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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대의 "기생충 차별의식"을 개탄한다.
 
김양수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7/11/22 [23:56]

[신문고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나는 내과의사이다. 중견병원 과장으로 좋게 말해 조용한 일상이고, 정확히 표현하자면 '평범한 의업(醫業)'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의사로서의 현재 내 일상은 심각한 상태가 아닌 급성기 환자 진료와 처치, 성인병 환자 관리 등이다. 즉 그런 소소한 일상이 내 근무시간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건강검진, 예방접종도 병원에서 나의 업무 영역에 속하는 분야이고, 수술을 앞둔 다른 과 환자의 수술 전 평가 또한 내가 하는 일 중 하나이다. 한마디로 내가하는 일 모두가 의사로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극심한 스트레스나 긴장을 요구하지 않는 일들이다. 가끔 응급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설령 그런 ‘사고’가 터져도 나는 초기 대처만 잘하면 그만이다. 중환자실이 없는 우리병원에서 위중한 환자는 응급처치 후 최대한 빨리 3차 병원에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지천명 나이를 넘긴 요즘. 가끔 생각해 본다. 지금 내 모습은 젊은 시절 꿈꾸었던 의사의 모습인가 하고. 답은 물론 ‘아니다.’ 이다. 그것은 사내아이 모두의 꿈이 대통령, 과학자, 장군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리라.

 

사내아이의 로망이 대통령, 과학자, 장군이라면 의대생의 영원한 로망은 외과의사이다. 나 또한 그랬었다. 외과의사중에서도 현장을 뛰며 생명을 구하는 외상전문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외과의를 쉽게 포기했다.. ‘매의 눈, 사자의 심장, 천사의 손’ 훌륭한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한다는 재능이다. 젊은 시절 열정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재능이 미치지 못함을 나는 금방 깨달았다. 조금 더 나이를 먹어 꾸준한 노력으로 천성의 부재를 극복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지만, 그때는 이미 열정을 잃어버렸다. 수련의 시절 지옥같았던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경험. 평생을 그런 곳에서 살아갈 용기도 의지도 나에겐 없었다.

 

주사파와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의 관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럼에도 그는 국정감사에서 주사파에 대한 색깔론적 질문을 받자 ‘모욕감을 느낀다.’면서 발끈했다. 나는 임종석을 100% 이해한다. 5공 시절 독재정권에 대항해 최루탄 맞아가며 *돌 한 번 던져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신들 ‘민주화 공신’을 건드리지 말라는 의지를. 

 

임종석은 우리들에게 ‘시대의 부채의식’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 또한 586의 한사람으로서 죽을 때까지 ‘운동권 전사님들’에게 부채의식을 느끼며 살아가고자 한다. 그들이 주사파였던 아니었던 상관없이 그들이 이띵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점을 인정한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다. 나는 대한민국의 의사로서 내가 이루지 못한 로망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료의사들을 존경하며 그들에게 갚을 수 없는 부채의식을 가지고 내가 맡은 의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내가 의사로서 부채의식을 느끼는 한사람이 바로 이국종 교수이다. 그가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외상 환자들의 목숨을 구한 사연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이국종 교수는 이번에도 총상으로 사경을 해매는 생명을 구하는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했다. 귀순한 북한 병사를 살려낸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의 정치인께서 그에게 ‘인격테러’ 운운하며 시비를 걸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님이시란다. 

 

▲ 김종대 의원 페이스북 캡쳐     © 임두만

 

인권 좋다. 그러나 나는 일단 그가 느끼는 문제의식 자체가 지극히 차별적인 편견에 근거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집도의로서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의학적 브리핑을 하는데 있어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언급해야 하는 것은 의사의 기본 중 기본이다.

 

장내 기생충 감염은 복부 외상 환자의 수술 후 회복에 있어 중대한 변수에 속한다. 그런데 김종대 의원께서는 이국종 교수가 그 내용을 브리핑한 것이 환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단다. 왜 그게 인격권 침해가 될까? 답은 김종대 의원의 말속에 있다.

 

회충 따위 기생충 감염은 아주 지저분한 병이므로, 이를 밝히는 것은 북한 병사의 인격뿐 아니라 북한이라는 국가의 국격까지 모독하는 사안이 된다는 거다.

