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oo'는 'We too' 같이 나누는 것

김은경 기자 | 기사입력 2018/02/03 [13:55]

'Me too'는 'We too' 같이 나누는 것

김은경 기자 | 입력 : 2018/02/03 [13:55]

서 검사 사건이 화제다. 여성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검찰 내 성폭력 관련자에 대한 수사, 처벌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규탄대회가 1일 전국적, 동시다발로 각 지방 검찰청 앞에서 개최되었다.

 

여성단체는 '8년이나 지난 후에야 성폭력을 당한 일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깨달은 피해자 서검사의 지난 8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으며 이에  약자인 여성이 더 이상 직장 내에서 권력자에 의해 더는 피해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촉구하며 8년 만에 용기를 낸 서검사를 응원한다고 했다.

 

이렇게 큰 관심으로 떠오르고 갑작스레 여성단체가 일어나 전국적으로 불이 지펴진 것이 검찰이란 조직 내의 성폭력사건 이어서일까?

 

3년간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가며 싸워온 또 다른 사건을 주목해 본다. 가임기 여성이어서 죄인이 되고 가해자가 되어버린 어느 사회복지사가 직장 내에서 가해진 성희롱에 준하는 성차별 발언, 인권침해 논란에 대해 동료와 함께 3년째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1일 서 검사 사건과 관련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여성단체들의 기자회견     © 인터넷언론인연대

 

 

가임기 여성이어서 죄인이 되고 수치스러움 마저 느꼈다

 

직장에서 누군가 나를 '가임기 여성'이라고 지칭했다고 가정해보자. 또 재직 중에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직장에 알렸을 때 '가임기 여성은 이래서 짤라야 해' 라는 말을 들었다 하자.

 

'가임기란 ..' 말 그대로 임신 가능한 기간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난자와 정자가 만났을 때 수정이 가능한 상태의 여성'이다. 그래서 '가임기 여성'은 있어도 '가임기 남성'은 없다.

 

“죄송합니다”

“이래서 가임기 여성은 짤라야 해”

 

이 말을 들은 여성은 그 직장상사에게 '죄송하다' 말을 하게 됐으며 왠지 그 말을 한 후에 '내가 왜 죄송할까' 생각하며 수치스러웠다고 술회했다.

 

그렇게 촉발된 사건은 사회복지사로 함께 일했던 비정규직인 이은주씨가 정규직 동료 조재화씨가 받은 상처를 위로하면서 부터다. 부천 A복지관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 당시 사회복지사로 일한 이은주씨의 말을 지난 2월 1일 여의도에서 만나 들어보았다.

 

"저는 3년 전 당시 임신한 사실을 직장에 알린 조재화씨를 위로하고 용기를 내야한다고 조력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가 되었어요. 조직 내 여성차별이 만연 화된 임신이 죄가 되는 조직 문화에 좌절하였어요. 이럴 때 약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항의 또는 사직서 제출인거죠. 조 선생은 사회복지사가 삶의 전부인 사람입니다. 조직 내의 만연한 인권침해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하고 바뀌어야 합니다"

 

이은주씨의 3년간 가슴속에 맺혔던 봇물은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사과요구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어요. 계약 해지 후 일터에서 쫓겨났으며 사과했으면 끝날 문제인데 가해자가 도리어 피해자를 탓하고 뻔뻔하다고까지 했지요. 국가에선 임신장려를 하는데 도리어 일터에서는 임신에 대한 거부가 만연한 거고 이 사건을 계기로 성차별적인 발언 자제되어야 하고. 기본 인권의 문제도 되짚어 봐야하고요. 피해자를 문제아라 낙인찍고 피해자를 도와주는 이도 왕따 삼는 그리고 조직을 와해하는 선동자라고 까지 말하는 이러한 조직에 굴하지 않았어요. 원칙적 문제 제기를 하다가  부각이 되면서 제가 사건의 중심, 책임자가 된 것이고 아직도 싸우는 중입니다"

 

조재화씨에게 당시 상황과 심경에 대해 물으니 말하기가 힘든 듯 눈물을 보였다. 실제 육아 휴직 후 복직을 한 후에 직장 내의 왕따, 눈치로 적응하기가 힘들었으며 심지어 현재도 공항장애로 사람들 만나는 게 쉽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을 원하느냐 물었다.

 

"진정한 사과요. 처음 그들이 사과라고 했던 것은 표현이 (가임기 여성) 부적절했다는 것을 들며 의도는 아니었다고 그러는데(짤라야한다)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리고 조력자에 대한 원직복직이예요“

 

이렇게 말하면서 덧붙인 말은 자신의 일로 주변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게 괴로웠다고 한다.

 

 

▲ 인터뷰 중인 조재화 이은주씨     © 김은경 기자

 

 

최근 'Me too'운동이 국내에도 상륙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검사 사건을 계기로 해시태그를 걸며 #Me too(나도 피해자) 라고 직장 내의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운동이다. 처음 미투운동은 가수 알리사 밀라노가 처음 제안하여 시작되었다.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사인 하빈 웨이스타인이 여성 배우와 회사 여성 직원을 30년간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어난 것이 계기다.

 

미투운동을 통해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가 막심한 여성들은 좌절 속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동료가 좌절에 빠져 있을 때 손을 잡아줘야 하는 게 동료가 아니겠느냐고 말한 사회복지사 이은주씨의 말이 지금의 미투운동과 닿아있다.

 

'나도 그래 '

 

사회 곳곳이 '성범죄'로 성폭력의 사각지대였다. 가해자는 힘이 있는 직장상사로 피해자는 힘없는 약자로 속수무책 당하는 뻔 한 구조가 공통적인 일상과 밀접해 있음을 알 수 있는 가운데 순천 청암대 여교수들 성추행 사건도 다시금 보게 본다.

 

청암대 강모 전총장이 여교수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고, 피해자인 여교수들이 인사상 불이익, 즉 재임용이 남아 있어 쉽게 고소를 못하고 참고 있다가 학과를 폐과 선상에 올려놓고 자격증 과정이나 기자재등 학생들에게 돌아가야할 혜택마저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학생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자 결국 고소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1심 재판을 담당한 순천지원 김 모 부장판사는 오히려 가해자인 강모 전총장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다. 강 전총장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전국의 지성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여성단체, 전국 시민단체 등의 회원 500여명이 항의의 뜻을 서명해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미투 캠페인...정치권 등 사회 전반 분야로 번져

 

'미투'운동은 정치권에서도 일어났다.

 

당장 류여해 자유한국당 전최고위원이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1일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여성단체들의 기자회견에서 ‘#MeToo피해자를 응원합니다’라고 적혀있는 손 피켓을 치켜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44)은 2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자신이 과거 변호사 취업을 준비하던 당시 검사장 출신 로펌 대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서 #Me Too에 나섰다.

 

서지현 검사, 청암대 여교수들, 사회복지사, 류여해 전최고, 이재정 의원등이 당한 성희롱, 성추행 사건의 공통점은 당시 자신들의 직위와는 별개로 가해자가 단체, 직장 내 인사권자이거나 최소한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단지 성희롱, 성추행의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기득권의 갑질, 권위주의 문화에 대한 문제점의 일각이 드러났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투 캠페인'이 단지 '미투'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까지 우리 사회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여성 검사 서지현 일개인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이상을 우리사회가 바라보아야 하지 않는가 한다. 'Me too'만이 아닌 'We too'가 되어 우리 모두 함께 아픔을 나누고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만 하는 바로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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