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시위대'..."기자는 시위도 못합니까!"

김은경 기자 | 기사입력 2017/11/15 [17:28]

'기자'와 '시위대'..."기자는 시위도 못합니까!"

김은경 기자 | 입력 : 2017/11/15 [17:28]

[취재 서울의소리 김은경 기자 / 편집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기자와 시위대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를 다 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자는 시위도 못합니까“

 

그러나 사실은 이렇게 말했어야 했을 것 같습니다.

 

“백화점가서 쇼핑이나 하고 친구들과 맛있는걸 함께 먹고 있어야 할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직접 기자가 되어야 하고 정치활동 또한 직접 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 마저도 저지를 당해야 하는 겁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2박 4일간의 바레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15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가 순간적으로 택해야만 했던 선택과 그에 대한 후회에 대한 생각입니다.

 

 

▲  피켓을 들고 있는 김은경 기자    © 쥐를 잡자 특공대

 

 

그들이 두려워 하는 건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이다

2박 4일 바레인 일정 마친 MB 인천공항 입국장 스케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박 4일간의 바레인 일정을 마치고 15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습니다. 기자는 지난 10월 10일부터 논현동 MB자택에서 구속을 촉구하면서 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쥐를 잡자 특공대’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풍찬노숙에 견줄만한 강남구 학동역 인근에서 한 달이 넘는 투쟁시간 동안 경찰의 VIP철통 방어로 인해 그의 그림자도 구경 못했던 그만큼 투쟁력이 강해져 있었습니다. 이때문에 출국하는 MB 지근거리에서 목청껏 '이명박 구속'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12일 출국 당시에는 ‘쥐를 잡자 특공대’가 몇 사람 안되었기 때문에 경호를 맡고 있는 경찰이 방심했던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쨓든 MB 입장에서는 ‘쥐를 잡자 특공대’에게 뒤통수를 맞은(?)후 출국하였기에 입국 과정에서는 보안이 강화가 될 것은 뻔해 보였습니다.

 

예상을 여지 없이 들어 맞았습니다. 오늘 10시 50분 MB 입국을 앞두고 VIP 입출국 장소가 있는 1번 게이트 출입문 옆으로 이동하는데 출국때는 아무런 제지도 못받았던데 반해 이미 의경들이 줄 세워져 있었습니다. 거친 문답이 오갔습니다. 왜 못들어가냐 등 실랑이를 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뻔합니다. ‘당일 행사가 있어서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답변입니다.

 

“아! 그래? 기자증 있으니 나는 들어가겠다”

“그래도 안된다”

“아! 그래? 기자출입 제한 그거 위법인데”

 

 

▲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김은경 기자     © 쥐를 잡자 특공대

 

 

제가 이런 식으로 대응을 했더니 경찰은 어디론가 무전을 쳤습니다. 그러더니 출입을 허용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한 겹 더 방어를 할 요원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은 한 사람만 허용하겠다고 하면서도 단 이쪽으로는 못 들어간다고 막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곳으로 들어간다 하고 진입을 시도 하는데 경찰은 또 다시 몸으로 막아섰습니다.

 

'아! 그래? 난 들어가야겠다'하고 밀면서 계속 진입을 시도하지만 경찰은 마찬가지로 절대 안 된다며 막아섰습니다.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목 워머를 벗어 던지고 긴 코트 또한 벗어 던지고 건드리지 말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그러다 조금만 더 가면 입국장이 보일 것 같아서 어깨에 두르고 있던 핸드백을 경호원 어깨 위로 냅다 최대한 멀리 던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긴 코트를 던지면서 드디어 경찰 경비막을 뚫는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더 막지 못했던 이유는 입국장만 주시하던 수많은 취재진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명분 없이 기자 출입을 저지한 사실이 주목된다면 그 답은 뻔 할 것 같아서 막는걸 포기하지 않았는가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드디어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국 장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자리에서 꼼작 않고 있는 취재진에게 목청껏 외쳤습니다.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

 

▲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고 있는 쥐를 잡자 특공대    © 김은경

 

 

이런 상황이 펼쳐지자 몇명 취재진이 돌아보면서 쥐를 잡자 특공대의 목소리를 취재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쥐를 잡자 특공대는 출국 때에 보다 한결 더 앞에 취재진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 그 앞까지 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곧 공항관리 직원으로 부터 지난번과 같이 뒤쪽에서 자리 잡아 달라 얘기를 들었으며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직장인 모임인 ‘쥐를 잡자 특공대’이지만 그에 앞서 <오마이뉴스>시민기자이며  <서울의 소리> 기자 소속으로 그 자리에 와 있었다는 점이기에 가만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기자로 등록한 것은 정치활동을 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써서 올릴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언론의 환경 때문입니다.

 

‘알리고자 직접 시민기자’가 된 저는 오늘 ‘시민 정치 활동가’냐 ‘시민 기자’냐 라는 두 가지를 한 번에 맞닥뜨렸던 것 입니다. 저는 두 가지를 다 해야겠다고 순간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어디서 삿대질 입니까! 저도 기자입니다. 기자는 시위도 못합니까”

 

제 항의에 경찰 벽이 다시 주춤하면서 뚫고 앞으로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의 기자 역할은 여기까지고 이제는 시위대의 역할입니다. MB가 도착할 타이밍에서 뒤에서 피켓만 들고 기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청년민중당’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늘 MB입국 현장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었습니다. 내가 앞에서 뚫고 들어가노니 뒤 이어 들어오게 되는 청년들에게 고했습니다.

 

“지금 외치라고! 가열차게!”

“지난번엔 MB의 뒤통수를 갈겼으나! 지금 이순간은 MB의 면전을 후려치라!”

“이명박을 구속하라!”

 

저는 곧 바로 여경들에게 포위되었습니다.

 

“차에 안 뛰어 든다고. 나도 사진 좀 찍겠다고!”

 

 

▲ 삿대질 하는 직원에 맞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김은경     © 쥐를 잡자 특공대

 

 

저의 이런 말은 이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기자라고 보기에는 시민운동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요. 이도저도 무엇도 못한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VIP가 탄 차가 지나가자 이들은 힘껏 껴안던 자신들의 양팔을 풀고 사라졌습니다.

 

어쨌든, 현장 상황은 ‘쥐를 잡자 특공대’가 준비한 입국성명서를 발표하기 보다는 ‘청년민중당’이 기자회견을 하게끔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자리를 뜨기로 했습니다.

 

입국장에서 경호마킹을 당하면서 뒤를 돌아 봤을 때 눈에 익지 않은 피켓을 높이 들고 쥐를 잡자 특공대와 함께 서 있던 ‘청년 민중당’ 청년들에게 그들이 기자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은 그들이 우리와 함께 적폐청산을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이라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행동해야만 합니다. 이명박 구속을 외쳐야만 합니다. 이명박 구속 없이 적폐청산은 멀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나와야만 합니다. 그리고 학동 MB 자택 앞으로 행진 해야만 합니다.

 

‘정봉주와 미래권력’ 그리고 ‘쥐를 잡자 특공대’가 함께 오는 19(일) 오후 2시 삼성역 4번 출구 청계재단에서 학동역 6번 출구 인근의 MB 자택 앞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합니다. 5시에는 학동농성장 촛불문화제로 이어집니다. 많은 시민들이 오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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