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지방분권 전도사로 해남군 강연

임두만 | 기사입력 2017/08/18 [00:09]

박원순, 지방분권 전도사로 해남군 강연

임두만 | 입력 : 2017/08/18 [00:09]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라남도 해남군 자치연대 초청 강연회에서 .지방분권 시대로 가는 길'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리고 박 시장은 "지방자치는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무늬만 자치이고 분권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믿음과 소수에 집중된 권력을 다수에게 나누는 시대의 흐름을 제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박시장이 강연 하고 있다     © 임두만

 

 

17일 해남 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이 강연회에서 박 시장은 이렇게 말하고 "도시의 다양한 시도와 창의적인 실험이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서 "국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실험이 중요하다."고 말하고는 자치혁신은 기존질서에 대한 자유로부터 시작된다."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지방은 자치혁신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한 지방정부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다른 지방정부에 참고사례가 될 수 있고,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확장될 수 있다." 강조했다.

 

이어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수직적 종속관계를 수평적, 협력적, 상호의존적 파트너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중알집권적 국가시스템을 넘어 지방분권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역설했다.

 

아래는 이날 강연한 박 시장의 연설문 전문이다.

 

지방분권시대로 가는 길

서울이 먼저 다양성의 플랫폼을 열겠습니다

    

#1. 중앙집권국가를 넘어 지방분권국가로

    

“시키지 않는 것은 하지 말고, 시키는 것만 하라”

지금 우리의 미래는 헌법 안에 갇혀 있습니다. 헌법 117조와 118조를 보면, 지방자치단체는 조례입법권을 갖고 있지만, 국회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인정됩니다. 한마디로 지방은 중앙에서 시키는 것만 하라는 겁니다.

 

지난 6년간 서울시정을 경험하며 참 힘들었습니다. 지금 지방정부의 사무와 조세, 조직 등은 중앙정부가 정하는 것만 하게 돼 있습니다. 지역경제활성화 또는 복지 확대를 위해 조례를 재정하려 해도 현실에 맞지 않는 국회가 정한 법령의 범위 내에서 해야 하고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예컨대 서울시가 국장을 1명 늘리려면 한 달 전부터 행자부와 협의해야 하고, 협의가 안되면 국회의 힘을 더해 정부를 설득해야 합니다.

 

모스크바에 가보니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 직함이 모스크바 외교부 장관입니다. 코펜하겐에 갔더니 그 작은 도시에 장관이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1000만 서울시는 부시장을 몇 명, 국장을 몇 명으로 하고 어느 부서를 어떻게 만들것인가에 대한 권한이 없습니다.

    

중앙정부의 획일화된 가이드라인은 고도화된 지식정보사회에 맞지 않습니다.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은 상태에서 어떻게 삶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까?

    

도시의 다양한 시도와 창의적인 실험이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국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실험이 중요합니다. 국가혁신은 기존질서에 대한 자유로부터 시작됩니다. 지방정부는 혁신의 실험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지방정부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다른 지방정부에 참고사례가 될 수 있고,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저는 지방정부가 ICT기반으로 도시안전과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국가의 발전은 기술발전과 사회경제발전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서울의 교통시스템과 IT를 기반으로 한 서울의 행정은 이미 UN에서의 수차례의 세계1위의 인정, 많은 도시들의 모범사례로 인정 받고 있으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차세대를 열겠습니다. 보다 지능화된 데이터가 백업이 된 DATA-SMART 지방정부를 지향하겠습니다. 최첨단의 ICT와 시민들의 생성한 정보를 결합시켜 재난의 사전예측과 즉각적인 대응을 통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장애가 되는 중앙정부의 법령과 규정을 시정하는 데에 앞장서겠습니다. 그리고 서울형 도시안전과 문제해결모델이 중앙정부로 확장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수직적 종속관계를 수평적, 협력적, 상호의존적 파트너관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는 중앙집권적 국가시스템을 넘어 지방분권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중앙집권적 전통 때문에 과도한 분권은 위험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나 전통은 새로운 제도로 대체될 때 혁신이 가능합니다. 더 이상 분권형 개헌을 미룰 수 없는 까닭이 있습니다.

