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작은 두 손이 그 많은 눈물을 어떻게 닦을까?"

[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5] 동정녀 마리아의 탄생

번역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1/07 [17:02]

"저 작은 두 손이 그 많은 눈물을 어떻게 닦을까?"

[발또르따의 예수 이야기-5] 동정녀 마리아의 탄생

번역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1/07 [17:02]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8. 26.  

 

나는 채소밭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만삭의 안나를 본다. 안나는 자신을 닮은 친척여인의 팔에 의지하고 있는데, 내 고장 이탈리아의 무더위와 흡사한 무더위 때문에 그녀의 피로가 가중되는 것 같다.

 

밭의 공기는 몹시 뜨겁고 숨 막히게 하는데, 그늘에 들어가더라도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뚝뚝 끊어지는 무르고 뜨거운 반죽처럼 공기가 무겁다. 태양광선은 무자비한 푸른 하늘로부터 사정없이 내리쬐고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는 대기를 희뿌옇게 만든다. 오래 전부터 가뭄이 계속되어 관개가 되지 않는 곳의 흙은 문자 그대로 아주 미세한 하얀 먼지가 되어 있다. 바닥에 습기가 남아 있는 나무 밑은 짙은 적갈색인데 반해 그 바깥 땅은 옅은 분홍색을 띠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식물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는 작은 화단이나 장미넝쿨들 주변, 재스민과 다른 꽃들 특히 곡식을 거두어들인 밭들이 시작되는 데까지 과수원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가는 아름다운 포도나무 퍼골라 앞과 주위에 있는 땅에는 물을 주었기 때문에 그 곳들은 짙은 적갈색이다.

 

소유지의 끝을 표시하는 과수원의 풀도 가늘고 바싹 말라 있다. 루비 같은 작은 빨간 열매가 잔뜩 달린 야생 산사나무 울타리가 있는 경계선에 있는 풀만 더 푸르고 빽빽한데, 목초와 그늘을 찾아온 어린 목동이 양들과 함께 그 곳에 있다.

 

요아킴은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가 줄지어 심겨져 있는 주위에 조수 두 명과 함께 있다. 그는 나이가 들었는데도 재빠르고 열심히 일한다. 그들 세 사람은 메마른 식물에 물을 주기 위하여 밭 가장자리에 작은 고랑을 파고 있다. 물은 잠시 노르스름한 수정처럼 흐르다가 몇 초 후에는 열매가 많이 달린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 줄기 주위에서 축축하게 젖은 땅에 칙칙한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사라지고 만다.

 

그 밑에 황금빛 벌들이 황금빛 포도 알의 단맛에 이끌려 윙윙거리고 있는 그늘진 퍼골라를 지나 안나가 천천히 요아킴을 향하여 걸어가자 요아킴이 안나를 향해 서둘러 다가온다.

 

▲ 사진 출처 =  픽사 베이

 

 

“당신 이렇게 멀리까지 왔소?”

“집이 화덕처럼 더워서요.”

 

“당신이 더위 때문에 고통당하는구려.”

“제 임신 말기의 유일한 고통인데,. 이것은 사람과 짐승 모두의 자연적인 고통일 뿐이에요. 여보, 햇볕에 너무 오래 있지 마세요.”

 

“오래 전부터 고대하던 비가 사흘 전부터는 올 듯도 하더니만 아직도 오지 않아서 들판이 타고 있소.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물이 펑펑 솟는 샘이 가까이에 있지 않소. 나는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도랑을 팠소.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잎이 시들어 가는 식물들에게는 약간의 위안을 주는 조치이지만 겨우 목숨이나 붙어 있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오. 제발 비가 좀 왔으면…!”

 

요아킴이 모든 농부들과 같은 안타까움을 가지고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안나는 마른 종려나무 잎을 색색의 실로 엮어서 만든 부채로 부채질한다.

 

친척 여자가 말한다.

 

“저기 대 헤르몬 산 저쪽에 빠른 구름이 일고 있어요. 북풍이 부니 날씨가 서늘해질 거고, 어쩌면 비가 올지도 몰라요.”

 

“바람이 사흘간이나 일었는데 달이 뜨면 잠잠해져 버리니 원.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소.” 요아킴은 의기소침하다.

 

“여기도 숨 막힐 정도로 덥긴 마찬가지니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어요.” 이렇게 말하는 안나의 얼굴은 창백해서 평소보다 더 올리브색을 띤다.

 

“당신 몸이 불편하오?”

 

“아니에요. 성전에서 은총을 받았을 때에 경험했고, 제가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느꼈던 커다란 평화를 지금도 느껴요. 이것은 황홀과도 같아요. 육체는 나른하고 졸리는 상태에 빠져들지만 영혼은 몹시 기뻐하고 육체와는 동떨어져서 평화롭게 침잠해요. 여보, 저는 당신을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갓 결혼하여 당신 집에 들어와서 ‘나는 의인의 아내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저에게는 평화가 있었고, 당신이 용의주도한 사랑으로 저를 보살펴 주실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지금 이 평화는 그 평화와 달라요. 아시겠어요? 이것은 우리 조상 야곱이 천사들에 대한 꿈을 꾼 후에 그분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번져서 부드럽게 스며드는 기름처럼 위로해 주는 평화,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토비야 가족에게 라파엘 대천사가 나타났을 때 그들이 느꼈던 기쁜 평화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느낌에 몰입하면 이 느낌은 점점 더 강해지면서 저는 점점 더 기뻐져요. 마치 제가 파란 하늘 위로 올라가는 것 같아요.

