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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을 ‘상식’으로..권용하가 말하는 5년!
 
강규수 추광규 기자   기사입력  2017/12/05 [12:24]

 [공동취재 베타뉴스 강규수 기자 /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1678’과 ‘1413’

 

두 개의 숫자는 모두 날자와 관련이 있다. 하나 더 있다. 용산화상경마도박장과 관련된 숫자라는 점이다. 의미는 뜻 깊다. 희망 없는 가운데 주민들의 힘으로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든 숫자라는 점에서다. 또 그 안에는 수많은 용산주민들의 용기가 더해졌다는 점에서다.

 

숫자 '1678'은 2017년 12월 4일 현재 용산화상경마 도박장 투쟁 반대운동을 시작한 날짜다. 숫자 ‘1413’은 천막노숙농성을 헤아리는 날짜다. 이제 이 숫자는 스물여섯번만 더하면 더 이상 헤아릴 필요가 없게 된다.

 

지난 8월 27일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 등의 주최로 마사회와 우원식, 이학영, 이정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협약식에서 이달 말까지는 폐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숫자 ‘1678’과 ‘1413’을 만들어 오는데 한 몫을 크게 해낸 사람이 있다. 권용하(56) 전 용산구의원이다. 그는 1인 시위 등을 통해 숫자가 이어지게 하는데 힘을 보탰다. 365일 가운데 363일을 매일 1시간씩 1인 시위를 했다는 뚝심의 권 전 의원을 4일 오후 천막농성장 현장에서 만났다.

 

 

▲ 권용하 전 구의원을 4일 천막농성장에서 만나 지난 5년의 세월을 들었다.     © 강규수

 

 

용산 주민 '앞장서고'-참여연대 '밀고'- 정치권 '돕고'

 

-용산화상경마도박장 반대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

“제가 현직 구의원으로 있을 당시인 지난 2013년 3월 주민제보를 받고 알게 됐다. 저와 오천진 의원 (새누리당) 설혜영 의원 (정의당)등 세 사람이 구의회에서 대처를 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이어 성심여고 김율옥 교장수녀를 만나서 말씀을 드리면서 시작이 됐다”

 

-구 의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거론하고 구체적으로 움직였는지

“오천진 의원이 구의회에서 이건에 대해서 구정질문을 했다. 오천진 의원과 제가 의회가 끝난 후 오후가 되면 용문시장에 천막을 치고 반대서명을 해달라고 핸드마이크로 지나가는 주민 시장상인 장을 보러 나온 어머님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하루에 80명도 100명 정도 그렇게 50일 가까이 한 3천명이상 받았다.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해 5월경 성심학교에서 '도박장 반대대책위 추진위원회'가 만들어 졌다.

 

저는 이때부터 하루 1시간씩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이틀 빠졌으니 1년 365일 가운데 363일 동안 시위를 했다. 반대대책위가 처음부터 활동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5월 구성만 되어 있던 중 2014년 6월 용산 도박장이 기습개장을 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1인 시위를 계속했지만 주위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사회는 저를 아는 위원장을 통해서 1인 시위를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이와 함께 아는 형님 지인들로부터 마사회 취직과 돈까지 제안 받았다.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1인 시위를 계속하자 그 다음부터는 회유도 하고 협박도 했다 ‘1인 시위를 계속하면 다음에 구의원 공천 못 받는다’ ‘당신 뜻을 동의하는 주민들이 하나도 없다’ '마사회가 들어와야 지역상권이 산다'고 저에게 야유를 하며,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그만둬라’는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하지만 주민의 대표인 구의원으로서 그리고 공인으로서 화상도박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겠다고 주민들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분들이 그렇게 했어도 '열심히 할 테니 도와 달라'는 말을 했을 뿐 그분들과 언쟁을 할 사안은 아니었다”

 

-1인 시위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즐거움은 없었는가

“그 당시에는 암울하고 진짜 힘들었다. 아무런 희망이 없었다. 김광진 국회의원은 순천에도 화상경마장 문제가 있었는데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용산화상경마도박장은 전국 최대 규모다.

 

지하 7층 지상 18층 총 25층 규모다. 마사회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인 용산에 대못을 박으려고 하는데 1인 시위는 계란 들고 바위치기 이었다. 사실 기대 같은 거는 당장 안하고 주민들에게 막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주위에서 도움을 준 사람은 없었나

“지역 현안이 있을 때 지역의 대표로 뽑아준 구의원이나 구청장 국회의원이 앞장서야 빨리 해결이 되는데 이 문제만큼은 전부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었다.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동네 일부 직능단체들과 찬성단체를 동원해서 방해를 했다.

