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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교수' 훈계하고 탄원서 돌려준 40대 ‘판사’
'노래방에서 총장이 여교수 엉덩이 만져도 그 정도는 죄 안 돼'
 
추광규 기자   기사입력  2017/09/10 [17:42]

형사재판을 진행하던 40대 판사가 진정서를 제출한 50대 교수를 일으켜 세운 후 '주제 넘는 짓을 했다'는 등의 표현으로 훈계하면서 법원에 접수된 진정서를 돌려가라고 윽박지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판사는 이와 함께 재판 중 ‘순천에는 연고도 없고 피고인과 아는 사이도 아니고 법에 근거하여 공평하게 판결한다’, ‘피고인 피해자 변호사도 전혀 모른다’고 말하는 등 그 자신도 재판 진행의 공정성을 심하게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판사 스스로 해당 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등은 이 같은 이유를 들면서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했지만 선고 결과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0대 부장판사가 50대 후반 교수 세워놓고 훈계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재판부는 순천 청암대 강명운 총장의 성추행 등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을 진행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1형사부(김정중 부장판사)다. 문제는 지난 6월 13일 오후 이 법원 형사대법정에서 일어났다.

 

당시 재판정에는 피해자인 여교수와 같은 학과 소속 A모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 30여 명이 방청하고 있었다. A 교수는 성추행당한 피해 여교수를 두둔하였다는 이유로 6차례 해임, 파면 등의 중징계를 당하였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A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한 위증 등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관련 자료 등을 첨부해 탄원서와 진정서를 총 3차례 법원에 접수했다.

 

A 교수는 "재판장은 입장 후 피고인을 확인하고 나서 곧 바로 방청석에 앉아 있는 나를 일어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5분 이상 세워 놓고 '주제 넘는 짓이다', '검사를 어린애 취급하는 짓이다', ‘이 사건과 관련도 없는 사람이 왜 진정서를 내느냐?’ ‘이 재판 끝나는 대로 형사과에서 모두 찾아가라’고 했으며 그리고는 ‘비공개 재판이라고 나가라'해서 나온후 나중에  형사과에서 되돌려 받았다"고 설명했다.

 

법정에서 일어선 채 훈계받은 교수 “굴욕감에 치를 떨고 있다”

 

재판장의 이같은 행위에 당사자가 느꼈던 굴욕감은 상당했다. 이는 당시 법정에서 지켜봤던 동료 교수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C교수는 “법정에는 교직원뿐만 아니라 제자들까지 참석해서 A 교수가 그러한 수모를 당하는 것을 면전에서 보았다. A교수가 느꼈을 모욕감과 수치심이 훨씬 컸을 것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C교수는 계속해서 “A 교수는 내일모레 회갑을 앞두고 있고 김 부장판사는 이제 오십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는데, 공개된 법정에서 주제넘다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질책하는 게 과연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순천의 한 대학교에 출강중인 여성인권센터 소장이 학생들에게 받은 그날 재판의 소감에서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D(여 43) 씨는 "그동안 최고의 지성인이자 인격자 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판사님의 언행이 충격적이었다"면서 "아이를 꾸짖듯이 '×씨의 행동은 주제 넘는 짓이다'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그분이 공정한 판정에 피해가 가는 행동을 했는지가 궁금해 졌으며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경고를 넘어서는 집중적인 비난을 받은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모욕적인 언행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E(여 25) 씨는 지난 7월 11일 작성한 소감문에서 "재판이 시작되자 판사님이 한 교수님을 지목해 세우시고서는 탄원서를 여러 차례 넣은 것에 대해 주제 넘는 짓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며 마치 혼내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여러 가지 냈던 탄원서를 다시 찾아가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탄원서는 단지 국가나 공공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로 알고 있는데 탄원서를 낸 것이 주제넘고 잘못된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면서 "또한 한 사람을 여러 사람 앞에 세워 모욕감을 주고 인권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사자는 아직도 분노하며 심지어 대인기피증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A 교수는 이런 일이 발생한 후 3개월이 넘지만, 기자와의 통화에서 "판사가 저에게 면박을 준 날의 모욕과 치욕을 잊을 수 없다"면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공문서인 진정서를 돌려준 건 '공용서류 손상죄' 의심돼