 

이 평화로운 기쁨을 제 마음에 가지게 되면서부터 왠지 모르게 노래 하나가 마음에서 떠오르는데, 그 노래는 늙은 토빗의 찬미가에요. 그 노래는 이 시간을 위해서, 이 기쁨을 위해서, 그 기쁨을 받는 이스라엘의 땅을 위해서, 죄를 지었지만 용서받은 예루살렘을 위해서 쓰인 것 같아요. 한 어미의 헛소리라고 비웃지 마세요. 왠지 제가 ‘영원하신 하느님께 너의 재물과 축복에 대하여 감사해라. 그분께서 네 안에 당신의 성막을 다시 지으시리라’ 하고 말할 때에 예루살렘에서 참 하느님의 성막을 다시 지을 분이 지금 태어나려고 하는 이 아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너는 찬란한 빛으로 빛날 것이고,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네 앞에 엎드릴 것이며, 만방이 너에게 선물들을 가지고 올 것이고, 그들이 네 안에서 주님을 경배할 것이며, 너의 땅을 거룩한 땅으로 부르리라. 왜냐하면 그들이 네 안에서 위대한 이름을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네 자녀들로 인하여 행복할 것이다. 그들 모두가 축복받을 것이고, 주님 가까이에 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너를 사랑하고 네 평화 안에서 기뻐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하고 노래할 때 그것은 성도(the Holy City)의 운명에 대해서 예언한 것이 아니라, 저에게서 태어날 아기의 운명에 대해서 예언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아기로 인해 가장 먼저 환호할 사람은 그 아이의 복된 어미인 저예요.”

 

그렇게 말하는 안나의 얼굴빛은 마치 달빛처럼 창백해졌다가 갑자기 환해지기도 하며,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행복에 겨운 눈물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안나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안나는 행복해하며 미소 짓는다. 그녀는 남편과 친척여자의 부축을 받으며 집을 향하여 걸어가면서 계속 말하는데, 남편과 친척여자는 깊이 감격한 채 조용히 안나의 말을 듣는다.

 

구름들이 세찬 바람으로 인해 빠르게 밀려오고 들판이 어두워지면서 폭풍우를 예고하자 그들은 걸음을 재촉한다. 일행이 집의 현관에 이르렀을 때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천둥소리가 바싹 마른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아르페지오에 섞여 거대한 북을 울리는 것 같다.

 

두 여인은 집안으로 들어가고, 요아킴은 그 사이에 합류한 일꾼들과 함께 문지방에서 메마른 땅을 적셔 줄 고대하던 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번개와 우박을 품은 구름을 동반한 무서운 폭풍우가 일어나자 그들의 기쁨은 걱정으로 변한다.

 

“만일 구름이 터지면 그것은 포도와 올리브를 맷돌에 간 것처럼 으깨놓을 거야. 큰일 났네!”

 

요아킴은 해산 때가 된 아내로 인해서도 안절부절못한다. 친척 여자는 안나가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는다며 요아킴을 안심시키지만 요아킴의 마음은이 어수선하기만 하다. 친척 여자나 다른 여자들은―그중에는 알패오의 엄마도 있다.―안나의 방에서 나왔다가 더운 물이 담긴 대야들과 커다란 부엌의 불타는 화덕 가까이에서 말린 수건 따위를 가지고 돌아오곤 하는데, 요아킴은 여자들을 만날 때마다 소식을 묻고, 안심하라는 그들의 말을 듣고도 진정하지 못한다. 안나가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것도 요아킴의 걱정 중 하나이다.

 

“나는 남자여서 아기 낳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산고가 없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격렬하고 세찬 폭풍우로 인하여 날이 일찍 어두워진다. 억수같이 퍼붓는 비, 바람, 번개 등 모든 것이 한꺼번에 들이 닥치는데, 우박만은 오지 않는다. 우박은 딴 데 쏟아졌다.

 

일꾼들 중 한 사람이 이 폭풍우의 격렬함에 대해 말한다.

 

“사탄이 제 마귀들을 전부 데리고 지옥(Gehenna)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저 먹구름들을 보세요! 공기 중에서 나는 유황 냄새를 맡아보고, 휙휙거리고 쌕쌕거리는 소리와 통곡하고 저주하는 부르짖음을 들어 보세요! 그 놈이 사탄이라면, 사탄은 오늘 저녁 단단히 화가 난 게 틀림없습니다.”

 

다른 일꾼이 웃으면서 대답한다.

 

“큰 먹이가 그 놈 손아귀에서 빠져나갔거나 미카엘 대천사가 하느님께 새 벼락을 받아 그놈을 쳐서 그 놈의 뿔과 꼬리가 잘리거나 불에 탄 모양이지.”

 

한 여자가 지나가면서 외친다.

 

“요아킴, 아기가 곧 태어날 것 같아요. 모든 게 빠르고 순조로워요!”

 

그 여자는 두 손으로 작은 항아리를 들고 사라진다.

 

세 남자를 담벼락으로 움찔 물러나게 했을 정도로 세찬 마지막 천둥소리가 난 다음 갑자기 폭풍우가 잠잠해진다. 벼락은 집 앞의 땅에 검고 연기가 나는 구덩이를 흔적으로 남겨 놓았다.

 

그러다가 구구거리는 소리를 내는 멧비둘기의 울음소리 같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안나의 방 쪽에서 처음으로 들려오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무지개가 하늘을 가로질러 반원을 펼쳐 놓는다.

 

그 무지개는 헤르몬 산 꼭대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니 시작되는 것 같다. 그것은 햇볕을 받아 가장 미묘한 분홍색을 띤 설화석고처럼 보인다. 무지개는 구월의 맑은 하늘에까지 올라간 다음 모든 불순물이 제거된 대기를 건너 갈릴래아의 야산 위를 지나 남쪽으로는 평야에 미치고, 다른 산 위를 지나 높은 산맥이 시야를 막는 곳에서 끝난다.

