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14]신랑신부가 나자렛에 도착하다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2/16 [10:40]

[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14]신랑신부가 나자렛에 도착하다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2/16 [10:40]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9. 6.

 

포근한 2월의 새파란 하늘이 갈릴래아의 야산들 위에 펼쳐져 있다. 마리아의 어린 시절 환상에서는 내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도, 지금 그 모습은 마치 내가 이곳에서 태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나에게 익숙해진 완만한 야산들이다.

 

간밤에 온 비로 축축한 간선도로는 먼지도 나지 않고 질척거리지도 않는다. 도시의 거리와 마찬가지로  규칙적이고 깨끗한 도로는 꽃이 핀 산사나무 울타리 사이로 지나간다. 그 산울타리는 마치 눈이 덮인 것처럼 새하얗다. 그런데 가시투성이이고 잎 끝에는 이상한 열매들이 무질서하게 달려 있는 두껍고 판판한 잎을 가진 선인장의 거대한 군락들이 군데군데 널려 있어 이 경관이 훼손된다. 선인장의 형상과 빛깔은 언제나 내게 산호초와 해파리와 다른 심해 동물들이 있는 깊은 바다 속을 연상시킨다.

 

 

 

 

 

산울타리 너머는 농촌이다. 울타리의 목적은 각 지주들의 땅의 경계 노릇을 하는 데 있는데, 곡선과 각, 마름모꼴, 정사각형, 반원형, 도무지 있음직하지 않은 예각이나 둔각을 가진 삼각형 따위로 이루어진 이상야릇한 기하학적 형태를 이루고 있다. 마치 제멋대로인 리본처럼 마치 온통 흰 빛이 흩뿌려진 그림인 것 같이 보인다.


그 위에 가지각색의 새들이 수백 마리씩 짝짓기하고 둥지를 짓는 기쁨으로 날아다니며 삐약삐약 울기도 하고 노래도 한다. 들에서 자라고 있는 옥수수들은 유다의 키보다 더 크다. 농장들에는 꽃이 만발하고, 꽃이 만발한 유실수 수백 그루가 있는데, 흰색, 붉은색, 분홍색과 그 중간색들이 있는 식물들의 구름 같다. 마치 지는 해가 분홍색, 엷은 라일락꽃 빛깔, 오랑캐꽃 빛깔, 하늘빛을 띤 오팔색, 산홋빛 오렌지색 등 각종 색깔로 칠해놓은 하늘의 가벼운 구름에 어울리도록 화답하는 것 같다.

 

가벼운 저녁바람이 불자 꽃이 핀 나무에서 첫 번째 꽃잎들이 훨훨 날아다니다가 떨어진다. 마치 야생화들 사이로 꽃가루를 찾아다니는 나비 떼 같다. 나무들 사이에는 꽃 장식 같은 포도넝쿨들이 있는데, 해가 더 강하게 내리쬐는 꼭대기에는 첫 번째 작은 잎들이 순진하게 놀라 할딱거리며 돋아난 것 말고는 아직 잎이 돋아나지 않았다.

 

해는 빛으로 한층 더 밝아진 아주 고요한 파란 하늘에서 조용히 지고 있으며, 먼 헤르몬 산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산들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마차 한 대가 길을 가고 있는데, 요셉과 마리아와 마리아의 사촌들을 태운 마차다. 이제 여행은 끝나가고 있다.

 

마리아는 보면서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싶어 하면서, 아니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의 열성을 가지고 주위를 바라본다. 불명확한 어떤 기억이 되살아나 이러저러한 물건, 특별한 지점에 시선이 멎게 되면 미소를 짓는다. 엘리사벳과 함께 즈카르야와 요셉도 이러저러한 산꼭대기, 이러저러한 집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마리아의 기억을 돕는다. 이제부터 집들이 보인다.

