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설화’와 me too운동을 대하는 ‘진보’

[편집위원장 칼럼] 권력은 진보도 보수도 친문도 친박도 사사로이 향유하면 죄악이다

임두만 | 기사입력 2018/02/26 [13:20]

김어준의 ‘설화’와 me too운동을 대하는 ‘진보’

[편집위원장 칼럼] 권력은 진보도 보수도 친문도 친박도 사사로이 향유하면 죄악이다

임두만 | 입력 : 2018/02/26 [13:20]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고은 이윤택 조민기 조재현 오태석 한명구 김석만 윤호진 배병우...그리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의 한모 신부, 이들은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문화계 종교계 me too운동에서 가해자로 지목되어 비난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대중과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은퇴를 선언하거나 출연하던 작품에서 중도하차하거나 타의에 의해 현직에서 배제되는 신세에 처했다.

 

그런데 이들의 면면이 거의가 이른바 진보진영 인사다. 또 실제 이들은 그동안 공연예술계 또는 각자가 처한 현장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냈던 사실도 있다. 특히 고은 시인이나 이윤택 연출가 등은 상당한 문화권력을 소유한 진보진영 어른으로 대접을 받을 정도로 각자가 자신들의 파워를 자랑했다.

 

하지만 지금 번지는 me too 운동에 의하면 이들이 자신이 가진 파워를 무기로 제자들이나 단원들인 여성들을 성추행했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주류는 갑질로 피해자의 입을 막으려 압박했다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이에 이들 진보인사들의 문화권력이 현재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문화계 진보진영은 이 파급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이를 막으려고 한 것인지 뜬금없이 김어준씨가 나서서 이 운동을 '공작' 쯤으로 몰아가려고 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씨...유튜브 TV화면 갈무리     © 임두만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지상파인 SBS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의 자리까지 올라서면서 일정부분 언론권력자가 된 것 같은 김어준, 그는 최근 팟캐스트인 '다스뵈이다'에서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씨는 온라인으로 공개된 이 방송에서 "예언을 하나 할까 한다"며 이 같이 말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어준의 발언,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피해자 인권 문제에 여야나 진보·보수가 무슨 관련이 있나. 진보적 인사는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도 방어하거나 감춰줘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정면 비판했다.

 

하지만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어준 씨의 예언에 호응하면서 김어준 씨의 예언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댓글단과 보수언론의 전형적인 이슈몰이라며 전체 맥락과는 달리 딱 오해할만하게 잘라 편집해 집중 공격하는 것"이라고 김어준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김어준이 노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김어준씨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즉 내가 보기에 김어준씨는 진보진영 인사가 성추행 등의 가해자로 몰리는 것을 '공작'적 관점으로 몰아 제어하고 싶어했는데 엉뚱하게 금태섭-손혜원의 대립 같은 진영 내 전쟁 상황으로 변질되어 당황한 것 같다.

 

이에 이런 상황이 친문진영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김어준씨는 26일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방송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면서 금태섭 의원에 대해서는 할말을 한 것으로 평가,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날 "(최근)주장의 요지는 미투 운동을 약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고 말한 것이지 미투를 공작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누군가는 이런 기회를 진보 진영에 대한 공작의 소재로 만들고 싶어 한다이런 식으로 프레임이 잡히면 미투 운동이 흔들리고, 진보 진영의 분열로 끝나게 된다. 이런 시도가 있을 때마다 여성계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비판한 금태섭 의원에 대해서는 금태섭 의원 입장에서는 할 말을 한 것이라며 싸움을 붙이려고 해도 소용없다고 말해 금 의원의 비판을 기사화 한 언론들의 보도를 친문진영 싸움붙이기로 해석, 댓글전쟁 중인 세력들의 무마도 노렸다.

 

하지만 나는 이 같은 흐름을 보면서 첫째 그동안 우리 사회의 문화계 진보진영, 더 나아가 운동권 진보진영의 '권력'에 터져야만 될 적폐들이 존재하며, 그 중 하나가 성추문이 아닐까 예측한다.

 

실제 진보 운운하는 사람들의 사고가 성적 개방에 매우 자유롭지 않았는지도 유추한다. 따라서 일정한 위치에 오르면 그 위치를 가지고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성 제자나 연습생 쯤은 '건드려도 되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청산되어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이런 작은 권력을 향유하면서 약자인 여성을 희롱한 사람들이 '진보인사' '친문인사'라면 그 권력은 성공하면 안 된다. 때문에 이들이 '저격'당하므로 진보와 친문이 약해진다면 그 또한 그들 몫이다.

 

진보와 친문의 세력강화나 세력 지키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나 문화권력자가 있다면 그가 적폐다. 따라서 김어준의 '공작' 접근은 잘못된 것이며 이를 옹호하는 손혜원 의원도 비판 받아야 한다. 강한 힘, 권력으로 약자를 추행하고 입막음을 시도했다면 그는 옹호의 대상이 아니다.

 

만약 박근혜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에서 '좌파인사'들을 배제하고 권력을 향유한 우파 문화권력자들의 성추문이 터졌을 때도 김어준이나 손혜원이 이를 '공작적 접근'이라고 했을 것인지를 판단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권력은 진보도 보수도 친문도 친박도 사사로이 향유하면 죄악이다. 그렇게 권력을 사사로이 향유했던 빅근혜 최순실 김기춘 조윤선 우병우 등은 지금 차디찬 감옥에서 정죄를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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