 

김정중 부장판사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형사적인 문제점과 함께 법관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민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형사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탄원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특히 사회적인 관심을 끄는 사건에서는 제삼자들의 탄원서가 자주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유우성 사건에서는 탈북자단체에서 유우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탄원서를 많이 냈었다"면서 "그런데 위 사건은 이해관계자로 보이는 교수님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별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계속해서 "특히 법원에 이미 제출된 탄원서를 돌려보낸다는 것이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중 부장판사의 이 같은 행위가 형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민변 김희수 변호사는 "공정한 재판이라고 한다면 절차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공정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개인의 진술서나 탄원서 이런 것들이 법원에 접수가 돼서 기록의 일부가 되어 버리면 일종의 공용서류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대로 이것을 빼버리거나 없애버린다면 공용서류손상죄가 된다"면서 "절대로 판사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일종의 공용서류 손상의 혐의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와 함께 "문서를 양형에 참작할것인지 여부는 두 번째이고 다른 문제"라면서 "절차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 재판의 공정성을 충분히 의심할만한 사유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인권센터 회원이 작성한 당일 방청 소감문  이미지 캡처     © 추광규

 

 

청암대 강명운 총장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법정구속

 

재판장의 판단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의 불만이 강하게 제기된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5일 특가법(배임 등)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강 총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강 총장은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강 총장은 같은 대학 여교수 2명과 각각 노래방과 승용차 등에서 만나 이들의 신체 특정 부위를 강제로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와 교비 14억 원을 빼돌려 대학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 됐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 총장의 여교수 두 명에 대한 수차례 강제 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리고 일관성이 없으며, 증거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성추행 무죄 판단에 대해 피해 여 교수 중 한 명은 “증인이 노래방에서 블르스 추면서 엉덩이를 만졌다고 증언 했는데도 판사의 입에서 ‘그 정도의 신체 접촉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해도 되는 거냐”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이 재판 과정은 처음부터 판사가 무죄 내리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파적이고 무리하게 재판 진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순천지원 "A 교수에게 검사나 변호인 통해 제출하라고 돌려준 것"

 

순천지원 공보판사는 "형사재판 심리와 관련한 서류를 제출할 수 있는 사람은 피해자 피고인 그리고 피해자의 변호인으로 한정되어 있다"면서 "A 교수님은 해당 사건의 피해자나 피고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그분에 대해 재판부에서 몇 번 얘기를 했다고 한다. 해당이 안 되니 제출하고 싶으신 서류가 있으시면 피해자 변호사나 검사를 통해서 하시라고 안내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공보판사는 계속해서 "피해자나 피고인이 아닌 사람이 제출한 탄원서나 이런 것들은 통상적으로 봐서 반환 할 수도 있고 폐기를 할 수도 있다"면서 "A 교수가 제출한 것은 탄원서를 넘어서 증거서류와 호증 번호까지 붙여서 제출하셨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의 심리와 관계가 있거나 서류인 듯 보여서 이렇게 제출하지 마시고 피해자의 변호인도 계시고 검사도 있으니까 재판부에 이런 해당 서류를 제출하고 싶으시면 그쪽을 통해서 제출하시면 되는데 그렇게 안 하시고  다르게 제출하시고 그렇게 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보판사는 이 같은 해명이 "법원이나 재판부의 입장은 아니다"면서 "통상적으로 형사소송은 변호인이나 검사가 제출한 서류만 보통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심리에 영향이 있거나 증거서류로 제출받아야 할 서류는 검사를 통해서 제출받는 게 대부분"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 대해 A 교수는 "어처구니 없는 거짓이다. 이런 말을 듣고도 무모하게 탄원서를 쓸 정도의 무식한 사람이 아니다. 제가 없을 때 질책했다고만 들었다. 변호사나 검사를 통해서 제출하라고 들은 바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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