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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즐겁고 눈이 즐거운..‘가평 가을 나들이’
 
추광규 기자   기사입력  2017/11/05 [19:18]

최루탄 냄새 가득했던 80년대 대학시절 청량리에서 경춘선을 타고 가평이나 청평 등으로 MT를 떠났던 기억은 4,50대층에게 전두환 군부독재의 암울한 그림자를 벗어나 젊은 날의 낭만을 만끽했던 추억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억눌리고 숨죽여야만 했던 이 시기에 북한강을 따라 이어지면서 해방공간이나 다름 없었던 대성리역 청평역 가평역 강촌역으로 이어지는 이들 기차역에는 청춘의 열기로 넘쳐났습니다. 

 

80년대 경춘선 철로를 달리는 비둘기호라는 낡은 완행열차는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그 욕구를 충분하게 채워주던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경춘선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비둘기호가 달리던 철길을 수도권 전철과 Itx 청춘열차가 달리면서  2017년 가을을 맞은 청춘들을 실어내고 있었습니다.

 

주말이 되다보니 Itx 청춘열차 예매부터가 만만치 않습니다. 1박 2일 일정으로 가야하는데 승용차편이 여의치 않아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일(수) 일찌감치 예약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3일(금) 가는 열차는 좌석이 남아있었지만 오는 편은 일찌감치 좌석이 동이 나고 예약대기 버튼만 떠 있었습니다.

 

경춘선 Itx 청춘열차에 그만큼 많은 이용객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방증일 것 같습니다. 결국 오는 편은 예약대기자 명단에도 올렸지만 끝내 예약을 할 수 없었습니다.

 

 

▲ 자료사진 = 비둘기호 콘셉트로 꾸몄다는 객실 모습.   ©조종안

 

 

가을이 무르익을 대로 익은 가평 청평 북한강변

 

첫째 날 주요 일정을 마무리 지으면서 다음날인 4일에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평군 곳곳을 돌면서 입이 즐거운 맛집과 눈이 즐거운 볼거리를 더듬어 볼 수 있었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마음을 한없이 상쾌하게 합니다. 간밤에 이어졌던 술자리의 개운치 않은 찌꺼기는 선지와 양이 넉넉히 들어간 한 그릇의 양평해장국으로 떨어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방문지는 한국 최초의 양수발전소를 위해 호명산(632m) 정상 쪽에 인공으로 조성한 호명호수 이었습니다. 호수 면적이 15만㎡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산 입구에서 정상까지 버스가 운행하면서 오르고 또 올라야만 하는 산행의 고통을 겪지 않고도 가을산행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 호명호수에서 전망대에서는 한잔의 커피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 올라탄 후 10여 분간 비탈지고 구불구불한 길을 흔들리면서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가평 8경 가운데 한 곳인 호명호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망대에 놓여 있는 벤치였습니다.

 

느긋하게 앉아 늦가을 햇볕의 따사로움을 만끽합니다. 발아래 저 멀리에는 북한강을 따라 펼쳐지는 산세가 웅장합니다.

 

가평 8경중 한곳이라는 백두산 천지를 닮은 숲 속의 호명호수는 우리 겉을 지나쳐 저 먼 세월 속으로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이 가을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호명호수의 모습입니다.     © 추광규

 

 

이어진 방문지는 북한강변의 한 유람선 선착장 이었습니다. 강변에는 울긋불긋 아름답게  단풍든 모습이 수면에도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잔물결을 일으키며 40여분 남짓 운행하는 유람선에서는 강가에서 바라보는 풍경과는 또 다른 북한강의 운치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북한강 양안을 마주 보며 한쪽에는 신천지 휴양시설로 알려진 건물들이 또 그 맞은편에는 통일교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이채롭습니다.

 

▲ 왼쪽의 건물이 신천지 휴양시설로 알려진 곳입니다. 오른쪽 산 중턱의 하얀색 돔 형태의 건물이 통일교 본부라고 했습니다.      © 추광규

 

 

아침부터 이어진 발걸음으로 적당히 허기진 상태에서 점심을 위해 찾아간 곳은 아침고요수목원 인근에 있는 한 춘천 닭갈비 전문집이었습니다. 이곳은 지난 2015년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빠 이휘재와 함께 서언-서준 형제가 맛을 즐기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칠오숯불닭갈비’에는 2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지만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닭갈비 맛은 유명세를 탈만했습니다. 초벌구이한 양념 닭갈비를 숯불에 노릇노릇하게 잘 구운 후 가평 잣이 듬뿍 들어간 치즈퐁듀에 찍어먹는 맛은 새로운 미각의 지평을 열었기 때문입니다.

 

 

▲ 호명호수 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던 행복한 우체통 입니다.

 

 

#아침고요수목원.. 내국인 보다는 외국인 많아 보여

 

1박 2일 일정의 이번 가평 나들이의 마지막 장소는 ‘아침고요수목원’이었습니다. 가을을 맞아 이곳은 국화축제와 단풍축제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가평군 상면에 위치한 아침고요수목원은 고향집정원 하경정원 달빛정원 등의 15개의 정원과 아침고요산책길 선녀탕 야외무대 등의 총 26개의 시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  아침고요수목원 연못의 모습입니다.   

 

 

주말을 맞은 이곳은 막바지 가을을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이 나누는 말을 들어보면 두 명중 한 명은 중국 관광객이었습니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고요수목원에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가을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절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 했습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떠나가는 가을 정취는 새로운 상념을 일깨웁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아름다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처연한 감상에 젖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봄 벚꽃이 생명의 화사함을 보여주는데 반해 가을 단풍은 생명의 처연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단풍이 떨어진 가지에는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수개월 후에는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지만 인생의 가을은 한번 가면 다시는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떤 이가 있어서 당신의 하루를 돈으로 사겠다고 한다면 얼마를 부를 수 있을까요?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할지라도 우리의 하루를 그 값으로 치를 수는 없을 것 입니다. 소중하기 그지없는 시간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이즈음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면 가평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평에는 이날 제가 방문했던 호명호수뿐 아니라 8경에 속하는 용추계곡(용추구곡), 도마치계곡(적목용소), 명지산(명지단풍), 축령산(축령백림), 유명산(유명농계), 운악산(운악망경), 청평호수가 더해집니다. 문화 명소로는 아침고요수목원 외에 남농미술관, 쁘띠프랑스, 현대도예문화원, 취옹예술관, 현등사도 있습니다.  

 

한번쯤은 길 막히는 걸 염려하는 승용차 보다는 80년대 청춘시절 비둘기호의 추억이 남아있는 경춘선에서 수도권 전철이나 Itx청춘열차를 타보는 것도 소중한 추억을 일깨우며 삶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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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05 [19:18]  최종편집: ⓒ 신문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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