 

나자렛이 구릉 위에 펼쳐진 채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넘어가는 햇빛을 받아 나자렛은 분홍빛이 도는 평면 지붕이 얹힌 넓고 낮은 작은 흰 집들을 보여 준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집들은 불이라도 난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해는 배수구와 난간이 낮은 우물들을 반짝이게 하는데, 그 우물들에서는 집에서 쓸 물동이들과 채소밭에 줄 물통들이 삐걱거리며 올라온다.

 

어린이들과 여자들은 길가에 서서 마차 안을 힐끗 들여다보고는 자기들이 잘 아는 요셉에게 인사한 다음 다른 세 사람을 보고는 겁을 먹고 당황해한다.

 

마차가 그 작은 마을로 들어서자 당황스러움과 수줍음이 없어진다.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사람들이 읍내 초입, 꽃과 잎이 우거진 나뭇가지로 된 시골풍의 아치문 밑에 있다가, 옆으로 벗어난 마지막 시골집 모퉁이에 마차가 나타나자마자 일제히 함성을 지른다. 사람들은 나뭇가지와 꽃다발들을 흔든다. 그것은 신부에게 인사를 하는 나자렛의 여인들과 처녀들과 어린이들이다. 조심성 있는 남자들은 흥분해서 소리 지르는 사람들 뒤에서 점잖게 인사한다.

 

햇볕이 더 이상 사람을 거북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태어난 고장에 도착하기에 앞서 마차의 포장이 젖혀지자, 마리아는 자기가 태어난 고장을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마리아는 꽃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천사와 같이 피부가 희고 금발인 마리아는 꽃을 던지고 키스를 보내는 어린이들과 이름을 부르는 자기 또래의 처녀들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에게 축복하는 새색시들과 어머니들과 늙은 부인들에게 미소 짓는다. 마리아가 남자들에게, 특히 그 중 한 사람에게 절한다. 그 사람은 라삐거나 그 마을의 원로인 것 같다.

 

마차는 큰 거리를 빠르게 지나가는데 대부분의 군중이 뒤따라온다. 그 도착이 그들에게는 하나의 사건인 것이다.

 

“마리아, 저기 당신 집이 있소.”


요셉이 채찍으로 작은 집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그 집은 굽이치는 야산 바로 밑에 있고, 집 뒤에는 아주 작은 올리브나무로 끝나는 아름답고 넓은 정원이 있다. 좀 더 멀리에는 으레 있는 산사나무와 선인장으로 된 울타리가 소유지의 경계를 표시한다. 전에 요아킴 소유였던 밭들은 저 멀리 있다.

 

즈카르야가 말한다.


“네가 보다시피 너에게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네 아버지의 병환이 길어져서 비용이 많이 들었다. 로마가 도로 확장으로 끼친 손해를 수리하는 비용도 역시 많이 들었다. 알겠니? 도로 때문에 주요한 부속건물 세 동이 없어졌고, 집도 면적이 줄어들었다.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집을 넓히느라고 동굴을 이루는 언덕 일부를 이용했다. 요아킴은 동굴에 식량을 저장했었고, 안나는 거기에 베틀들을 갖다 두었었다. 너는 너 좋을 대로 해라.”

 

“아아! 남은 것이 별로 없어도 상관없어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저는 일할 거예요.”

“안 되오, 마리아.”


요셉이 말한다.

 

“일은 내가 할 거요. 당신은 집안에서 옷가지나 챙기고 바느질이나 해요. 나는 젊고 힘센데다가 당신 남편이기도 하오. 당신이 일해서 나를 부끄럽게 하지 마시오.”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하겠어요.”

 

“고맙소, 이 문제는 내 뜻대로 하겠소. 나머지 모든 일에는 당신의 뜻이 법이오. 그러나 이 문제에서만은 그렇지 않소.”

 

드디어 집에 도착해서 마차가 멈춰 선다.

각기 마흔 살과 쉰 살쯤 된 두 여자와 두 남자가 많은 어린이들과 젊은이들과 함께 문 가까이에 있다.

