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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는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기사입력  2017/11/14 [06:11]

얼마 전 대전 근처의 모 도시에서 주부 대상 인권강의를 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한 여성분이 중학생 자녀가 교복 위에 외투를 입고 등교한 것 때문에 중학교 3년 동안 벌점을 30점이나 받아서 속상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두 달 전 사무실 홈페이지 게시판과 전화로 인권침해 상담을 요청하신 대전의 학부모도 비슷한 얘기를 해 주셨다. 환절기를 맞아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고등학생 자녀가 교복 위에 잠바를 입고 등교하다 교사에게 교칙 위반이라며 벌점 5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학교는 양말 색깔도 흰색과 검은색만 허용 되고, 화장을 한 것처럼 보이는 학생은 그 자리에서 물티슈로 닦아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교복 위 겉옷을 단속한 위 두 학교는 교육부의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두 번째 사건을 취재한 오마이뉴스에 기사에 의하면 교육부는 이미 지난 2016년 1월 '학교규칙(겉옷규제) 시정 촉구 민원 관련 단위학교 학교규칙 개선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17개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 공문에서 "학생 두발·복장·용모 등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은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규칙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외투 착용을 규제하는 학교규칙에 대해 학생 인권침해를 이유로 시정 및 개정을 요청하는 민원이 접수되었다"며 "각 교육청에서는 단위학교에서 학생인권 침해 요소가 있는 학교규칙이 제·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한 것이다.

 

대전의 해당 고등학교 지도교사는 이런 교육부 지침에 대해 듣지를 못했다고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업무 때문에 교사업무가 힘들다고 하는 교사들이 이런 지침은 아예 접하지를 못했다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다.

 

비록 교육부 지침에서 시정을 요구했다 해도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는 왜 그렇게 교복을 입힌 다음에는 기를 쓰고 규제와 단속을 하는 걸까?

 

일곱 살인 우리 집 둘째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지만, 교복을 입지 않는다. 교복을 입지 않을뿐더러 체육복, 태권도장 유니폼 등 아무 옷이나 자기 맘에 드는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간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지만 거기서도 둘째의 옷 입는 스타일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심하게 더럽지만 않다면 학교에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복을 입는 전국의 다수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등교 시간 교문에서, 공부하는 교실에서 교복을 두고 교사와 학생 간의 끊임없는 신경전이 펼쳐진다.

 

충남 지역 인권활동가 네트워크인 ‘충남청소년인권더하기’가 지난 10월 31일 지역의 64개 학교 151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가장 불편하다고 답한 규제 중의 하나가 응답자 중 64.7%가 꼽은 ‘겨울철 외투는 반드시 교복 상의 위에 입어야 한다’는 규제였다.

 

유치원 때도 초등학교 때도 입지 않고 규제도 하지 않던 교복은 중고등학교 때는 이처럼 엄청난 감시와 규제 대상이 된다. 교복뿐만 아니라 머리 모양과 길이, 양말의 색깔, 화장 여부 등도 중고등학교 때는 단속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중고등학교 안의 단속 대상들은 대학교에 진학하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차이는 고작 나이 1~2살 차이일 뿐인데 고등학생 처지에서 보면 정말 마법처럼 자신의 신체와 개성, 자기표현의 자유를 옥죄어 오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10대 청소년들이 단속과 규제와 미성숙의 대상에서 수능시험 한 번을 치고 나면, 그래서 대학에 가거나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옷차림도, 머리스타일도, 양말색깔도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절대반지를 가지게 되는 이해하지 못할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은 복장과 머리 스타일을 규제해야 하고 대학생과 일반 직장인은 자유로워도 된다는 기준은 어떻게 해서 생긴 것일까?

 

복장과 머리 스타일을 규제하고 단속하면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고 성적도 오른다는 연구논문이라도 있는 것일까?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아이는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파마를 하고 다닌다. 싫증이 나지 않는다면 꽤 오래 하고 다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교육 현실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학교에 입학할 때쯤이면 아마도 파마를 풀고 머리 모양도 짧게 깎아야 할 것이다.

 

그때 둘째 아이가 “왜 중학교에 가면 파마를 풀고 머리 모양도 짧게 해야 돼요?”라는 질문을 받는 상상을 하면 나는 별다른 대답할 거리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혹시 “중학생이니까, 대한민국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그냥 그렇게 하는 거야”라는 대답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내 아버지의 학창시절에서 나와 또 내 자식 세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을 한다는 다수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머리카락과 복장에 대한 규제와 단속은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반세기를 훌쩍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무색할 만큼 그 단속과 규제에는 합리적인 이유와 설명이 없다. 무채색 양말만 신어야 하고, 추워도 교복 위에 덧옷을 입지 말아야 하며, 귀밑 몇 센티까지 머리를 잘라야 학교생활을 잘하고 그래야 공부도 잘 한다는 미신 같은 교칙이 기성 교육세대의 엄포성 주장과 함께 난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기더니 그 알파고에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알파고 제로’라는 인공지능까지 나오는 세상이다. 지나온 100년의 변화보다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변화가 더 빠를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고급정보도 아닌 상식이 되어버렸다.

 

이런 세상에서 학생들의 교복 위에 입는 덧옷과 머리 모양으로 인권침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런 얘기는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  

 

 

[인권연대] 목에가시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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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4 [06:11]  최종편집: ⓒ 신문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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