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18] 요셉에게 엘리사벳의 임신을 알림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3/03 [10:42]

[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18] 요셉에게 엘리사벳의 임신을 알림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3/03 [10:42]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 사진 = 픽사베이

 

 

1944. 3. 25.

 

내 앞에 마리아가 살고 있는 나자렛의 작은 집이 나타난다. 하느님의 천사가 그녀에게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린 마리아다. 집을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동정녀의 향기로 가득 찬다. 천사가 금빛 날개를 물결 모양으로 흔들었던 방에 아직도 남아 있는 향기, 마리아를 어머니가 되게 하려고 그녀 위에 모아졌었고, 지금은 그녀에게서 발산하는 숭고한 향기다.

 

하늘에서 그 환한 빛이 내려왔던 방에 그늘이 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저녁이다.

 

마리아는 작은 침대 옆에 무릎 꿇고 팔을 십자로 포개어 가슴에 얹고, 고개를 아래로 많이 숙인 채로 기도드리고 있다. 지금도 천사가 알리러 왔을 때에 입었던 옷을 입고 있다. 모든 것이 그대로다. 꽃병에 꽃핀 나뭇가지도, 가구들도 같은 순서로 놓여 있다. 다만 실패와 물렛가락이 한 구석에 놓여 있는데, 실패에는 삼실 뭉치가 감겨 있고, 물렛가락에는 반짝이는 실이 감겨 있다.

 

마리아가 기도를 멈추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일어선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화염으로 불타는 것 같다. 입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으나 파란 눈에는 눈물이 반짝인다. 그녀는 기름등잔을 가져다가 부싯돌로 불을 켠다. 그 다음 그녀는 작은 방 안의 것들을 정리한다. 그녀는 옮겨졌던 침대의 담요를 제 자리에 정돈하고, 꽃핀 나뭇가지가 담긴 꽃병에 물을 더 부은 다음 밤의 찬 공기를 쐬게 하려고 꽃병을 밖으로 가지고 나간다.

 

그런 다음  마리아는 방으로 다시 들어와 선반 달린 가구 위에서 수놓던 것을 집어 들고 불이 켜진 등잔과 함께 들고 나간다. 그녀는 집을 끼고 있는 작은 정원을 몇 걸음 걷고 나서, 예수님과 마리아가 작별하시는 것을 본 일이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그때 있었던 어떤 물건이 지금 없기는 하지만 나는 그 방을 알아볼 수 있다.

 

마리아는 등잔을 가지고 작은 옆방으로 사라진다. 나는 탁자 귀퉁이에 놓여 있는 일거리와 더불어 거기에 홀로 남아 있다. 왔다 갔다 하는 마리아의 가벼운 발소리가 들리고, 무슨 물건을 씻는 듯 물 휘젓는 소리가 들리고 다음에 땔나무를 때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마리아가 불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리아가 정원으로 나가 사과 몇 개와 야채를 가지고 돌아온다. 사과는 탁자 위에 있던 끌로 쪼아서 금속 쟁반 위에 놓는데, 그 쟁반은 끌로 조각한 구리로 된 것 같다. 마리아가 부엌으로 다시 간다. 그 방은 역시 부엌이었다. 이제 아궁이의 불빛이 열린 문으로 밝게 투사되어 그림자들이 벽에서 춤추게 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마리아는 작은 갈색 빵 한 개와 뜨거운 우유 한 잔을 가지고 돌아와 앉아서 빵 조각들을 우유에 담갔다가 천천히 먹는다. 우유를 반쯤 남기고 부엌에 갔다가 야채를 가지고 돌아와 그 위에 기름을 붓고 빵과 함께 먹는다. 마리아는 우유로 목을 축인 다음 사과를 손에 들고 씹어 먹는다. 어린 소녀의 식사다.

