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들이 말한 곳에서 영원하신 분이 택하실 사람에게서 태어나실 것"

[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22]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아들들에 관해 말하다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3/18 [16:39]

“예언자들이 말한 곳에서 영원하신 분이 택하실 사람에게서 태어나실 것"

[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22] 마리아와 엘리사벳이 아들들에 관해 말하다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3/18 [16:39]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1944. 4. 2.

 

아침이다. 마리아가 현관에서 바느질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엘리사벳이 왔다 갔다 하며 집안일을 보살핀다. 엘리사벳이 거기 들어올 때면 으레 마리아의 금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하는데, 그 머리는 꽤나 어두운 색깔의 벽 앞에서 정원 쪽의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햇살을 받아 한층 더 황금색으로 보인다.

 

엘리사벳은 몸을 숙여 마리아의 일감을 들여다보고는 그 아름다움을 칭찬한다. 그것은 마리아가 나자렛에서 수놓던 것이다.

 

“길쌈할 아마를 또 가지고 있어요.”


마리아가 말한다.

 

“아기 입힐 거?”

“아니오, 내가 생각하지 않던 때부터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이에요,”


마리아는 말을 마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느님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라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기를 위해서 써야 할 거예요. 아름답고 고와요. 아기들은 대단히 섬세한 속옷이 필요해요. 알겠지요?”

“저도 알아요.”

 

“나는 시작하긴 했는데, 늦게 시작했어요. 마귀의 속임수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비록… 나는 참으로 큰 기쁨을 느꼈는데 그것이 마귀로부터 오는 것일 수는 없었지요. 그런 다음 몹시 고통을 느꼈어요. 마리아, 나는 이런 상태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요. 나는 고통을 많이 겪었어요. 마리아는 괴롭지 않아요?”

“나는 그렇지 않아요. 이처럼 건강이 좋은 때가 없었어요.”

 

“어! 그래요!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당신 어머니로 택하셨으니 마리아에게 티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마리아는 하와의 고통을 당하지 않게 되어 있어요. 마리아가 모신 분은 거룩하신 분이시니까.”

“저는 마음에 짐이 아니라, 날개가 있는 것 같아요. 제 안에 모든 꽃과 봄에 노래하는 모든 새와 단 꿀과 태양 전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 저는 행복해요!”

 

“복되셔라! 나도 마리아를 본 순간부터 짐스러움도 피로도 고통도 느끼지 않게 됐어요. 새로워지고 젊어지고 여인이라는 내 육체의 괴로움에서 해방된 것 같았어요. 내 아기가 마리아의 목소리를 듣고 기뻐 뛰놀고 나서 이제는 자기 기쁨 가운데에서 조용해요. 내가 마치 살아 있는 요람이기라도 한 것처럼 내 안에 아기를 가진 것 같고, 아기가 배불리 먹고 행복하게 자는 것 같고, 어미 날개 밑에서 안심하고 자는 어린 새같이 숨 쉬는 것 같아요. 이제 일을 시작하겠어요, 이제는 아기가 짐이 되지 않을 거예요. 근데 나는 눈이 썩 잘 보이지는 않아요.”

 

“놔 두세요, 언니! 제가 하겠어요. 언니와 언니의 아기를 위해서 짓고 짜고 하는 일을요. 저는 날렵하고 눈도 잘 보이거든요.”

“그렇지만 마리아는 마리아의 아기를 생각해야 할 텐데…”

 

“오! 저는 시간이 충분해요! 저는 언니부터 돌볼 거예요. 언니는 곧 아기를 낳을 테니까요. 그런 다음 저는 제 예수를 생각할 거예요.”

 

마리아의 표정과 목소리가 얼마나 다정한지, 밝고 파란 하늘을 쳐다보는 동안 감미롭고 행복한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의 두 눈이 얼마나 빛나는지, 이 이름을 말할 때 그녀가 어떻게 미소 짓는지를 묘사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마리아는 ‘예수’라는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황홀경에 빠지는 것 같다.