 

“우린 이런 무지개를 본 적이 없어.”

“보세요! 보세요!”

 

“무지개가 온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보세요. 해가 아직 지지 않았는데도 벌써 별 하나가 나타났어요. 대단한 별입니다! 거대한 금강석처럼 빛나고 있어요!”

“저기 떠 있는 달은 꽉 찬 보름달입니다. 보름이 되려면 아직 사흘이나 남았는데 말입니다. 얼마나 밝은지 보세요!”

 

여자들이 하얀 아마포에 싸인 포동포동한 갓난아기를 안고 기뻐한다. 마리아, 성모님이다! 어린이의 품에서도 잘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작은 마리아다. 어른 팔 길이보다 키가 더 크지 않은 마리아. 옅은 금발의 작은 머리, 더 이상 울지 않고 본능적으로 젖 빠는 시늉을 하지만 어떻게 젖꼭지를 물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아주 작은 진홍색의 작은 입술,

 

동그란 뺨 사이에 있는 예쁜 작은 코. 아기의 눈을 뜨게 하려고 자극하면 아기가 작은 눈을 뜨는데, 두 개의 하늘 조각 가운데 있는 두개의 푸른 점이 노란 속눈썹 사이로 쳐다본다. 그러나 그 눈은 아직 사물을 알아보지는 못할 것이다. 동그란 작은 머리에 난 머리털은 분홍빛을 띤 금발인데, 거의 흰색에 가까운 어떤 꿀 색깔이다.

 

두 귀는 두 개의 작은 조가비처럼 투명하고 완벽하다. 그리고 작은 두 손은… 허공을 휘젓다가 입 쪽으로 가져가는 두 작은 물건은 무엇인가? 지금은 오므리고 있는 두 손은 초록색 꽃받침들로 갈라진 두 송이 장미꽃 봉오리이고 그 안쪽은 비단 같은데, 펴면 밝은 석류석 빛의 손톱 다섯 개가 있는 분홍빛 상아와 설화석고로 만든 두 개의 상아 패물 같다. 저 작은 두 손이 그 많은 눈물을 어떻게 닦을까?

 

발은 또 어디 있나? 배내옷 속에 감추어진 채 한참 버둥거리자 친척 여자가 안더니 발들을 드러낸다. 오! 작은 발들! 4센티미터 밖에 안 되고, 발바닥은 산홋빛 조가비이며, 발등도 푸른 정맥이 보이는 눈같이 흰 조가비다. 발가락들은 밝은 석류석 빛 작은 비늘로 만든 왕관을 쓴 소인국의 걸작 조각 같다.

 

저 작은 인형의 발로 어떻게 서 있을 수가 있을까 의아할 정도로 작은 저 발이 첫걸음을 떼어 놓을 때, 저토록 작은 발에 맞는 신발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어떻게 저 작은 발들이 그토록 험한 길을 가고, 그렇게 많은 고통을 십자가 아래서 견디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사람들은 아기가 버둥거리는 것, 잘생긴 작은 두 다리, 작고 통통한 넓적다리, 작은 배, 앙증맞은 작은 가슴을 보고 미소 짓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고운 비단처럼 부드러운 피부 바로 밑에서는 호흡의 움직임을 볼 수 있고, 행복한 아버지가 지금 하는 것처럼 입 맞추려고 입을 갖다 대면 작은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것은 이 세상이 알았던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작은 심장, 인간의 것 중 유일한 티 없는 심장이다.

 

등은? 이제는 아기를 엎어 놓자 허리의 곡선, 그리고 포동포동한 어깨와 분홍색의 목덜미가 보인다. 활모양의 척추 위에서 작은 머리가 쳐들린다. 자기가 새로 발견한 낯선 세상을 둘러보는 새의 머리 같다. 갓난아기는 깨끗하고 순결한 자기를 이렇게 많은 사람의 눈에 노출시키는 것을 항의하기라도 하듯, 결코 그녀가 발가벗은 것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할 완전한 동정녀, 거룩하고 티 없는 자기를 여러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것을 항의하기라도 하듯 작은 소리를 지른다.

 

이 세상에서는 결코 피지 않고 봉오리로 남아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낳을 백합꽃 봉오리를 덮고 또 덮어라. 천국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삼위일체이신 주님의 백합꽃이 그 꽃잎들을 전부 피울 것이다. 이 무구함(spotlessness)을 본의 아니게 더럽힐 수 있는 오류의 먼지가 저 위에는 없기 때문이다. 저 위에서는 온 천국이 보는 가운데, 지금은 티 없는 마음속에 감춰져 계시지만 몇 해 후에는 그 안에서 사실 분이신 아버지, 아들, 정배(淨配, Spouse)를 이 꽃봉오리가 맞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포대기에 싸인 갓난아기가 땅에서의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데, 아기는 아버지를 닮았다. 아니, 지금 당장은 닮았다고 말할 수 없다. 지금은 작은 아기일 뿐이다. 내 말은 아기가 자라 여인이 되었을 때 아버지를 닮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어머니는 전혀 닮지 않았다. 얼굴과 눈의 색이 아버지를 닮았고, 금발인 머리카락도 틀림없이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의 머리카락은 지금은 하얗지만 속눈썹을 보면 젊었을 때는 금발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얼굴모습도 아버지를 닮았는데, 여자이기 때문에, 특별한 여자이기 때문에 더 완벽하고 섬세하다. 미소와 시선, 몸짓과 키도 아버지를 닮았다.

 

내가 보는 대로의 예수를 생각해본다면 안나가 손자에게 훤칠한 키와 짙은 상앗빛의 피부를 물려준 것 같다. 마리아는 훤칠하고 나긋나긋한 종려나무 같은 어머니의 늠름한 모습을 닮지 않고 아버지의 온순함을 닮았다.

