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성인소설] 욕망의 상그릴라를 찾아서

1부, 한석규, 레테를 찾아 프라하로 떠나다 (5회, 1부 끝)

전철현 | 기사입력 2017/08/29 [23:42]

[본격 성인소설] 욕망의 상그릴라를 찾아서

1부, 한석규, 레테를 찾아 프라하로 떠나다 (5회, 1부 끝)

전철현 | 입력 : 2017/08/29 [23:42]

1부. 한석규, 레테를 찾아 프라하로 떠나다(5회, 1부 끝)

 

그렇게 석규는 낯선 슬라브계 러시아인 여자와 머나먼 이국땅에서 육체의 향연, 육체의 교향곡을 연주했다. 이후 석규는 비록 서로 언어는 달랐지만 그녀와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와 여자, 수컷과 암컷의 사랑없는 섹스...이전까지의 석규로선 생각해볼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았을 일이지만 그런 일은 이미 벌어지고 말았다.

    

이 같은 여러 잡생각이 든 석규는 육체적 탈진과 정신적 일시 혼돈 상태로 계속 누워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일을 마친 그녀는 욕실에서 몸을 씻은 후, 석규에게 다가와 자신의 손으로 석규의 손가락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하트를 천천히 그렸다. 그리고는 누워있는 석규의 이마에 입맞춤하곤 그녀는 떠나갔다.

    

그 하트의 의미가 무엇이었을까? 사랑은 분명 아니니까 암컷으로의 자신을 만족시켜 준 수컷에 대한 예의? 그렇게 생각하자 석규는 자신이 남성성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잠이 들었다. 장거리 여행에 이어 낯설고 젊은 외국의 아가씨와 육체의 향연을 끝낸 석규는 피로감이 몰려왔던 것이다. 그러니 몸은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 상태로 잠에 들었는지 석규는 알 수 없었다. 석규가 잠에서 깨어보니 벌써 창밖엔 이미 어둠이 내려 여기저기 네온사인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아직 그녀와의 정사 후유증이 여운으로 남아있었지만 몸은 가뿐했다.

    

호텔 식당으로 내려와 주인아주머니가 해주신 간단한 가정식 식사를 마친 석규는 그 유명한 체코의 야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물론 일반 여행객처럼 프라하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 석규의 외출 목적은 아니었다. 따라서 석규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미리 자신이 검색하여 출력해 둔 인터넷 사진을 보여주었다. 바로 외신에 소개된 섹스 많이 하기 대회를 주최했던 프라하의 명물, 섹스테마파크 사진이었다.

 

▲ 프라하의 명물이 되어버린 쇼파크의 외관    

 

예전에는 섹스 테마파크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해외 관광객들에게 이미지 향상을 위해  쇼 파크(Show Park)로 개칭을 해서 성업 중인 곳이다. 석규가 유명한 나이트 혹은 클럽, 고급 카페, 재즈 빠 등이 아닌 이곳을 택한 이유는 일단 언어소통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 섹스테마파크 아니 쇼 파크(Show Park)는 입장료를 따로 내고 들어가야 할 만큼 현대화된 유흥의 메카였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미아리나 용주골 홍등가나 집창촌이 아니라 강남에 현대 호화 유흥시설이 체계적으로 밀집된 윤락가이자 환락의 명소로 비유할 수 있다.

    

주인아주머니의 손짓을 섞은 소개로 대강의 위치를 알아들은 석규는 무스텍 지하철역 앞 광장에서처럼 쇼파크(Show Park)를 관찰하기로 했다. 초행이지만 찾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눈부시도록 찬란한 네온사인들 그리고 화려한 유흥업소들은 가히 프라하 명물인 섹스관광 명소로 불릴 만 했다. 석규는 오가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아가씨들을 보고 있었다. 석규가 보기에 체코 전국 최고의 섹시하고 멋진 아가씨들만 모인 곳 같았다.