 

“하느님께서 그대에게 평화를 주시기를, 마리아.”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말하고, 한 여자가 마리아에게 다가와서 껴안고 키스한다.

 

“내 형 알패오와 형수 마리아, 그리고 이분들의 아들들이오. 이분들은 당신에게 축하하고, 만일 당신이 원하면 이 분들의 집이 당신 집이라고 말하려고 온 거요.”


요셉이 말한다.

 

“그래요, 마리아. 혼자 살기가 괴로우면 와요. 봄에 시골은 아름다워요. 그리고 우리 집은 꽃이 만발한 밭들 가운데 있어요. 거기서는 마리아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 될 거예요.”


알패오의 마리아가 말한다.

 

“고맙습니다, 마리아. 기꺼이 가겠습니다. 가끔 제가 가겠어요, 그리고 저는 결혼식 때는 틀림없이 갈 거고요. 그렇지만 저는 제 집을 기억하기를 몹시 바라 왔어요. 제가 집을 떠날 때에는 아주 어려서 집 모습을 잊어버렸는데, 이제는 그 모습을 다시 찾아냈어요. 돌아가신 어머니와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를 다시 찾은 것 같고, 아버지, 어머니의 목소리의 메아리와 마지막 숨의 향기를 다시 찾은 것 같아요. 제 주위를 담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고아가 아닌 것 같아요. 저를 이해해 주세요, 마리아.”


마리아의 목소리는 감동을 나타내고, 눈물이 속눈썹에 구슬처럼 맺힌다.

알패오의 마리아가 대답한다.


“사랑하는 마리아, 좋을 대로 해요. 나는 마리아가 나를 언니 겸 친구로 느끼고, 또 내가 훨씬 나이가 많으니까 어머니로도 느끼기를 원해요.”

 

다른 여자도 앞으로 나아온다.


“마리아야, 잘 있었니? 나는 네 어머니의 친구 사라다. 나는 네가 태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여기 알패오의 조카이고 네 어머니의 친한 친구인 알패오가 있다. 네가 좋다면 내가 네 어머니를 대했듯이 너도 대하겠다. 알겠니? 내 집이 네 집과 제일 가깝고, 네 밭이 지금은 우리 것이 되었다. 그렇지만 네가 오고 싶으면 언제든 와도 된다. 울타리에다 통로를 만들자. 그러면 자기 집에 있으면서도 우리가 함께 있는 것이 될 거다. 이 이가 내 남편이다.”

 

“여러분 모두에게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제 부모님께 베풀어 주신 모든 호의와 저에게 베풀어 주시고자 하시는 모든 호의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기 바랍니다.”

 

무거운 궤들이 집으로 옮겨지고, 모두들 집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나중에 예수의 생애에서 보게 될 나자렛의 작은 집을 알아본다.

요셉이 마리아의 손을 잡고 들어가다가 문지방에서 마리아에게 말한다.


“이 문지방 위에서 나는 당신에게서 한 가지 약속을 받고 싶소. 어떤 일이 닥쳐오거나 무슨 일을 당하든 요셉 말고 다른 친구나 다른 도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어떤 이유로도 당신 혼자 근심 속에 틀어박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오. 나는 완전히 당신 뜻대로 된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당신의 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내 기쁨일 것이고, 또 행복은 언제나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을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내 기쁨일 거요.”

“요셉, 약속하겠어요.”

 

문과 창문들을 열자 저물어가는 해가 들어온다.

 

마리아는 겉옷과 베일을 벗는다. 도금양 꽃만 빼고는 결혼식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꽃이 만발한 정원으로 나가 요셉에게 손이 잡힌 채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미소 짓는다. 잃었던 곳을 다시 소유하게 된 것 같이 느껴진다.

 

요셉은 자기가 한 일을 마리아에게 보여 준다.