여자들도 폭풍우, 달의 이례적인 상태, 별과 무지개가 나타난 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요아킴과 함께 행복한 어머니의 방으로 들어가 아기를 어머니에게 건네준다.

 

안나는 자기 생각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기는 별(the Star)이에요.”

 

그녀가 또 말한다.

 

“아기의 상징은 하늘에 있어요. 마리아, 평화의 무지개! 마리아, 나의 별! 마리아, 깨끗한 달! 마리아, 우리의 진주!”

“아기 이름을 마리아라고 부를 거요?”

“예, 별, 진주, 빛, 평화인 마리아예요.”

“그러나 그 이름은 고통(bitterness)이라는 뜻도 있소. 이름이 아기에게 불행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염려되지 않소?”

“하느님께서 아기와 함께 계십니다. 아기는 태어나기 전부터 하느님께 속해 있어요. 하느님께서 아기를 당신 길로 인도하실 것이고, 어떤 고통도 천국의 꿀로 변하게 하실 것입니다. 아가야, 지금은 엄마의 것으로 있어라, 온전히 하느님께 바쳐지기 전 얼마 동안만이라도.”

 

엄마 안나와 아기 마리아는 첫 잠이 들고, 여기서 환상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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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 8. 27.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사랑하는 벗아, 일어나 서둘러라. 나는 마리아의 동정성(Mary's Virginity)에 관한 천상의 묵상으로 너를 데려가기를 열망하고 있다. 그것을 보고 나면 너는 방금 아버지께 창조된, 아직 육체를 모르는 어린 하와처럼 신선한 영혼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너는 하느님의 걸작 안에 잠길 것이기 때문에 빛으로 충만한 영혼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하느님께서 어느 정도까지 사랑하시는지를 이해했을 것이기 때문에 너의 전존재가 사랑으로 흠뻑 적셔져서 나올 것이다. 마리아, 티 없는 이(the Immaculate)의 잉태를 말하는 것은 하늘, 빛, 사랑을 관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와서 조상의 책에서 그녀의 영광을 읽어라.

 

‘야훼께서 만물을 지으시려던 한 처음에 모든 것에 앞서 나를 지으셨다. 땅이 생기기 전, 그 옛날에 나는 이미 모습을 갖추었다. 깊은 바다가 생기기 전에, 샘에서 물이 솟기도 전에 나는 이미 태어났다. 멧부리가 아직 박히지 않고 언덕이 생겨나기 전에 나는 이미 태어났다. 평평한 땅과 땅의 흙을 만드시기도 전에 나는 이미 태어났다. 그가 하늘을 펼치시고 깊은 바다 둘레에 테를 두르실 때에 내가 거기 있었다. 구름을 높이 달아매시고 땅속에서 샘을 세차게 솟구치게 하시며 물이 바닷가를 넘지 못하게 경계를 그으시고 땅의 터전을 잡으실 때, 나는 붙어 다니며 조수 노릇을 했다. 언제나 그의 앞에서 뛰놀며 날마다 그를 기쁘게 해 드렸다(잠언 8, 22―31).’

 

너희는 이 말들을 지혜(Wisdom)에 적용하지만, 사실 이것들은 마리아, 아름다우신 어머니, 거룩하신 어머니, 지금 너에게 말하는 지혜인 나의 동정 어머니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나는 마리아에 대하여 말하는 책의 첫머리에 그 노래의 첫 소절을 네가 쓰기를 원했는데, 너희가 마리아를 묵상하고, 하느님의 위로와 기쁨을 알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슬퍼하셔야 할 그렇게도 많은 이유들을 사람들로부터 받으시지만 여전히 너희를 다스리시고 사랑하시는, 한분이시며 삼위이신 이 하느님의 항구적이고 완전하고 친밀한 기쁨의 이유가 무엇인지, 심지어 인류가 최초의 시험에서 멸망하는 것이 마땅하였는데도 하느님께서 인류를 영속시키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너희가 얻은 용서의 원인이 무엇인지 사람들이 묵상하고 알게 하려는 것이다.

 

그분을 사랑한 마리아를 가진다는 것, 오! 아름다운 동정녀, 거룩한 동정녀, 티 없는 동정녀, 사랑하는 동정녀, 사랑받는 딸, 지극히 순결한 어머니, 사랑하는 정배를 가지시기 위하여 사람을 창조하시고, 존재하기를 허락하시고, 그를 용서하기로 결정하신 것은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기쁨의 사람, 당신 태양 중의 태양, 당신 정원의 꽃을 가지시기 위하여 너희에게 이미 그토록 많이 주셨고, 더 많이 주시기라도 했을 것이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의 청에 따라 마리아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마리아를 위하여 너희에게 그토록 많은 것을 계속 내려 주고 계신다. 마리아의 기쁨은 하느님의 기쁨으로 흘러들어가고, 빛나는 불꽃들은 천국의 큰 빛을 채우는 섬광들로서 하느님의 기쁨을 더 크게 하기 때문이다. 우주와 인류와 동정녀의 반짝이는 기쁨의 미소를 보기를 바라시는 복되신 삼위일체의 갈망에 따라 창조된 하느님의 하나하나의 기적에 대하여, 알렐루야의 기쁜 함성으로 응답하는 복된 영혼들에게 모든 빛나는 불꽃은 은총이다.

 

하느님께서는 무에서 창조하신 우주에 왕을 세우기를 원하셨다. 물질의 성질로 보아 물질로 창조되고 물질로 만들어진 모든 피조물 가운데에서 으뜸이 되어야 할 왕을, 영의 성질로 보아 그가 창조된 첫날에 그랬던 것처럼 은총(Grace)과 결합하여 하느님보다 약간밖에 모자라지 않은 왕을.