    

쇼 파크(Show Park)의 일반적인 풍경은 취객과 팔짱을 끼고 어디론 가로 향하는 아가씨도 있는가 하면, 두세 명씩 짝을 지어 리무진 택시에 오르는 아가씨들도 있었다. 석규는 그녀들이 고급호텔 등으로 성매매 출장 가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의 유흥비는 TV에 자주 등장하는 강남  성매매 오피스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할 때, 그 유흥비 정도의 가격이다. 물론 체코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를 가든지 성매매 사업은 최첨단 자본주의식 화려한 밤의 꽃들을 사고파는 주식시장 같다. 하지만 이곳 체코에서 성매매는 사회적으로 손가락질의 대상이라든가 밤의 꽃 여성들이 경원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석규는 화려하고 섹시한 이곳에서 성적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았다. 이곳 '쇼 파크' 아가씨들에 비하면 촌스럽기까지 한 이름 모를 슬라브계 아가씨와 뜨거웠던 정사의 여운이 남아있는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식거래와 같은 수요와 공급 곡선에 따라 매매춘 가격이 형성되고 성매매 사장이란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즉 경제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최고의 아가씨들과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 솔직히 별다른 감흥이 생기지 않은 것은 이런 부류의 유흥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세계 섹스관광지로 유명한 체코의 이곳까지 와서, 별다른 성적감흥이나 성적호기심이 동하지 않다니....섹스 많이하기 대회라는 가십 기사에 혹해 체코여행을 계확하고 실천했으면서 성욕이 생기자 않다니...평범했던 슬러브계 여성들에 비해 예쁘고 화려한 여성들이 넘쳐나는데 섹스의 의사가 없다니... 석규 스스로 생각해도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는 석규에게 심경의 변화가 그만큼 컸단 반증이기도 하다. 석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석규와 친구들과 내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석규에겐 학문에서만큼은 '돌아이'라고 불릴 만큼 지기 싫어하는 근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남녀 간 육체의 교감을 통해서 남녀가 오르가즘, 즉 극치감에 오른다고 한들 남녀 간의 섹스가 과연 궁극적인 인간 욕망의 샹그릴라에 대해서 석규는 회의적이었다.

    

석규가 이곳 체코, 욕망의 샹그릴라를 찾아 온 이유는 과연 남녀 간의 사랑을 섹스로 한정 지을 수 있는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에서 남간 육체적 교감인 섹스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는데 석규도 동의한다. 왜냐하면 '하룻밤 만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얼마든지 남녀 간 육체적인 교감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남녀 간의 육체적 교감이 사랑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경우, 사랑은 결혼의 필요조건인가, 충분조건인가 아니면 필요충분조건인가의 문제로 확장한다면 아주 복잡해진다. 사실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은 석규가 현재 풀지 못하는 지상 최대의 숙제이자 고민이다.

    

서구사회는 1차 대전 이후, 꽤 오랫동안 남녀 간의 만족스러운 성적관계, 즉 사랑이 행복한 결혼의 토대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또 불행한 결혼이란 부부간의 사랑, 즉 결혼 상대자끼리 올바른‘성적 적응’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석규는 올바른 사랑과 올바른 성행위를 사실상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한 것과 남녀 간의 사랑의 실패를 잘못된 부부관계에 있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사랑과 남녀의 육체관계 그리고 결혼관계에 대한 개념 규정을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남녀 간에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

    

예컨대 어느 남자든 영화 '프라하의 봄'의 주인공 외과의사 토마스처럼 어느 여자도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 여자를 만나 육체와 영혼을 탐닉한다면 이 경우, 주인공 토마스처럼 여자란 남자의 생명을 쏟아내는 따듯하고 습한 살아있는 질그릇에 불과할 것이다.

    

또 육체적 쾌락을 얻기 위한 성적 교감이 남녀 간 사랑의 전부라고 한다면 주인공 토마스처럼 영원히 사랑할 수 없다. 더구나 육체적 교감만을 사랑이라고 가정한다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상당히 짧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흔히 이야기하는 사랑과 결혼의 공통집합은 공집합에 가깝다고 석규는 결론을 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석규의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욕망의 샹그릴라가 남녀 간의  육체의 교감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은 확실해졌다. 석규는 더 이상 네덜란드나 오스트리아로 여행하면서 미지의 샹그릴라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이곳 체코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석규는 체코 프라하에 온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석규의 성공만을 바라보던 부모나 가족들의 평생을 짓누르던 기대감, 학문 성취에 대한 석규의 중압감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갈등, 석규가 살아오면서 무거운 삶의 굴레를 한 꺼풀  벗어버리는 계기가 된  아주 특별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석규는 사실 자신의 삶, 자기 스스로를 족쇄로 얽어매고, 스스로 고통 받는 굴레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석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새로운 석규로 거듭날까? 수많은 생각덩어리들을 품은 채 석규는 자신의 숙소인 호텔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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