 

마리아는 식사하면서 깊은 생각에 잠겨 미소 짓다가 일어서서 벽 쪽으로 눈을 돌리는데, 마치 거기에 어떤 비밀을 전해 주는 것 같다. 가끔 심각한 얼굴이 침울하게 되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다시 미소 짓는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마리아가 일어나 문을 열자 요셉이 들어온다. 두 사람은 서로 인사한 다음 요셉은 탁자 맞은편에 마리아를 향하여 등 없는 걸상에 앉는다.

 

요셉은 서른다섯 살 정도의 미남자이다. 짙은 밤색 머리와 같은 빛깔의 수염이 얼굴을 둘러싸고 있고, 두 눈은 부드러운데, 검정에 가까운 밤색이다. 균형 잡힌 이마는 넓고 매끈하고, 코는 좁고 약간 매부리코이며, 뺨은 올리브빛이 감도는 갈색이고 둥그스름하며 광대뼈 주위는 발그레하다. 키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튼튼하고 체격이 좋다.

 

요셉은 앉기 전에 겉옷을 벗었는데, 나는 그런 겉옷을 처음 본다. 그것은 둥근 모양인데, 목은 갈고리 종류의 물건으로 잠그게 되어 있고, 두건이 달렸다. 엷은 밤색이고 빛이 바래지 않은 양털로 짜서 물이 스미지 않는 옷감으로 지은 것이다. 그 겉옷은 비바람을 막기에 적합한 산골사람들의 겉옷과 비슷하다.

 

요셉이 달걀 두 알과 포도 한 송이를 마리아에게 준다. 포도는 너무 익기는 했지만 잘 보존된 것이다.

 

그가 웃으면서 말한다.


“포도는 누가 카나에서 나에게 가져온 것이고, 달걀은 내가 자기 마차를 고쳐 주었다고 백부장이 준 것이오. 그 사람의 마차 바퀴가 하나 망가졌었는데, 자기들의 목수가 앓고 있어서 나에게 그 일을 맡겼던 거요. 달걀이 아주 싱싱하오. 백부장이 닭장에서 바로 꺼내 온 거라오. 마셔요. 몸에 좋을 거요.”

 

“요셉, 내일에요. 이제 막 식사를 한 걸요.”

 

“그래도 포도는 먹을 수 있어요. 맛있소. 포도가 꿀처럼 달아요. 상하지 않게 하려고 조심해서 가져왔소. 내일은 바구니로 하나 가득 가져오겠소. 오늘 저녁은 백부장 집에서 곧장 왔기 때문에 그걸 가져올 수 없었소.”

 

마리아가 곧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서 우유와 올리브와 치즈를 가지고 돌아온다.


“다른 것은 없어요. 달걀 한 개를 드세요.”

 

요셉은 먹지 않겠다고 한다. 달걀은 마리아의 것이다. 요셉은 빵과 치즈를 맛있게 먹고, 미지근한 우유를 마시고, 사과 한 개를 받아먹는 것으로 식사가 끝난다.

 

마리아는 식탁에서 식기를 치운 다음 수놓던 것을 집어 든다. 요셉은 마리아를 도와주고, 마리아가 방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그대로 부엌에 남아 정돈하고, 날씨가 쌀쌀하기 때문에 아궁이의 불을 쑤셔 일으키는 등의 일을 하느라 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요셉이 방으로 돌아오자 마리아가 고맙다고 인사한 다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요셉은 어떻게 하루를 지냈는지를 이야기하고, 조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마리아의 일과 꽃에도 관심을 보인다. 그는 또한 백부장이 약속한 아름다운 꽃들을 가져오겠다고 약속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없는 꽃들이오. 백부장이 로마에서 가져온 그 꽃 모종을 주겠다고 약속했소. 지금 계절이 알맞으니 그것을 당신을 위해 심겠소. 그 꽃들은 빛깔이 아름답고, 대단히 향기로워요. 지난여름에 그 꽃들을 보았소. 여름에 피는 꽃이니까요. 그 꽃들이 집에 향기를 가득 채워 놓을 거요. 나는 그 꽃나무들을 심고 접붙일 거요. 지금이 좋은 시기요.”