 

그러나 시간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모든 사건들을 알고 계시고, 과거에 있었고, 현재 있고, 미래에 있을 모든 것을 끊임없이 보고 계시는 최고의식(the Supreme Mind)께서는 과거를 돌아보시고, 현재를 지켜보시며, 동시에 가장 먼 미래까지 예견력으로 깊이 관통하시며, 마지막 사람이 어떻게 죽을지 모든 세세한 것까지 알고 계신다. 최고의식께서는 혼동이나 중단 없이, 하늘의 그 분 곁에서 반신(demigod)이자 아버지의 상속인이 되도록 창조된 그 왕이 영원하신 아버지의 아들로서의 유년 시절을 어머니의 집 즉 자기 육체가 만들어진 재료인 땅에서 산 다음 어른이 되어 그분의 왕국에 올 것을 항상 알고 계셨다. 최고의식께서는 동시에 그가 자기 자신을 거슬려 자기 안에 있는 은총을 죽이는 죄와 자기 자신에게서 하늘나라를 강탈하는 도둑질을 범할 것이라는 것도 항상 알고 계셨다.

 

그렇다면 그분은 왜 그를 창조하셨는가?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자문(自問)한다. 너희는 존재하지 않기를 선택했겠느냐? 비록 세상에서의 이 삶이 초라하고 헐벗었으며, 너희 악으로 인하여 가혹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손이 우주에 씨 뿌리신 무한한 아름다움(the infinite Beauty)을 알고 감탄할 수 있기 위하여 이 날이 그 자체로 살 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

 

천둥이나 화살처럼 천공에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거나 언뜻 보기에는 느리게, 그러나 유성들을 뿌리면서 위엄 있게 돌진하며, 너희에게 영원히 변치 않는, 그러면서도 항상 바뀌는 빛과 계절을 선물하는 별들과 행성들을 그분은 누구를 위해 만드셨겠느냐? 그것들은 매일 밤, 매달, 매해 창공에 읽을 새 페이지를 주며 너희에게 이렇게 말하려는 것 같다.

 

‘너희의 제약을 잊고, 모호하고 악취 나며 더럽고 유독하고 거짓되고 욕지거리이며 부패한 것들로 가득 찬 너희 책들을 집어치우고 창공의 한없는 자유를 향하여 일어나, 적어도 너희 눈으로라도 맑은 하늘을 봄으로써 너희 영혼을 밝게 하여라. 너희의 어두운 감옥에 가져갈 빛을 가득 채워라.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우리 별들이 합창하며 쓰는 말을 읽어라. 우리가 빛나면서 쓰는 말, 우리가 사랑하면서 쓰는 말을. 왜냐하면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존재의 기쁨을 주신 그분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드러운 푸른 천공 가운데, 우리에게 이 존재, 이 밝음, 이 움직임, 이 자유, 이 아름다움을 주신 것으로 인하여 우리는 그분을 사랑한다. 우리는 이 천공 너머 훨씬 더 숭고한 푸름 즉 천국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우주에서의 이웃인 너희를 사랑함으로써, 너희에게 안내와 빛,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주어 너희를 사랑함으로써 그분의 사랑의 계명 중 둘째 부분을 지킨다. 우리가 너희에게 하는 말을 읽어라. 우리는 우리의 노래, 우리의 밝음, 우리의 미소를 하느님께 맞추어 조절한다!”

 

그분이 누구를 위해서 푸른 바다, 하늘을 비추는 거울, 땅의 길, 물들의 미소, 파도소리를 만드셨겠느냐? 바다 그 자체도 비단이 스치는 소리, 행복한 소녀들의 미소, 추억을 더듬으며 우는 노인들의 한숨, 폭력적인 외침, 박수소리와 포효하는 소리와 함께 항상 너희에게 ‘하느님’이라고 말하는 목소리다. 하늘과 별들처럼 바다도 너희를 위한 것이다. 또한 바다와 더불어 호수들과 강들, 연못들과 개울들, 맑은 샘물들,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영양을 주고 너희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깨끗하게 하는 데 봉사하며, 너희를 물에 빠뜨려 가라앉히는 일 없이 창조주를 섬김으로써 너희가 받아 마땅한 대로 너희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노래하며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색색의 새들과, 너희를 위하여 뛰어다니고 일하는 하인과 같은 길짐승들, 자기들의 왕들인 너희를 기르고 도와주는 무수한 종류의 동물들을 그분이 누구를 위하여 만드셨겠느냐? 너희 발에 융단이 되고 머리에 휴식을 주며 너희 마음과 사지와 시각과 후각에 휴식과 유익함과 기쁨이 되는, 나비 같고, 보석 같고, 움직이지 않는 새들 같은 수많은 식물들과 꽃들의 무수한 종(種)들, 보석이나 보석상자 같은 과일 종류들을 그분이 누구를 위하여 만드셨겠느냐?

 

누군가가 즐기라고 만드신 것이 아니라면 그분이 누구를 위하여 땅속 깊은 곳에 있는 광물들과 차갑거나 뜨거운 샘물 속에 녹아 있는 소금, 요오드, 브롬을 만드셨겠느냐? 그 누구란 하느님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인 사람이 아니겠느냐?

 

하느님의 기쁨에는 아무런 결핍이 없었다. 하느님은 어떤 필요도 갖고 계시지 않았다. 그분은 당신 자신 안에서 만족하신다. 그분이 기뻐하시기 위해서, 당신 자신을 기르시기 위해서, 사시기 위해서, 휴식하시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당신 자신을 관조하시는 것뿐이다. 피조물 전체도 하느님의 무한한 기쁨과 아름다움과 생명과 능력에 티끌만큼도 더한 것이 없다. 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만드신 작품 안에서 왕으로 만들고자 하신 존재 즉 사람을 위하여 만드셨다.