 

용산구청장은 드러내놓고 반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한테 힘을 실어주지도 않았다. 어렵게 싸우고 있는데 힘을 보태주지 않았으니 아군이 아니다. 그럼에도 반대운동에 참여한 엄마들과 학부모 거의 전부가 집에서 애들만 키우고 남편들 밥만 해주던 분들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과 교육환경을 지키겠다는 일념이 이번에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승리로 마무리한 5년의 세월을 말하는 권 전 구의원의 얼굴은 밝았다.    © 강규수

 

 

-재선 의원으로 용산도박장 반대운동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지난 2014 지방선거에서 불출마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초선의원이 되었다. 2010년 재선된 후 2년 정도 지난 2012년도에는 민주당 소속이었다. 그런데 당시 조순형 후보가 국회의원 출마하러 순천에서 용산으로 왔다. 그 분의 선거운동을 돕지 않겠다고 생각해 탈당했다.

 

2014년 초에 당시 안철수 대표가 이끌던 국민연합에 입당했다. 당시 안 대표는 100년 정당을 만들고 물리적 화학적 결합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합리적인 정당이라고 생각해서 입당했는데 김한길 대표의 민주당과 어느 날 아침에 합당했다.

 

민주당에서 정치행보를 계속하던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분당하면서 따라가지 않고 자연스레 더불어민주당에 남았다. 2014년 지방선거에 아쉽게도 출마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출마를 하려고 한다. 제가 이곳에서 경마도박장 이슈를 놓고 5년을 싸웠다. 당에서 전략공천을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용산도박장 투쟁은 제가 현역 때부터 시작해 지금 현재 까지 싸워왔지만 주민의 대표로 뽑아준 공인은 아무도 동참 안했기 때문이다.

 

1인 시위 할 때 뒤에서 비난하고 야유나 보내고 남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야비한 짓을 했다. 일반 범부들이 해도 지탄받을 일이다. 공인으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저는 내년 지방선거 당 공천 심사 위원회에게도 모든 내용을 다 보낼 것이다. 공천 받고 안 받고는 이후의 문제이다.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니까...”

 

 

▲ 천막농성장의 내부 모습. 천막안에 또 하나의 천막을 쳐놓았다.     © 강규수

 

 

-용산을 대표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공인은 도덕적. 윤리적으로 모범이 되어야한다. 염불보다 잿밥에 신경 쓰는 스님을 나는 싫어한다. 떳떳하고 매사에 당당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거리낄게 없는 당당한 사람이 용산의 주민을 대표해야 하고 공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구의원이 되면 구의회 의장을 꼭 해보고 싶다. 의장이 된다면 풀어야할  문제가 많다. 공무원 습성도 바꿔야 하고 용산 주민들 공익을 위해서 못했던 것도 많다. 지금 자연인으로 돌아와서 보니 많은 것이 느껴지고 다시 구의원이 된다면 참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제 지역 동자동에 쪽방촌이 있는데 이곳에 기초수급자 차상위 계층 독거노인 등 어려운 분들이 많이 산다. 주거환경에서부터 모든 생활이 굉장히 열악하다. 쪽방이 좁아 다리도 제대로 못 펴는데 이곳을 단계적으로 개선 해보려고 한다. 지자체만으로는 힘들겠지만 서울시 하고 같이 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세 번째 관심을 갖는 것은 서울시에서 꼴찌인 구립도서관 문제다. 청파동에 100평 정도 되는 청파구립도서관 한 곳 있을 뿐이다.  장서도 고작 2만권 밖에 안 된다. 전문도서는 아예 없다. 성북구 동대문구 같은 경우에는 구립도서관 장서가 40~50만권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또한 이런 구립도서관이 여러곳이 있고 더 확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끄럽고 창피스럽다. 도서관을 많이 확충하고 싶다. 가족 간에 남녀노소간에 친밀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장소이다”

 

-용산 화상경마 도박장 문제가 해결되면 용산의 현안은 또 어떤 게 있는가

“용산기지 기름오염 문제등 해결 해야 할 사안이 많다. 용산은 개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뜨고 있는 곳이다. 이런 부분 외에도 크고 작은 현안이 많다. 우리 구에서 차근차근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함께 같이 풀어야 한다”

 

-용산 화상경마 도박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은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지난 8월 협약식에서 ‘용산 장외발매소 건물 매각을 원칙으로 하며 장외발매소 용도로 활용하지 아니한다’라고 협약을 맺었다. 마사회 관계자에게 물어보니까 ‘처분해야겠지요’라는 말만 하더라. 뚜렷한 계획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매머드 건물이 불 꺼진 채 방치된다면 그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1,200억을 받아야 한다는데 주변 시세는 2/3 밖에 안 된다.