 

엘리사벳이 말한다.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에요! 하느님의 아들, 우리 구세주의 이름!”

“오! 언니!”


마리아가 몹시 침울해진다. 엘리사벳이 자기의 부른 배에 포개 얹은 사촌 동생의 손을 잡는다.

 

“제가 왔을 때 주님의 성령으로 가득 차서 세상이 모르는 것을 예언한 언니가 좀 말해 줘요.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내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 줘요. 예언자들, 아아! 구세주에 대해서 말하는 예언자들! 이사야, 언니 이사야를 기억하세요? ‘그는 고통의 사람이다. 그의 타박상으로 우리의 병이 나았다. 그는 우리의 죄악 때문에 꿰뚫리고 상처 입는다. 주께서는 그를 고통 속에서 태워 없애기를 원하신다. 사형선고를 내린 뒤에 사람들은 그를 높이 들어 올렸다,’

 

어떻게 높이 올리는 것을 말하는 거예요? 내 아이를 어린양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나는… 파스카의 어린양, 모세의 어린양을 생각하고, 모세가 십자가에 매달아 높이 올린 뱀과 비교해요. 언니! 언니! 그들이 제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할까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제 아이가 무슨 고통을 당해야 할까요?”

 

마리아가 운다.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위로한다.


“마리아, 울지 말아요. 아기는 마리아의 아들이지만, 하느님의 아드님이기도 해요.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들과, 그 아드님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생각하실 거예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잔인하게 대하겠지만, 그를 사랑할 사람도 많을 거예요. 아주 많을 거예요! 아주 오랜 세월을 두고 세상 사람들이 마리아의 아들을 우러러볼 거고, 그와 함께 마리아도 찬미할 거예요. 구속이 솟아나는 샘인 마리아를요. 마리아 아들의 운명! 그는 모든 피조물의 왕좌에 올려질 거예요.

 

마리아, 그것을 생각해요. 아기는 왕이 될 거예요. 창조된 모든 것을 구속했기 때문에, 그러한 분으로서 만물의 왕이 될 거예요.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랑을 받을 거예요. 내 아들이 마리아의 아들을 앞서 가고 그를 사랑할 거예요. 천사가 내 남편에게 그렇게 말했고, 내 남편은 그 말을 나에게 써서 보였어요.

 

아아! 내 남편이 벙어리가 되어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아기가 태어나면 아버지도 벌에서 풀려날 거라고 생각해요. 하느님의 능력이 들어 있는 곳이고, 세상 기쁨의 원인인 마리아가 기도해 줘요. 그 은혜를 얻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내 아이를 주님께 바쳐요. 사실 내 아이는 주님의 것이거든요. 주님께서 당신 여종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는 기쁨을 주시려고 빌려 주신 것이지요. 이것은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하신 증언이에요. 나는 아들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부르기를 원해요. 내 아이는 은총이 아니겠어요? 하느님께서 그 은혜를 주셨잖아요.”

 

“나는 하느님께서 언니에게 그 은총을 주시리라고 확신해요. 언니와 함께 저도 기도하겠어요.”

“벙어리가 된 저 이를 보는 건 몹시 괴로워요!”


엘리사벳이 운다.

 

“이제는 말을 못하기 때문에 글로 쓸 때면 나와 남편 사이에 산과 바다가 가로 놓여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도 오랜 세월 동안 서로 다정하게 말해 왔는데 지금은 저 이의 입이 닫혀 있으니!. 그리고 특히 장차 일어날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좋을지 모를 지금 말이에요. 남편이 대답하기 위해 몸짓을 하느라 피로해 하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나는 말하는 것을 자제하기까지 해요. 나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마리아를 몹시 기다렸어요!