“봐요. 여기에 빗물을 모아 물웅덩이 하나를 파 놓았소. 이 포도나무들이 늘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오. 새로운 힘을 북돋아 주려고 이 올리브나무의 늙은 가지들을 잘라냈소. 사과나무 두 그루가 죽었기 때문에 이 사과나무들을 심었고, 저기에는 무화과나무를 심었소. 이 나무들이 크면 무척 뜨거운 햇볕을 막아 주고, 호기심 많은 눈들이 집을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보호해 줄 거요. 여기는 그 전부터 있는 포도나무 퍼골라인데, 썩은 버팀목만 갈고 가위로 가지를 다듬기만 했소. 포도가 많이 열릴 것이오. 그리고 여기를 봐요.”


요셉이 자랑스러워하며 과수원의 경계가 되어있는 비탈로 마리아를 데리고 간다.

 

“여기에 조그마한 동굴을 파고 버팀목으로 버티어 놓았소. 이 나무들이 자라면 이 동굴은 어릴 적 당신이 가지고 있던 것만큼 클 거요. 샘은 없어졌지만 물줄기를 끌어올 생각이오. 내가 당신을 보러 올 때 여름의 긴 저녁시간 동안 일하겠소.”

“아니, 뭐라고? 너희들 올여름에 결혼하는 것 아니냐?”


알패오가 말한다.

 

“아니, 마리아는 혼수에 꼭 한 가지 빠진 것 즉 양털 홑이불을 짜기를 원해. 그것이 나는 기뻐. 마리아는 아주 어리니까 1년이나 혹은 그 이상 기다려도 괜찮아. 그러는 동안 마리아가 집에 익숙해지기도 할 거고….”

 

“아! 너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는데, 지금도 그렇구나. 마리아와 같은 꽃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을 서두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런데 너는 여러 달을 기다린다니….”

 

“오래 기다리면 기쁨은 한층 더 커지는 거야.”


요셉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묻는다.


“그럼 언제 결혼할 생각이냐?”

“마리아가 열여섯 살이 되면 장막절 후에. 신랑신부들에게는 겨울 저녁시간이 즐거울 거야!”


요셉이 마리아를 보면서 웃는다. 즐거움이 넘치는 비밀협정, 위로가 되는 형제적 순결의 협정을 담은 미소이다. 그들이 다시 정원을 걷는다.

 

“여기는 작은 언덕에 있는 방이오. 당신이 좋다면 내가 왔을 때 내 작업장을 만들겠소. 이 방은 집과 통하기는 하지만 집안에는 있지 않아요. 소음도 없고 어지러운 것도 없을 거요. 그렇지만 당신이 다르게 하기를 원한다면….”

“아니에요, 요셉. 그렇게 하면 아주 좋겠어요.”

 

사람들은 집안으로 들어가서 등불을 밝힌다.

 

“마리아가 피곤하니, 사촌들과 조용히 있도록 놔둡시다.”


요셉이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인사하고 떠나자, 요셉은 몇 분 동안 남아서 마리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당신 사촌 즈카르야가 엘리사벳을 얼마 동안 당신과 함께 있게 한다는데 기쁘오? 나는 기쁘오. 엘리사벳이 당신이 완전한 주부가 되는 것을 도와줄 테니 말이오. 엘리사벳과 함께 당신 취미대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세간들도 정돈할 수 있을 거요. 나도 매일 저녁에 와서 당신을 돕겠소. 엘리사벳과 함께 양털과 필요한 모든 것을 마련할 수 있을 거요.
 
비용은 내가 지불하겠소. 무슨 일이든 나에게 부탁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기억해요. 잘 있어요, 마리아. 이 집에서 여주인으로서의 첫날밤을 잘 자요. 하느님의 천사가 당신의 잠을 평화롭게 해주기를 바라오. 주께서 항상 당신과 같이 계시기를.”

 

“요셉, 잘 가세요. 당신도 하느님의 천사의 날개 밑에 있기를 나는 바랍니다. 요셉, 고마워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에 있어 제 사랑은 당신의 사랑과 일치할 것입니다.”

 

요셉이 사촌들에게 인사하고 나간다.

동시에 환상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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