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불리한 증언 쏟아진 ‘국정원 특활비 공판’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8/01/20 [10:36]

박근혜 불리한 증언 쏟아진 ‘국정원 특활비 공판’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8/01/20 [10:36]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들의 공판에서 이들 피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이 계속해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19일 오후 열린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정책특별보좌관 오 모 씨와 비서실장 박 모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들 3명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  19일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의 공판이 진행된 320호 법정앞 안내판    © 인터넷언론인연대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특활비를 관리하던 오 아무개 전 특보는 청와대의 요구로 떳떳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상납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을 꺼려했다는 증언도 했다.

 

오 전 특보는 "남 전 원장이 2013년 5월 어린이날이 며칠 지났을 즈음 공관에서 산책하던 중 비서관들로부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 특활비 일부를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그놈들이 형편없는 놈이라고 해도 대통령과 나를 농락하지는 않겠지’라고 말하면서 5천만 원을 준비 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재임기간인 20013년 5월경부터 2014년 4월경 까지 매월 초 예산관으로부터 국정원장 특활비 2억 원을 넘겨받아 내 사무실에 있는 금고에 보관한 후 남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해 집행했다”고 증언했다.

 

계속해서 "처음에 돈을 준비하라고 해서 대통령님이 국정에 특수한 돈이 필요해 이번 한번만 전달하는 줄 알았는데 계속 돈을 요구해 국정원장이 써야 할 돈을 상급자가 쓴다고 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증언했다.

 

오 전 특보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돈을 보내라고 연락한 비서관이 누구냐는 재판장의 추가 질문에는 “원장님이 통화한 것을 서너 번 본 경험이 있어 추측해서 특정 한다면 안봉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박 아무개 전 비서실장은 돈 전달과정에 대해 “두툼한 서류봉투는 날인도 안 되어 있어 일반 친전과는 달랐다”면서 “12번 전달하면서 10회 정도는 이재만이 먼저 전화가 오면 국정원 차를 타고 세실극장 근처로 가서 갈아타고 들어갔다. 탑승자 확인은 없었다. 2번 정도는 영풍문에서 파견 직원 면회 절차를 밟아 만난 후 안내를 받아 들어가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안봉근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이 같은 오 전 특보의 증언에 대해 “이헌수 전 기조실장이 먼저 전화가 와서 격려금이 필요하지 않냐고 말했을 뿐”이라면서 돈을 상납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에 관해 말한 사실은 없다면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안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이와 함께 “국고손실만 인정한다. 뇌물혐의는 부인한다”고 변론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에는 박근혜와 어떻게 공모했는지가 없다”면서 “이헌수가 2억을 전달한 시점이 범죄의 기수시점이 될 것인데 그 당시 주범 박근혜가 알았는지 몰랐는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뇌물수수가 아닌 뇌물공여 또는 증 뇌물전달 공여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재만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차회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은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전 비서관이 재판에 넘겨진 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만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재판과정 내내 이재만 전 비서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감고 경청하다가 간간이 눈을 뜨곤 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피고인석이 비좁아 정호성 전 비서관은 재판장 전면에 교도관들이 착석하는 자리에서 앉아 재판을 받으면서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

 

이들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매달 5,000만원에서 2억 원 상당의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 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장은 다음 기일을 2월 2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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