    

첫째, 중앙정부의 업무가 이미 과부하상태입니다.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큽니다. 그러나 이미 중앙집권적 국정운영 시스템은 구조적인 문제가 쌓여 있습니다. 지난 정부 때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같은 대형재난은 국가 기능 마비 증상의 일부로 중앙집권체제 붕괴의 전조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입니다.

2009년 유럽연합 지역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국민소득과 지방분권이 비례관계에 있습니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지방분권이 발달했습니다. 스위스, 캐나다, 미국 등이 그렇습니다.

    

저는 지난 2006년 같은 생각으로 3년동안 전국을 돌며 지방이 대한민국의 뿌리임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 산하에 뿌리센터를 만들고 지역 활성화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개발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목민관 학교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리더들이 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갖고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지난 6년 간의 서울시정경험을 통해 그 믿음은 더 확고해졌습니다. 나무는 뿌리가 튼튼해야 열매를 맺고 꽃을 피웁니다.

    

셋째, 자치분권공화국은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길입니다.

지난해가 분단 70주년이었습니다. 우리가 어영부영하며 30년을 더 보내면 한 세기를 분단의 상태로 맞게 됩니다. 분단의 시간만큼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저는 지방분권이 북한 지역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정치 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일찍이 남북연합과 연방자치를 기반으로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하셨습니다.

    

독일형 통일은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100%통합이 이뤄지는 통일은 북한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길이 아닙니다.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 지역정부가 각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하는 지방분권이 현실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대안입니다. 우선 우리부터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들의 경험을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앞으로 통일의 비용을 줄이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첫째,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공화국임을 헌법 전문에서 규정하고, 둘째, 지방정부도 자율적인 입법권을 갖게 해야 하며 셋째, 지방정부가 자치의 가장 기본인 재정권을 갖고, 마지막으로 지방정부의 자주조직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2. 서울은 획일성의 종착역이 아니라 다양성의 플랫폼

    

21세기는 로컬 투 로컬, 피플 투 피플의 시대입니다. 현대사회는 도시국가가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고,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66%가 도시에 거주하게 됩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혁신은 도시가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 2015년, 지방자치시대 20주년을 맞아 서울은 획일성의 종착역이 아니라 다양성의 플랫폼으로 스스로를 전환했습니다. 서울이 중앙정부에 묶인 손발을 풀어달라 요구하다 지쳐 우리가 먼저 광역정부와 기초정부간 중앙집권시스템을 허물고 분권시스템을 만들어보기로 한겁니다. 서울시가 먼저 시민과 가장 가까운 삶의 현장에서 행정을 잘 할 수 있는 곳, 서비스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치구에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나눴습니다.

    

첫째, 재정부터 나눴습니다. 

서울시는 1년에 2000억원을 자치구에 지원합니다.

2년 전 서울시의 자치구는 국가 보편적복지사업의 추가부담금으로1,203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보육을 위한 예산인 만큼 당시 서울시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추경을 통해 지원했습니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자주재정권입니다. 예산 없는 자치는 불가능합니다. 서울시는 자치구의 기준재정수요충족도를 당시 97.1%에서 100%수준까지 지원했습니다. 지난해 조정교부금은 2,862억원으로 추가 지급됐습니다. 

    

서울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 천 만원을 놓고도 치열한 싸움을 펼칩니다. 그만큼 서울시도 천만 시민의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조정교부율을 21%에서 22.7%로 인상하며 내부적으로도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합의 과정에서 구청장들과 힘든 줄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증가된 교부금이 각 자치구의 구민들을 위해 더욱 효율적으로 쓰이는 길에, 서울시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기로 했습니다.

    

둘째, 상생‧협력제도를 정례화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화로 풀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시장과 구청장이 정례적으로 모여 자치분권 정책을 논하는「서울자치분권협의회」를 구성했습니다. 시와 자치구간 정책협조 사항, 자치분권 추진 관련 의제들을 토론하는 상설 소통창구입니다. 

    

동시에 구청장협의회에 적극 참여하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2015년 4회 열렸던 구청장협의회는 지난해는 2배 이상인 9회가 진행됐습니다.

    

셋째, 생활밀착형 권한들은 자치구에 위임하려 노력했습니다.

