공판검사가 이미 계좌추적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금융거래정보 조회를 또 다시 요청한 게 된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또 "공소유지를 하려면 피고인 진술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하는데, 검사는 박씨를 상대로는 단 한마디도 신문하지 않았다"며 "대신 법원이 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 한 달 반 전부터 고소인에 대한 무고와 위증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관해 김지용 부장검사는 "무죄 선고 전이라도 계좌추적을 통해 고소인의 법정 증언이 사실과 다른 사실이 확인되면 위증죄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로부터 무고죄 피해자 진술조서를 받은 날은 2016년 11월 8일, 법원에 신청한 계좌조회 결과를 받은 날은 2016년 11월 15일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검사가 이 과정에서 김씨가 집에 보관 중인 돈으로 5000만원을 마련했거나, 5년 전 일이라 기억이 부정확할 가능성은 배제하고 거짓말탐지기 결과 박씨 주장은 거짓 김씨 주장은 진실 판정이 나왔는데도 계좌추적 수사를 고집해 2016년 12월21일 박씨에게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게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구형을 포기했고 무죄가 선고됐음에도 항소하지 않았다.

 

대신 김 검사는 고소인인 김씨를 상대로 무고 및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고소인과 피고인의 처지가 180도 뒤집힌 것이다.

 

이후 10시간이 넘는 영장실질심사 끝에 법원은 (김씨 측의) 무고나 고의적 위증으로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2017년 5월26일 김씨와 ㄱ씨 등 2명을 무고 및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

 

김씨측 대리인인 황 변호사는 "(판사와 변호사로서) 수십 년간 공판을 경험했지만 공소유지를 해야 할 검사가 일방적으로 피고인 편에서 공판을 진행하고 무죄 판결에도 항소를 포기한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 외에도 다른 석연찮은 사실도 추가로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법무법인 바른의 검사장 출신 한모 변호사가 박씨에게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한 변호사가 박씨에게 도움을 줬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경향신문이 임 변호사와 처음 전화했을 때 임 변호사가 말한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임 변호사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박씨의 변론을 맡은 게 한OO 변호사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 변호사는 이 부분에 대해 경향신문에 '같은 법인의 변호사를 소개시켜줬을 뿐, 사건을 정식 수임한 것은 아니다. 수사과정에서 어떻게 진술하면 좋은지 조언을 해주고 공판이 열릴 때 방청석에 앉아 지켜보기만 했다' '(증인신문 때) 검사가 막 달려드는 것 같지 않아서 후배들이 '사건을 잘 보고 있는 건가' 생각했는데 나중에 무고로 인지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경향신문에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사건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으며 공판을 지휘한 김지용 부장검사와의 관계에 대해선 "나중에 알고 보니 내 후배였는데 사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경향신문은 "한 변호사가 정식 선임도 하지 않은 박씨 공판에 빠짐없이 참석한 것을 단순한 '호의'로만 보기는 어렵다"면서 또한, "5000만원 규모 사기 사건에 한 법무법인에서 9명의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린 것도 석연찮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한 변호사가 박씨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경위를 둘러싼 설명도 엇갈린다"면서 박씨는 "사기죄로 기소된 후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우연히 한 변호사를 만나 도움을 청했다"고 말한 반면 한 변호사는 "수사과정에서 아는 분 소개로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소개해준 사람이 임 (전)총장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고소인측 황 변호사는 "불과 5000만원 규모의 사기사건에 검찰이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은폐해야 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 아니었겠느냐"며 "모종의 손길이 뒤에서 작용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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