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도 사람사는 곳, 文 사랑한다면 비판 필요.

윤석규(전 열린우리당 원내정책실장) | 기사입력 2017/09/18 [09:37]

청와대도 사람사는 곳, 文 사랑한다면 비판 필요.

윤석규(전 열린우리당 원내정책실장) | 입력 : 2017/09/18 [09:37]
▲ 윤석규(전 열린우리당 원내정책실장)  

[신문고뉴스] 윤석규(전 열린우리당 원내정책실장) =  오래 전, 일개 행정관에 불과하지만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는 지 곁눈질 할 기회를 가졌다.

 

정치경험도 없던 시절이라 기대가 컸다.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줄 알았다. 최고 인재들이 모인 곳이니 치밀하고 치열할 거라 생각했다. 겉으로 보기에 아쉬운 결정도 내가 모르는 심모원려가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막상 청와대 생활을 시작하고 보니 일처리가 의외로 엉성하고 의사결정도 즉자적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숨어있는 구상 같은 것은 없었다. 한마디로 거기도 사람사는 동네였다.

    

최근 청와대의 인사행태를 봐도 청와대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알 수 있다. 큰 호평을 받는 초기 몇몇 인사는 아마도 대선 전부터 준비한 카드일 것이다. 중반에 삐걱거린 인사 몇 개는 인수위가 없던 탓으로 돌리고 참아줄만 했다.

    

그러나 취임 후 거의 3개월 차에 한 후반부 인사는 우리가 알다시피 목불인견이었다. 우리같은 보통사람의 눈으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허물을 청와대가 찾아내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안보 및 남북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대처를 보고 아직 국민에게 밝힐 수 없는 큰 그림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는다.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지도자 한 사람의 기발한 발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매우 위험하다.

    

남북문제에 관한한 누구보다 확고한 철학과 폭넓은 지식을 가진 김대중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각계 전문가들과 반(半)공개적인 준비토론을 가졌다. 이영희와 백낙청만 부르지 않고 김학준도 불러 이야기를 경청했다. 김 대통령이 그분들 말씀을 깨알같이 메모하고 하나하나 답변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현 청와대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를 사람 사는 동네라 보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다만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애정을 가질수록 더 그래야 한다. 우리가 완벽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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