 

마사회가 무조건 손을 떼고 기증을 해주면 가장 좋은데 너무 무리한 요구일 것 같다. 대신에 그 활용방안으로 키즈카페가 들어와 있으니 이 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는가 한다. 마사회가 시설 사용권이라도 넘겨줬으면 한다”

 

-천막에서 돌아가면서 밤을 새웠는데 어려움은 무엇이었는가?

“일주일에 한번 씩 밤을 새면서 잠을 잤다. 천막 쳐 놓고 몇 달 동안은 많게는 일곱 여덟 명이 밤을 새워 지켰다. 엄마들은 밥을 해줬다. 천막에서 밤을 새운 후 그곳에서 아침에는 출근을 했다. 그 다음부터는 주야간으로 당번을 정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하다가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잤다. 그 다음부터는 격주로 2인 1조로 조를 짜서 농성장을 지켰다. 제 차례는 이제 앞으로 두 번 남았다. 

 

지나가는 사람이 시비를 거는 경우가 많아 밤에는 불안하다. 노상이기 때문에 잠 드는 게 어렵다. 찻소리가 시끄럽다. 취객이 야유를 보내고 천막주변에는 너희들 뭐하는 짓이냐며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밤을 새우고 출근을 하면 슬프다. 몸이 피곤한 것도 피곤한 것이지만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출근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천막이라고 하지만 사실 천 쪼가리 하나만 쳐져 있는 것이다. 전기장판이 있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자고나면 삭신이 쑤신다. 요 앞은 복개 도로여서 차가 달리면 소리가 더 크게 난다.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다. 이불을 뒤집어쓰지만 이불 밖으로 뭘 못 내민다.

 

여름 보다는 겨울이 더 힘들다. 여름은 땀만 흘리면 되는데 겨울은 골병이 들더라. 겨울에 1인 시위를 하면 전신에 마비가 온다. 옷을 최대한 껴입고 온다. 펭귄처럼 뒤뚱뒤뚱 한다. 발가락이고 손가락이고 감각이 없다.

 

집에 들어가면 온기 때문에 온몸이 근질근질 해진다. 얼었다가 녹으니까 저절로 긁었다. 반복해서 긁으니까 피가 나서 온몸에 흉터가 생겼다. 1인 시위를 매일 해오던 것이니까 하루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여름은 죽을 일이 없지만 겨울은 얼어 죽을 수 도 있다. 이곳 생활이라는 게 컵라면과 커피가 전부였다.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기쁨이 크다. 암울할 때는 몸은 더 괴롭더라. 처음에는 우리가 기대할 게 없으니 고통은 더욱 컸다"

 

 

▲  저 작고 낡은 천막에서 주민들이 승리를 일궈냈다.    © 강규수 기자

 

 

-노숙농성의 즐거움은 없었는가?

“좋았던 것은 다들 힘든 부분이 있음에도 내색을 안했다는 점일 것이다. 다 같이 고생하고 있고 마음속으로 알고 있기에 내색하기 어려웠다. 진한 동지애가 생긴 것이 노숙농성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오늘(4일)로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반대투쟁 1678일 노숙농성 1413일 째다. 이 싸움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경마도박은 타락문화이다. 마사회가 서민들의 등을 치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여러 가지 잘못된 개념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 것 같다. 비상식적인 것을 상식적인 것으로 올바로 잡았다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고 싶다. 정의로운 것은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끝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과 이 싸움을 도와준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은

“집회과정에서 마사회 직원과 발생한 몸싸움 때문에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는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잘 마무리 되었으면 한다.

 

우리가 힘들 때마다 긴급 S. O. S 보내면 달려와 주신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님. 박영선 더블어민주당 원내대표님. 김광진 의원님을 비롯하여 여러 국회의원님.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의 도움도 무척 컸다.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게 해준 그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산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지난 세월 어떻게 지내왔는지 정말 모르겠다...주민들 안 된다고 했을 때 낙심이 컸는데 이런 결과가 꿈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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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05 [12:24]  최종편집: ⓒ 신문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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