 

나는 진보 정치인의 가치관이 이렇게 꼬여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일단 북한 병사가 회충에 감염된 것은 그의 잘못이 절대로 아니다. 기생충 감염은 그가 삶을 영위했던 북한 사회의 현존하는 병리 현상 중 하나일 뿐이다. 다시 말해 귀순 병사가 특별히 불결한 개인위생관리를 한 것도, 매춘이나 마약 따위 부도덕한 사생활의 결과로 비롯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유명인 중 한사람이 중병에 걸려 메디칼 브리핑을 할 때 주치의가 환자가 결핵으로 폐기능이 저하되어 예후가 불량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치자. 이게 개인 사생활의 심각한 노출이 될까? 천만에, 대한민국에서 폐결핵에 걸리는 일은 길을 걷다가 머리에 새똥을 맞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다. 결핵은 누구나 아무런 잘못 없이도 운이 없으면 걸리는 병이라는 이야기다.

 

귀순병사도 마찬가지다.

 

기생충 감염으로 그를 지저분한 인간으로 낙인찍을 의사는 아무도 없다. 설령 의학적으로 무지한 사람이 그런 편견을 갖더라도 의사라면 그것을 바로 잡아줄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B형 간염 보균자의 채용을 차별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인권위가 그것을 바로잡은 역사가 있었다.

 

결국 김종대가 인격테러 운운하며 흥분한 이유는 김종대의 가치관에서는 ‘기생충 감염 = 매독처럼 불결하거나 나쁜 짓의 결과’ 라는 식으로 질병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잣대가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차별없는 사회와 인권존중을 말하면서 차별하는 잣대가 존재한 것이다.

 

귀순 병사의 기생충 감염 사실이 북한이라는 국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는 김종대의 주장 또한 마찬가지다. 김종대는 집도의로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상황 브리핑을 하는 의사를 마타도어하기에 앞서 병사 한사람의 기생충 감염을 근거로 북한 국가 전체가 기생충 천국이라는 식의 선정보도를 하는 찌라시 수준의 언론부터 바로 잡고자 투쟁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김종대 의원의 또 다른 문제제기는 의료법 위반이다.

 

이국종 교수께서 의사가 준수해야할 개인 사생활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거다. 인권을 아주 사랑하시는 진보 정치인으로서 충분히 제기 가능한 문제라고 치자. 그렇다면 적폐청산의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박근혜의 인권유린에 대해 김종대 의원께서는 왜 철저히 침묵하고 계셨을까.

 

나는 박근혜를 옹호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녀의 모든 사생활은 낱낱이 까발려 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녀는 공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를 둘러싼 모든 의료행위는 특검에 의해, 언론에 의해 현미경 수준으로 파헤쳐졌고 지금도 파헤쳐지고 있다.

 

하지만 김종대 의원의 숭고한 인권의식에 비추어 볼 때, 박근혜의 의료행위는 마땅히 보장되어야할 사생활의 영역은 될 수 없는 것일까. 왜 국가적 관심 인물인 귀순병사의 기생충 감염은 철저히 은폐되어야 하고 박근혜의 리프팅 시술은 하염없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라는 의문부호를 끝없이 붙이며 집요하게 추적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김종대는 진보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그는 질병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가치관의 소유자이자 인권 문제에 있어 일관성을 상실한 채 선택적으로 인권을 적용하는 진영논리의 노예에 불과하다. 이 땅의 진보 정치가 만개하기를 진정으로 소망한다면 김종대 같은 부류부터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국종 교수는 그냥 평범한 의사에 불과한 나의 영웅이자 내가 의사로 살아가는 한 죽는 순간까지 벗어날 수 없는 부채의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필칭 '진보 정치인'이란 국회의원이 기생충을 가지고 시비를 걸며 인권테러 운운하며 ‘위대한 의사’ 이국종 교수를 백일하에 능멸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사태를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하고자 한다. "인권을 말하하면서 정작 인권의 본질도 이해하지 못한 '얼치기'가 이 시대가 존경해야 할 영웅의 인격을 짓밟은 사태" 라고.

 

끝으로, 이국종 교수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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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22 [23:56]  최종편집: ⓒ 신문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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