 

이곳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수다떨고, 비판해요. 세상은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요. 그런데 걱정이나 기쁨이 있을 때에는 이해가 필요하지 비판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이제는 살아가기가 훨씬 나아진 것 같아요. 마리아가 함께 있게 된 때부터 내 안에 기쁨이 느껴져요. 머지않아 이 시련이 지나가고 나는 완전히 행복해질 거라고 느껴요. 그렇게 되겠지요? 나는 모든 것을 감수해요. 그러니 하느님께서 남편을 용서해 주셨으면! 저이가 전과 같이 기도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으면!”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그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 위하여 양지바른 정원을 한 바퀴 돌자고 권한다.

두 사람은 손질이 잘 된 퍼골라 밑을 지나 비둘기들이 구멍에 둥지를 튼 시골 냄새가 나는 작은 탑까지 간다.

 

마리아가 웃으면서 낟알을 뿌려 주자 비둘기들이 구구 소리를 내면서 주위에 무지개 빛으로 아롱진 원을 그리며 날아와 마리아에게로 달려든다. 머리, 어깨, 팔, 손 위에 내려앉아 불그스름한 부리를 내밀어 손바닥에서 낟알을 쪼아 먹고, 동정녀의 분홍빛 입술과 햇빛에 반짝이는 모이를 상냥하게 쫀다. 마리아는 작은 주머니에서 황금빛 낟알을 꺼내고 마구 달려들어 탐욕스럽게 경쟁하는 비둘기들 가운데서 웃고 있다.

 

“비둘기들이 마리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엘리사벳이 말한다.

 

“불과 며칠간 마리아가 우리와 함께 있었는데, 늘 보살펴 준 나보다 마리아를 더 좋아하는군요.”


산책은 과수원 안쪽 울타리로 막은 곳까지 계속된다. 그곳에는 새끼와 같이 있는 염소가 스무 마리 가량 있다.

 

“목장에 다녀왔니?”


마리아가 어린 목동을 쓰다듬어 주면서 묻는다.

 

“예, 아버지가 말씀하셨거든요. ‘오래지 않아 비가 올 거고, 또 새끼를 낳을 짐승들이 있으니까 집에 가거라. 짐승들이 건초와 준비된 잠자리 짚이 있는지 살펴라’ 하고요. 아버지가 저기 오시네요.”


떨리는 염소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수풀 저쪽을 목동이 가리킨다.

 

마리아가 황금색의 염소 새끼 한 마리를 어린이처럼 쓰다듬어 주자 염소 새끼가 그에게 몸을 비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어린 목동이 짜 주는 염소젖을 마신다.

 

양떼는 곰처럼 털투성이의 목자와 같이 온다. 목자가 사뭇 구슬픈 소리를 내는 양을 어깨에 올려놓고 오는 것을 보면 착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가 양을 땅에 내려놓고 설명을 한다.

 

“이놈은 곧 새끼를 낳을 텐데, 걷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그래서 어깨에 태워 데리고 왔지요, 늦지 않게 도착하려고 아주 빨리 왔습니다.”

 

그는 고통스럽게 다리를 저는 양을 우리로 데려 가도록 어린목동에게 맡긴다.

 

마리아는 바위에 앉아서 염소 새끼들과 어린양들과 놀며 새끼들의 장밋빛 주둥이에 토끼풀 꽃을 갖다 댄다. 흰 털 검은 털이 섞인 염소 새끼 한 마리가 마리아의 어깨에 다리를 얹고 머리 냄새를 맡는다.

 

“이건 빵이 아니다.”


마리아가 웃으면서 말한다.

 

“내일 빵 부스러기를 좀 갖다 주마. 이제는 조용히 있어라.”

 

엘리사벳도 명랑해져 웃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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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도 알이 굵어져 가고 있는 퍼골라 아래에서 마리아가 아주 빠르게 실을 잣는 것을 본다. 사과들이 나무에서 빨개지기 시작하고, 꿀벌들은 벌써 익은 무화과나무 꽃 가까이에서 윙윙거리는 것을 보면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간 모양이다.

