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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수 칼럼] ‘전술핵’은 구세주일까?
 
김양수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09/12 [15:05]

[신문고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의 핵보유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듯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결과를 최대한 축소하고 폄하하던 자세를 견지하던 미국 또한 이번 핵실험을 사실상 수소폭탄 실험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북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못 박은 가장 확실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정부이다. 왜? 6차 핵실험 이후 남한 내 ‘전술핵 배치’를 공론화 시켰기 때문이다.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핵심 논리는 북이 가진 핵무기에 대해 우리도 동급의 무기를 보유하여 ‘공포의 균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즉 남한 전술핵 배치의 전제조건은 북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다.

 

▲ 1953년, 네바다에서의 15kt 포탄 실험...출처 : 인터넷 위키백과    

 

지난 대선 사드 배치 문제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바로미터, 혹은 주홍글씨였다. 당론을 무시하고 사드 배치 찬성을 천명하며 보수표 결집을 노렸던 안철수 후보는 진보측으로 부터 변절자, 배신자라는 마타도어를 당해야 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국회 비준 후 사드 배치’라는 고상한 해법을 제시하여 논쟁의 칼날을 피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재인 집권 후 반년이 지나지 않아 사드는 한반도에 전면 배치되었다. 그가 공약했던 국회비준 과정은 완전히 무시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심지어 국회 비준의 직접 당사자여야 하는 집권여당조차도 공약 파기에 대해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아주 사소하지만 본질적인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중대한 안보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 대한민국 정치권과 사회내부 합리적 토론의 프로세스는 과연 존재하는가? 혹시 우리 사회는 정부 수립 이후 언제나 그래왔듯, 적폐청산, 촛불 정신 계승을 모토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마저도 북의 비이성적 외교안보 공세에 대해 북한 이상으로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드는 우리의 구세주인가? 사드 배치를 반대했던 사람들은 사드가 북의 핵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리고 이는 아주 싱겁게 참으로 증명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증명은 다름 아닌 사드 배치 찬성론자들로부터 나왔다. 사드가 배치되자마자 숨 돌릴 사이도 없이 튀어나온 전술핵 보유 주장. 이것이야말로  사드무용론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아닐까?

 

그렇다면 공포의 끝판왕으로 김정은을 길들이리라 추앙받는 슈퍼스타 전술핵은 과연 우리의 구세주일까? 답을 구하려면 무엇보다 전술핵이 과연 어떤 핵무기인지부터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한반도의 전술핵은 결코 낯선 무기가 아니다. 50년대에서 90년대까지 휴전선 남쪽에 엄연히 존재했던 아주 오래되고 익숙했던 무기이다. 그리고 휴전선에 이러한 전술핵을 줄줄이 깔아둔 한미연합사령부의 속내는 알고 보면 처연하기까지 한 방어측 고뇌의 산물이었다.

 

휴전선에서 서울까지 거리는 40킬로미터 남짓, 북한이 재래식 전력의 압도적 우위를 확보했던 시절에는 기갑전력을 집중하여 우리측 전방 방어선을 돌파하는 경우 아군이 예비부대를 동원하여 이를 막을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전쟁에서 흔히 공격과 방어의 전력 비율이 3대 1은 넘어야 공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골라 전력을 집중하여 선제공격이 가능한 북한과 어디로 북이 침공할지 몰라 휴전선 155마일 전역에 병력을 골고루 분산하여 배치한 남한의 입장을 비교하면 그 시절 상황은 남한에게 확실히 불리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남한의 전술핵은 이러한 전략적 비대칭을 상쇄하는 히든카드였다. 만에 하나 북이 도발하여 전방방어선이 붕괴했을 때,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술핵으로 방어선을 돌파한 북의 기갑부대를 타격한다면 공세의 예봉인 북의 주력부대는 괴멸할 것이고, 한미연합군은 예비대를 동원하거나 다른 지역에 전개한 전력을 이동시켜 방어선에 뚫린 구멍을 메우거나 반격을 가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전술핵은 어디까지나 재래식 전력의 비대칭을 상쇄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지금 김정은이 외교적 협박의 무기로 사용하는 핵무기는? 우리가 품에 안아 구세주로 삼아야 한다는 전술핵과는 의미가 완전히 다른 핵무기, 바로 ‘전략핵’이다.