 

그러한 하느님의 업적을 보고 너희에게 기회를 주시는 그분의 능력에 대하여 감사하기 위하여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 너희는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너희는 첫 부모 안에서 변명하는 자, 교만한 자, 음란한 자, 살인자이고, 너희 자신도 여전히 그런 죄인이어서 너희가 구속받기 위하여 세상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더라도 감사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우주의 아름다움, 우주의 선함을 누리도록 허락해 주신다. 그리고 그분은 너희가 착한 자녀들인 것처럼 다루셔서 너희의 생활을 더 행복하고 더 유쾌하게 해 주시려고 모든 것을 가르치고 모든 것을 주신다. 너희는 하느님의 빛에 의해 아는 것이다. 너희는 하느님의 인도(guidance)에 따라 발견하는 것이다. 선에 있어서는 그렇다. 악의 표시를 가지고 있는 다른 지식과 발견들은 최고의 악인 사탄에게서 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아시는 최고의식께서는 사람이 존재하기 전에 그가 도둑이 되고 자신에 대한 살인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아셨다. 영원한 선(the Eternal Goodness)이신 하느님께서는 그 선하심이 한이 없기 때문에 죄가 생기기 전에 죄를 지울 방법을 생각하셨다. 그 방법은 나, 말씀(the Word)이다. 그 방법을 가지고 효과적인 도구를 만드는 수단은 마리아다. 그래서 하느님의 숭고한 생각 안에서 동정녀가 창조되었다. 만물은 아버지의 지극히 사랑하시는 아들인 나를 위하여 창조되었다. 나는 하느님인 왕으로서 내 발 밑에 일찍이 어떤 왕궁에도 없었던 양탄자와 보석들을 깔아야 했을 것이고, 일찍이 어떤 군주도 가져보지 못했던 노래와 목소리와 하인들, 그리고 꽃들과 보석들, 하느님의 생각에서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숭고한 것, 모든 위대한 것, 모든 우아한 것을 내 주위에 있게 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영일 뿐 아니라 육체이기도 해야 했다. 육체를 구하기 위한 육체, 육체부활의 때보다 많은 세기를 앞서 내 육체를 하늘로 가져감으로써 육체를 승화시켜야 하는 육체가 되었다. 영혼이 그 안에 살았던 육체는 하느님의 걸작이고, 하늘나라는 이미 그 육체를 위하여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육체가 되기 위하여 나에게는 어머니가 필요하였다. 하느님이기 위하여 나의 아버지는 하느님이셔야 하였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정배를 창조하시고 나서 그녀에게 말씀하셨다. ‘이리 오너라. 내 곁에서 내가 우리의 아들을 위하여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보아라. 영원한 동정녀, 영원한 여종(eternal Maiden)아. 보고 기뻐하여라. 네 미소가 이 가장 높은 하늘(Empyrean)을 가득 채우게 하고, 천사들에게 첫 음을 알리고, 천국에게 천상의 화음을 가르쳐라.

 

지금은 영혼일 뿐인, 내가 기쁨을 얻어내는 영혼인 티 없는 여인(Immaculate Woman)아, 나는 너를 바라보고 있고, 네가 장차 될 모습 그대로를 본다. 나는 너를 보고 네 눈의 파란 빛깔을 바다와 하늘에 주고, 네 머리카락의 빛깔을 거룩한 낟알에, 네 흰 빛깔을 백합꽃에, 네 분홍빛을 네 비단결 같은 살갗과 비슷한 장미꽃에 주며, 네 작은 치아들을 베껴 진주를 만들고, 네 입을 보면서 달콤한 딸기를 만들고, 나이팅게일에게 네 노래의 음조를 주고, 멧비둘기에게 네 울음을 준다. 너의 미래의 생각을 읽고, 네 심장의 고동을 들음으로써 나는 창조에 있어 방향성의 주제를 가진다.

 

오라, 내 기쁨아. 네가 내 생각 안에서 춤추는 빛인 동안 세상을 장난감으로 가져라. 너의 미소를 위하여 세상과 별들의 꽃다발과 목걸이들을 가져라. 온순한 네 발 아래 달을 두고 은하수로 별 목도리를 만들어라. 항성들과 행성들은 너를 위한 것이다. 와서 네 아기의 기쁨이요 네 태의 아들의 베개가 될 꽃들을 보고 즐겨라. 와서 창조되고 있는 양들과 어린양들과 독수리들과 비둘기들을 구경해라. 내가 바다의 움푹 꺼진 곳과 강들의 긴 홈을 만들고, 산들을 들어 올리며 그 위에 눈과 숲으로 장식할 때 내 곁에 머물러라. 나의 평화의 여인아, 내가 너를 위하여 목초들과 나무들과 포도나무의 씨를 뿌리고,성체성사를 위한 포도송이를 달고 있을 내 포도나무 가지인 너를 위하여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를 만드는 동안 여기 머물러라.

 

나의 아름다운 여인아, 달리고 날고 환호하여라. 그리고 내 사랑아, 시시각각 창조되고 있는 우주가 너에게서 나를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내 아들의 어머니요 내 천국의 여왕이며 네 하느님의 사랑인 네 미소로 인하여 우주가 더 아름답게 되게 하여라.’

 

또한 잘못을 저지른 여인을 보시고, 잘못이 없는 여인을 감탄하며 바라보시며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인간의 불복종, 인간의 마귀와의 간음, 인간의 배은망덕의 쓰라림을 없애 주는 너는 나에게로 오너라. 나는 너와 함께 사탄에게 원수를 갚겠다.’