 

엘리사벳은 만삭이 되어서 둔중하게 걷는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다정하고 주의 깊게 쳐다본다. 마리아도 너무 멀리 떨어진 물레 가락을 줍기 위해 일어날 때에 옆구리가 둥글게 되는 것 같고 얼굴 표정이 변한다. 이제까지는 처녀였는데, 지금은 한 여인이다.

 

여자들은 해가 기울기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와서 방안에 불을 켠다. 저녁을 기다리는 동안 마리아는 옷감을 짠다.

 

“아니, 정말 피곤하지 않아요?”


엘리사벳이 베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아니에요, 안심하세요.”

“나는 이 더위 때문에 지쳐요. 지금까지는 괴롭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 늙은 허리에는 몸무게가 부담스러워요.”

 

“용기를 내세요. 머지않아 아기를 낳을 거예요. 그 때는 언니가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나는 언제 엄마가 될지 몰라요. 내 아이! 내 예수! 어떻게 생겼을까요?”

“마리아처럼 아름다울 거예요, 마리아.”

 

“오! 아니에요! 더 아름다울 거예요! 그 애는 하느님이고, 나는 그 아이의 종인 걸요. 그게 아니라 내 말은 금발일까 갈색머리일까 하는 거예요. 고요한 하늘같은 눈일까, 그렇지 않으면 사슴 같은 눈일까? 내 아이가 케루빔처럼 아름답고, 금빛 머리에 눈은 별들이 지평선 위 하늘에 뜨기 시작할 때의 갈릴래아 호수 빛깔을 하고, 입은 작고 석류가 익어서 벌어질 때의 그 단면처럼 빨갛고, 뺨은 연한 빛깔 장미의 연분홍빛을 하고, 작은 두 손은 백합꽃 꽃받침 속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름답고, 두 발은 오므린 손바닥을 채울 정도로 작고, 꽃잎보다도 더 맵시 있고 매끄럽고 부드러울 거라고 마음속에 그려봐요. 보세요, 내 아이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습을 땅이 나에게 암시하는 모든 아름다움에서 따와요.

그리고 그 애 목소리도 들려요. 그 애가 울면―내 아기는 배가 고프거나 지치면 좀 울 거예요―그것은 엄마에게는 몹시 괴로울 것입니다. 아기가 우는 것을 보면 가슴이 메어지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그 애의 우는 소리는 금방 태어나서 어미젖을 찾고 자려고 어미의 따뜻한 털을 찾는 저 어린양에게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같을 거예요. 애의 웃음소리는 내 아이에게 열중한 내 마음에 하늘을 가득 채워 줄 거고요.


그 애는 하느님이고, 또 사랑하는 여인으로서의 내 사랑은 내 동정 봉헌에 방해되지 않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열중할 수 있어요. 아이의 웃음소리는 포근한 제 둥지 안에서 배불리 먹고 만족해하는 작은 비둘기가 기뻐 구구대는 소리 같을 거예요.

 

나는 그 애가 첫 발걸음을 떼어놓는 것을 생각합니다. 꽃이 핀 풀밭에서 깡충깡충 뛰는 새 같을 거예요. 풀밭은 아기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그 어느 것도 만나지 않게 하려고 온 사랑을 기울여 장밋빛 작은 발을 버티게 해주는 엄마의 마음일 것입니다. 저는 제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려는지 몰라요! 내 아들! 요셉도 그 애를 사랑할 거예요!”

 

“마리아는 요셉에게 그 사실을 말해야 되겠지요!”

 

마리아의 얼굴이 흐려지며 한숨을 쉰다.


“제가 그이에게 말해야 할 거예요. 그 사실을 말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에게 알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말할까요? 요한의 할례에 참석하러 오게 할까요?”

 

“아니에요. 하느님 아들의 양부라는 그의 행복한 처지를 그에게 알리는 일은 하느님께 맡겨 드렸어요. 하느님께서 그 일을 맡으실 거예요. 성령께서 그날 저녁 말씀해 주셨어요. ‘말하지 마라. 너의 결백을 증명하는 일을 나에게 맡겨라’ 하고요. 그분은 그렇게 하실 거예요. 하느님은 결코 거짓말하시지 않으니까요. 이것은 큰 시련입니다. 그렇지만 영원하신 분의 도움이 있으면 극복될 것입니다. 성령께서 알려 주신 언니를 빼고는 주님의 종에 대한 그분의 호의를 어느 누구도 제 입을 통해서 알아서는 안돼요.”