 

마리아가 미소 지으며 고맙다고 인사한 후 다시 침묵이 흐른다. 요셉이 수놓는 헝겊 위로 숙인 마리아의 금발을 바라본다. 천사와 같은 사랑이 깃든 시선이다. 천사가 남편의 사랑을 가지고 아내를 바라본다면 분명히 이렇게 바라볼 것이다.

마리아가 어떤 갑작스런 결심을 한 것처럼 수놓던 것을 가슴에 얹고 말한다.
 
“요셉, 저도 당신께 말할 게 있어요. 저는 그 동안 한 번도 할 말이 없었어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저는 은둔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오늘은 한 가지 소식이 있어요. 즈카르야의 아내인 우리 친척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요셉이 눈을 크게 뜨고 말한다.


“그 나이에?”

“그 나이에요.”


마리아가 미소 지으면서 대답한다.

 

“주님은 무엇이든 하실 수 있어요. 그래서 그분은 우리 친척에게 이 기쁨을 주신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알았소? 그 소식은 확실하오?”

 

“심부름꾼이 왔었어요. 속일 줄 모르는 분이에요. 엘리사벳의 집에 가서 도와주고, 엘리사벳과 기쁨을 함께 하고 싶어요. 당신이 허락하신다면….”

“마리아, 당신은 나의 귀부인이고, 나는 당신의 종이오. 당신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 옳은 것이오. 언제 떠나고 싶소?”

 

“가능한 한 빨리요. 거기서 여러 달을 머무르고 싶어요.”

 

“나는 당신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소. 안심하고 떠나요. 난 당신 집과 정원을 이대로 방치해 두지 않겠소. 꽃들은 당신이 돌본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름다운 채로 있는 것을 보게 될 거요. 하지만 좀 기다려요. 나는 파스카 전에 내 일에 필요한 몇 가지 물건을 사러 예루살렘에 가야 하오. 당신이 며칠만 기다려 주면 내가 거기까지 당신과 동행하겠소. 나는 빨리 돌아와야 하니까 거기까지만 우리가 함께 갈 수 있어요. 당신 혼자 여행하지 않아야 내가 안심이 되오. 돌아올 때에 나에게 기별해 주면 내가 마중 나가겠소.”

 

“요셉, 당신은 정말 착하세요. 주님께서 강복으로 당신께 갚아 주시고, 당신이 고통당하지 않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순결한 두 부부는 천사들처럼 서로 미소 짓는다. 얼마 동안 침묵이 흐른 다음 요셉이 일어나서 겉옷을 다시 입고, 두건을 머리 위로 올린다. 요셉은 함께 일어선 마리아에게 인사하고 나간다.

 

마리아는 그가 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픈 듯 한숨을 쉬고,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본다. 분명히 그녀는 기도드리는 것이다.

 

마리아가 문을 닫고 일거리를 정리하고 부엌으로 가서 불을 끈다.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등잔을 들고 나오면서 문을 닫는다. 밤의 찬바람에 펄럭이는 불꽃을 손으로 보호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다시 기도드린다.

환상이 이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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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께서 말씀하신다.

 

“사랑하는 딸아,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채워졌던 황홀경이 끝나고 내가 땅의 현실로 되돌아왔을 때, 나에게 처음 든 생각은 요셉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조금 전부터 내 정배가 되신 하느님 사랑(Divine Love, 성령)의 장미꽃들 속에 파묻혀 있던 내 마음을 장미가시처럼 찌른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거룩하고 용의주도한 내 수호자 요셉에게 내 사랑을 바쳤었다. 하느님의 뜻이 대사제의 말을 통하여 내가 요셉의 아내가 되기를 원하신 때부터 그 의인의 거룩함을 알고 평가할 수 있었다.