지방분권은 철학의 문제입니다. 의지의 문제입니다. 실천의 문제입니다. 결단의 문제입니다. 창의적인 행정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만들어집니다. 각 자치구간 건전한 경쟁은 주민에게 제공되는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입니다.

    

그러나 직접 해보니, 한 두 사람의 힘만으로,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서울자치분권협의회를 구성하며 그리고 자치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습니다. 또한 공원의 지하공영주차장을 늘린다거나, 가로수를 바꿔심는 등 비교적 단순한 생활밀착형 권한들을 위임하면서도 조정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진정한 자치분권으로 가는 길에는 치밀한 계획과 중지를 모으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서울시는 자치분권협력관을 신설해 그 역할에 집중하려 합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함께 획일성의 종착역을 닫고 다양성의 플랫폼을 열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시만으로 대한민국의 자치와 분권을 통한 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전국이 자치분권 혁신국가가 되도록 서울시의 경험을 나눔과 동시에 함께 학습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3. 시민참여형 도시국가연합으로 가는 길

    

진정한 지방자치는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가 아니라 주권재민의 원칙에 따라 시민 참여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분권화 과정은 시민의 참여와 주권을 확대시켜나가는 하나의 정치과정입니다. 우리의 최종목표는 지방분권국가를 넘어 시민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시민참여형분권국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더 나아가야합니다.

서울이라는 플랫폼에서 시민참여형분권국가로 가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 새로운 시대의 방향을 제안합니다. 서울시는 광역정부와 기초정부간의 자치분권모델, 나아가 시민참여형도시국가연합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첫째, 주민직접참여제도의 진입장벽을 허물겠습니다.

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입법, 주민감사청구가 일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민투표제와 주민소환제는 법적틀은 마련되어 있으나 절차의 벽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주민투표는 미국이 유권자의 1~5%면 가능한데 우리는 유권자의 5%이상이 서명을 해야 합니다.

    

주민감사청구제 역시 청구요건인 서명인단 수를 충족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포기하는 사례들이 많아 제도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둘째, 일상에서 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하고 토론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가 가능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겠습니다.

스페인에만 디사이드 마드리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에도 올 가을 10월 말 경 ‘민주주의 서울’ 온라인 플랫폼을 시작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디지털민주주의를 확장하겠습니다. 민주주의 서월이 민주주의 광주로 이어지고 민주주의 대구, 민주주의 부산으로 확장되는 전국적인 민주주의 플랫폼 네크워크를 구축할 것입니다.

    

저는 시민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입법과 행정과정에 대한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원칙이 헌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정부는 시민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치체제로 기능해야 합니다.

    

셋째, 마을자치를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 시민과 부딪히며 현장에서 행정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 서비스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에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면 자치분권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시민이 스스로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면 그것이 시민참여형분권입니다. 

    

서울의 마을은 다양성의 플랫폼으로 새롭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정책, 협치시정으로 주권자인 시민들이 정책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열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참여예산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찾아가는동주민센터를 마을공동체가 되살아나는 주민자치훈련의 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일명 찾동마을계획인데요. 올해 1단계로 성북, 성동, 금천, 도봉 4개구가 마을민주주의를 시작했습니다.  마을이 시민의 삶을 움직이는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하는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현재 논의에 대해 몇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지방분권의 핵심인 재정권의 명확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지난 7월에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현재 8대2 수준의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3을 거쳐, 장기적으로 6대4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가능한지까지 방향이 제시되길 바랍니다.

    

둘째, 적극적으로 지방재정을 확충해주길 기대합니다.

대선공약집에 있던 ‘국세의 지속적인 지방 이양을 기조로 한 국세·지방세 간 세목의 합리적인 조정’이라는 문구가 국정기획자문위 국정과제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방세 체납징수율 제고나 지방소비세 세율 인상 등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역대 모든 대통령 후보들은 지방분권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 20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무늬만 자치이고 분권이었습니다. 중앙집권체제는 소수권력에 대한 신뢰와 다수 국민에 대한 불신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는 다를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겨울 성취한 광장 민주주의로 새로운 민주정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민에 대한 믿음과 소수에 집중된 권력을 다수에게 나누는 시대의 흐름을 제도화할 것이라 믿습니다. 서울형자치분권모델이 전국으로 확장되는데 저는 언제나 한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함께 가면 길이 되고,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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