 

창조주이신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참으로 완전한 사랑의 법으로 창조하셔서 너희는 그 사랑의 완전성을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너희는 사람이 어떻게 후손을 얻을 수 있는지에 관해 사탄으로부터 배우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인류가 존재하게 되었겠는가 하고 의아해 하면서 오류에 빠지고 만다.

 

열매와 씨앗식물들을 보자. 씨앗과 열매를 간음으로, 백 번의 교미에서 생긴 하나의 수정의 결과로 얻느냐? 아니다. 수꽃에서 꽃가루가 나와서 중력과 자기(磁氣)법칙들의 복합체(a complex of meteoric and magnetic laws)로 인도되어 그 꽃가루가 암꽃의 씨방을 향하여 간다. 암꽃은 씨방을 열어 꽃가루를 받아 수정한다. 암꽃은 그 후 너희가 이튿날 같은 감각을 느끼기 위하여 하는 것처럼 하지 않고, 꽃가루를 거절함으로써 자기를 더럽히지 않는다. 암꽃은 생산한 후 새 계절까지 수정하지 않는다. 수정한다 해도 그것은 오로지 번식을 위한 것이다.

 

짐승들을 살펴보아라. 모든 짐승들을. 수컷과 암컷이 불임의 포옹과 음란한 거래를 위하여 가까이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니다. 가까이서나 멀리서, 날거나 기거나 뛰거나 달리면서 수태시키는 의식을 행하는데, 쾌락만을 얻기 위해 교미를 중단하여 수태를 피하지 않고, 유일한 목적인 자녀라는 진지하고 거룩한 결과에 이른다. 내가 완성시킨 은총이라는 자기의 기원(origin)에 의해 반신(demigod)인 사람이 너희가 동물로 한 단계 더 내려간 후 이래로 필요하게 된 그 행위의 동물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바로 자녀를 얻는 것이다.

 

너희는 식물과 동물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너희는 사탄을 선생으로 두었다. 너희는 선생으로 사탄을 원하였고, 여전히 그를 원하고 있다. 너희가 하는 행위는 너희가 원한 선생에게 어울린다. 그러나 너희가 하느님께 충실하였더라면 거룩한 방법으로 고통 없이, 이성과 신령한 영혼을 가지지 못한 동물들조차 모르는 음란하고 수치스러운 성교로 기진맥진해지지 않고 자녀들을 가지는 기쁨을 맛보았을 것이다.

 

사탄으로 인하여 타락한 남자와 여자에 대하여 하느님께서는 남자를 알지 못하고, 아기를 낳을 정도로 하느님에 의하여 초승화된(super―sublimed) 여인에게서 태어난 남자(the Man)를 대립시키기로 결정하셨다. 그 여인은 씨의 필요 없이 백합꽃인 마리아의 침범되지 않은 잔에 대한 태양이신 하느님(the Sun)의 독특한 입맞춤에 의하여 꽃을 낳는 꽃이다.

 

하느님의 복수!

 

오 사탄아, 그 여자가 세상에 오는 동안 네 증오를 씩씩거려라. 이 아기가 너를 이겼다! 네가 반역자, 강요자, 타락시키는 자가 되기도 전에 이미 너는 패배자가 되었고, 이 아기는 승리자가 되었다. 집요한 자야, 전투태세를 갖춘 일만 명의 군대도 네 능력을 거슬러서는 아무 힘도 못쓰고, 사람들의 무기는 네 비늘 앞에서는 떨어지며, 어떤 바람도 네 입김의 역한 냄새를 없앨 수 없다. 그런데도 분홍빛 동백꽃의 안쪽처럼 장밋빛이고, 비단이 거칠게 보일 만큼 매끄럽고 섬세하며, 매우 작아서 튤립 꽃 속에 들어가서 그 식물성 공단으로 신을 만들어 신을 정도로 작은 이 아기의 발뒤꿈치가 겁 없이 너의 머리를 밟아 으깨고, 너를 네 소굴 속으로 떨어뜨린다.

 

이 아기의 울음소리만으로 군대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네가 도망치고, 이 아기의 숨이 네 역한 냄새로부터 세상을 정화시킨다. 너는 패배했다. 아기의 이름, 그의 시선, 그의 순결이 너를 꿰뚫고 너를 무너뜨리고 너를 지옥의 네 소굴에 가두는 창이고 벼락이며 돌이다. 창조된 모든 사람들의 아버지가 되는 기쁨을 하느님에게서 빼앗은 저주받은 자야!

 

너는 무죄하게 창조된 사람들을 지식과, 음란한 관능적 결합을 통한 임신으로 유도함으로써 그들이 존중했더라면 성과 인종 간의 균형, 민족들 간의 전쟁과 가정 안에서의 참사들을 피할 수 있는 균형을 유지하게 했을 법에 따라 그분이 지극히 사랑하시는 자녀들의 은인이 되는 것을 하느님으로부터 빼앗음으로써 그들을 부패시켰지만 그것은 헛된 일이었다.

 

순종했더라면 사람들은 사랑을 알았을 것이다. 아니 순종에 의해서만 그들은 사랑을 알았을 것이고, 사랑을 가졌을 것이다. 하느님으로부터의 이 선물을 온전하고 평화롭게 소유하였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초자연적인 것으로부터 열등한 것으로 내려오셨으므로 육체도 열광적으로 환호하였을 터이다. 육체는 영혼과 결합되어 있는데, 영혼을 창조하신 분이 육체도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인간들아, 너희 사랑이 무엇이냐? 사랑을 가장한 음란이거나, 배우자나 다른 사람들의 음란으로 인해 배우자의 사랑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고칠 수 없는 두려움이다.