 

요셉과 결혼하자 나는 고아로서의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성전의 안식처를 잃은 것을 슬퍼하지 않게 되었다. 요셉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같은 다정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대사제와 함께 있는 것처럼 안전하다고 느꼈다. 동정녀인 내 마음에서 모든 당혹감은 사라졌고, 완전히 잊혀졌다. 어떤 이유로든 요셉에 대해 망설이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요셉에게 맡겨진 내 동정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이보다 더 안전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내가 아기를 가졌다는 말을 그에게 한단 말이냐? 난 그에게 그 소식을 알릴 적합한 말을 찾으려고 애썼으나 찾기가 어려웠다. 나는 하느님의 선물을 뽐내고 싶지 않았고, ‘주님께서 저를 모든 여인들 중에서 사랑하셨어요. 그래서 당신의 종인 저를 당신의 신부로 삼으셨어요’라는 말을 하지 않고서는 내 임신을 어떻게든 정당화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에게 내 상태를 숨겨서 그를 속이는 것도 원치 않았다.

 

내가 기도드리는 동안,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성령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말하지 마라. 네 남편에게 너를 정당화하는 일은 나에게 맡겨라.’ 언제? 어떻게? 나는 여쭈어 보지 않았다. 나는 꽃이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는 것과 똑같이 나 자신을 항상 하느님께서 이끄시도록 허락해 드렸다.

 

영원하신 아버지는 당신의 도움 없이 나를 버리신 적이 결코 없었다. 그분의 손이 지금까지 항상 나를 부축하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하셨다. 그분은 지금도 그렇게 하실 것이다.

 

내 딸아, 영원하고 착하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안이 되는 것이냐! 그분은 우리를 요람처럼 당신 품에 안고 배처럼 빛나는 선(善)의 포구로 데려다 주시며, 우리 마음을 다시 따뜻하게 해 주시고 위로하시고 자양분을 주신다. 그분은 우리에게 안식과 기쁨을 주시며, 빛을 주시고 인도하신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전부이고, 당신을 신뢰하는 사람에게 그분은 모든 것을 주신다. 즉 당신 자신을 주시는 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피조물로서의 내 신뢰를 완전에까지 끌어 올렸다. 나는 이제 하느님께서 내 안에 계시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처음에 나는 나라는 보잘것없는 피조물, 즉 내가 티 없는 사람이 될 만큼 지극히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서의 신뢰를 가졌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숭고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내 정배, 내 아들 즉 내 것이 되셨기 때문이다! 오! 기뻐라! 내가 하느님과 하나가 되다니. 내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완전한 일치로 그분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분께 ‘제 안에 계신 당신, 당신만이 제가 하는 모든 것을 당신의 하느님으로서의 완전으로 행하십니다’ 하고 말씀드리기 위해서였다.

 

만일 하느님께서 ‘말하지 마라!’ 하고 말씀하지 않으셨더라면, 나는 아마 얼굴을 땅에 대고, ‘성령께서 제 안에 들어오셔서 저는 하느님의 씨를 가졌어요’ 하고 요셉에게 말했을 것이고, 요셉은 나를 존경하고 있었고, 또한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이 그러하듯 그는 다른 사람들이 거짓말한다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내 말도 믿었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요셉에게 장차 올 고통을 당하지 않게 하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싫었겠지만, 그 혐오감을 극복하고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의 명령을 따랐고, 그 때부터 여러 달 동안 내 마음에 피를 흘리게 하는 첫 번째 상처를 느꼈다.

 

그것은 공동구속자(Co―Redeemer)인 나의 운명에 있어 첫 번째 고통이었다. 나는 이와 비슷한 고통의 순간에, 즉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이 너희를 나쁘게 보게 하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말하지 않고 견뎌야 될 때에 너희에게 지침을 주기 위하여 그 고통을 바쳤고 너희를 위한 보속으로 그것을 당했다.

 

너희의 평판과 애정을 지키는 일을 하느님께 맡겨 드려라. 거룩한 생활로 하느님의 보호를 받을 자격을 얻으면, 너희는 안전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온 세상이 너희를 적대한다 해도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를 변호하시고 진실이 드러나게 하실 것이다.

 

내 딸아, 이제는 쉬어라. 그리고 점점 더 내 딸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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