 

북한이 우리가 상상하듯 핵무기로 오로지 남한을 겁박하여 적화통일을 획책한다든가 한반도에서 남한을 상대로 ‘갑질’을 행사할 심산이었다면 수소 폭탄급 핵무기와 ICBM(대륙간 탄도탄)급 투발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 표현대로 ‘고난의 강행군’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물론 그들은 지금 남한뿐 아니라 일본까지도 공격할 핵능력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 핵무장의 궁극적 목표는 적어도 미국에 핵폭탄 한 발 정도는 날릴 수 있는 ‘전략핵 전력의 확보’이다. 지금 그들이 획득한 한국과 일본 공격이 가능한 핵무장은 어디까지나 궁극적 목표인 미국 타격 능력의 확보를 위한 과정에서 나온 부수적 결과물이라는 거다.

 

이유야 어떠하든 미국을 겨냥한 핵무력 확보에 올인한 북한은 결국 동북아를 위협하는 초보적 수준의 전략핵을 확보했다. 상당히 암울한 현실이지만 이를 사실로 인정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를 ‘공포의 균형’으로 견제할 무기는 과연 무엇일까? 잘해야 전폭기나 아포로 투사가 가능한 전술핵 따위로 탄도미사일에 탑재되어 날아오는 전략핵을 가진 ‘불량 국가’  북한에게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을까?

 

나는 전술핵 배치나 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딱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이왕 ‘안보놀이’나 ‘전쟁놀이’에 심취하려면 좀 통 크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정말 김정은을 핵공포로 다스리고 싶다면 궁상맞고 찌질하게 전술핵 보유를 읇조릴 것이 아니라 ‘전략핵’ 배치를 주장해야 맞다.

 

괌과 오키나와에 배치된 미군 전술핵이 한반도에 전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두 시간이라고 한다. 전술핵 배치론자들은 그 시간도 길다고 한다. 반면에 미국 본토에 배치된 대륙간탄도 미사일이 한반도로 날아오는 시간은 30분 남짓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나라 복지예산 전액을 투자하여 미 본토의 대륙간탄도탄 하나를 임대하면 어떨까? 그 시간도 길다고? 그럼 강남 타워팰리스 한복판에 미국제 ICBM을 배치하면 어떨까?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북한 김정은에게 우리의 ‘살벌한 의지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들 북의 핵무기가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질까 두렵다고 한다. 그 무구한 두려움을 마주하며 나는 한 가지 순수한 의문이 머리에 떠오른다. 적어도 지난 수 십 년 서울시민들은 북의 방사포 위협에 아무런 방어막 없이 노출되어 있었다. 그리고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그들이 보유한 생화학무기를 방사포에 탑재하여 언제든지 수도권에 발사할 능력을 보유하여 왔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정권이 북한이 우리에게 겨눈 그 치명적 위협에 대비하여 우리도 생화학 무기를 다랑 보유하여 공포의 균형을 맞추자고 진지하게 주장했던 사실을 마주한 기억이 나에겐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 북한의 ‘전략핵’을 미군의 ‘전술핵’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질까?

 

대한민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촛불의 열정과 이성’은 북한과 김정은이라는 지극히 비이성적 존재를 마주하면서 순식간에 김정은보다 더 쎈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편집광적 강박증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드 배치가 최선이라 주장했고, 전술핵 배치 논의를 즐기는 듯 수수방관하는 문재인 정부가 있다. 문재인. 그는 과연 촛불의 열정과 이성을 받들었다는 정권의 지도자가 맞기는 한 것일까. 전술핵 배치론이 나오는 작금 이 근본적 문제를 나는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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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12 [15:05]  최종편집: ⓒ 신문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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