 

음란이 세상에 침입한 후부터 너희는 남편이나 아내의 마음을 소유하는 것을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너희는 떨며 울고 질투로 극심한 긴장에 사로잡히고 때로는 배신에 대해 복수하기 위하여 살인자가 되고,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의지력을 잃어버리거나 심지어 정신착란에까지 이른다.

 

사탄아, 이것이 네가 하느님의 자녀들에게 저지른 짓이다. 네가 타락시킨 사람들은 아무런 고통 없이 자녀를 갖는 기쁨을 알았을 것이고, 죽음의 두려움 없이 세상에 태어나는 기쁨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네가 한 여인 안에서, 한 여인에게 졌다. 지금부터는 그 여인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티 없는 순결을 볼 수 있기 위하여 너의 유혹들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하느님의 사람들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고통 없이는 잉태할 수 없는 여자들이 그녀에게서 위안을 얻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 여자는 결혼한 여인들의 안내자, 죽어가는 사람들의 어머니가 될 터인데, 저주받은 너와 하느님의 진노에 대한 방패인 그 품에서 쉬면서 죽는 것이 감미로울 것이다.

 

마리아, 작은 목소리야. 너는 동정녀의 아들의 탄생과 동정녀의 몽소승천(蒙召昇天, assumption)을 보았다. 따라서 너는 죄 없는 사람들은 출산의 고통과 임종의 고통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보았다. 지극히 죄 없는, 하느님의 어머니에게 천상은총들의 완전함이 주어졌다면 첫째 부모 안에서 무죄하고 하느님의 아들로 남아 있었던 모든 사람들도 정욕 없이 임신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고통 없이 출산하고, 고뇌 없이 죽는 은혜가 주어졌을 터인데, 그 은혜는 공정한 것이었을 것이다.

 

사탄의 복수에 대한 하느님의 숭고한 승리는 사랑받는 사람의 완전을 초완전(super―perfection)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는데, 이 초완전이 최소한 한 사람 안에서는 사탄의 독약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모든 인간성의 기억을 무효화시켰다. 그렇게 하여 성자(the Son)는 남자의 순결한 포옹에 의해서가 아니라 불(the Fire)의 황홀 속에서 영혼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하느님의 포옹에 의해서 태어나야 했던 것이다. 동정녀의 순결!

 

오너라. 황홀한 현기증을 느끼게 하는 이 깊은 동정을 관조해라! 아무 남자도 결혼하기를 원하지 않는 여자의 강요된 보잘것없는 처녀성은 무엇이냐?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하느님께 속해 있기 위하여 동정녀이기를 원하지만 육체로만 동정녀이고 영혼으로는 동정녀가 아니어서 불결한 생각들이 들어오도록 허용하고 인간적인 생각들의 유혹을 즐기는 여자의 순결은 어떤 것이냐? 그것은 가짜 동정이고 별것이 아니다. 오로지 하느님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봉쇄수도원 수녀의 동정은 무엇이냐?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어머니의 동정에 비하면 결코 완전한 동정이 아니다.

 

가장 거룩한 사람에게도 항상 연루(association)는 있다. 그것은 영혼과 죄의 원천적인 연루이다. 오직 세례만이 그것을 해소시켜 준다. 그러나 남편과 사별한 여인의 경우처럼 세례도 첫째 부모의 원죄 이전의 순결과 같은 순결을 전적으로 회복시켜 주지는 못한다. 흉터가 남아 기억나게 함으로써 상처를 입히고, 바이러스에 의해 주기적으로 악화되는 어떤 병들처럼 그것은 항상 상처가 될 태세가 되어 있다.

 

동정녀 마리아에게는 용서된 죄와의 이 연루의 흔적이 없다. 그녀의 영혼은 성부께서 그녀 안에 모든 은총을 모아서 만드신 때와 같이 아름답고 온전하다.

 

그녀는 그 동정녀(the Virgin)다. 그녀는 유일한 자다. 그녀는 완벽한 자이고 온전한 자이다. 그렇게 잉태되었다. 그렇게 태어났다. 그렇게 남아 있었다. 그렇게 왕관을 썼다. 영원히 그렇다. 그녀는 그 동정녀다. 그녀는 자기가 태어난 심연인 지극히 완전한 불가해성, 순결, 은총이신 하느님 안에서 사라지는 불가해성, 순결, 은총의 극치이다.

 

그것은 삼위이시고 한분이신 하느님의 보복이다. 그분은 더럽혀진 사람들에게 대립시켜 이 별을 완전에 이르도록 들어 올리신다. 그분은 불건전한 호기심에 대립시켜 오로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으로만 만족하는 이 숨은 동정녀(Coy Virgin)를 세워 놓으신다. 그분은 악의 지식에 대립시켜 이 숭고한 죄 없는 동정녀를 세워 놓으신다. 그녀 안에는 타락한 사랑에 대한 무지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결혼한 사람들에게 주신 사랑에 대한 무지도 있다. 아니 그 이상의 훨씬 큰 무지가 있다. 그녀 안에는 원죄의 유산인 정열(incentive)의 부재가 있다.

 

동정녀 안에는 하느님 사랑의 얼음장 같고 백열하는 지혜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육체를 얼게 해서 제단의 완전한 거울이 되게 하는 불이다. 하느님께서는 이 제단에서 동정녀와 결혼하시지만 그것이 당신 자신을 낮추시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신부에게 어울리도록 신랑보다 한 단계만 아래이고, 여자로서 신랑에게 복종하지만 신랑과 마찬가지로 죄 없는 동정녀의 완전성을 그분의 완전성이 포옹하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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