 

“나는 누구에게도, 그 일로 큰 기쁨을 맛보았을 즈카르야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내 남편은 마리아가 자연적으로 임신한 것으로 믿고 있어요.”

 

“나도 알아요. 미리 조심해서 그렇게 되기를 원하기도 했어요. 하느님의 비밀들은 거룩해요. 주님의 천사가 즈카르야에게 내가 하느님에 의해서 임신했다는 것을 알려 주지 않았어요. 하느님께서는 제 안에 당신의 말씀이 강생하실 시기가 임박했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에, 만일 그분이 원하셨으면 천사가 알려 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언니의 늦은 임신을 불가능한 것으로 거부하는 즈카르야에게 이 빛나는 기쁨을 숨기셨어요. 그래서 언니가 보다시피 언니는 내 안에 살아 있는 비밀을 알았는데, 즈카르야는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그의 불신의 장막이 걷히지 않는 한 즈카르야는 초자연적 빛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 살 거예요.”

 

엘리사벳은 한숨을 쉬며 입을 다문다.

 

즈카르야가 들어온다. 그가 두루마리들을 마리아에게 내민다. 저녁식사 전에 기도드리는 시간이다. 마리아가 즈카르야 대신 큰 소리로 기도를 드린 다음 식탁에 자리들을 잡는다.

 

“마리아가 여길 떠나고 나면 우리 대신 기도드려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우리는 한탄할 거예요.”


엘리사벳이 말을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말한다.

 

“즈카르야, 그때는 형부가 직접 기도하실 거예요.”


마리아가 대답한다.

즈카르야가 머리를 흔들면서 서판에 쓴다.


“나는 결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드리지 못할 거야. 내가 하느님을 의심했을 때부터 자격을 잃고 말았어.”

“즈카르야, 기도하시게 될 거예요. 하느님께서는 용서하십니다.”


노인은 눈물을 훔치며 한숨을 쉰다. 식사 후에 마리아는 다시 베틀로 간다.

 

“그만 해요! 몸이 너무 피곤해질 거예요.”


엘리사벳이 말한다.

 

“해산때가 다가와요. 엘리사벳, 나는 언니의 아기에게 다윗 가문 왕을 앞장서서 갈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가지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즈카르야가 글을 쓴다.


“그 왕이 누구에게서 태어날까? 어디에서?”

 

마리아가 대답한다.


“예언자들이 말한 곳에서 영원하신 분이 택하실 사람에게서 태어나실 것입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신 우리 주님께서 하시는 일은 모두 잘 하시는 일입니다.”

 

즈카르야가 쓴다.


“그래, 베들레헴에서 날 거야! 유다에서. 여보, 우리 왕에게 경배하러 갑시다. 마리아도 요셉과 함께 베들레헴에 오도록 해.”

 

마리아가 베틀에 머리를 숙이며 말한다.


“저도 오겠어요.”
 
이것으로 환상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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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께서 말씀하신다.

 

“우리 이웃에 대한 사랑은 우리 이웃을 대상으로 행해져야 한다. 이것이 너에게 말장난으로 여겨지지 않아야 한다.

 

사랑은 두 가지 대상을 가지고 있다. 하느님과 이웃이다. 이웃에 대한 사랑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사랑이 포함된다. 만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사랑한다면,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것이 허용되는 일에서까지도 항상 이웃의 필요를 앞세울 만큼 거룩해야 한다. 내 자녀들아, 확신하여라.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능력과 관대하심(Bounty)으로 너그러운 영혼들을 위하여 부족한 것을 보충하신다.

 

내 사촌언니가 처해 있는 상황을 도와주도록 나를 헤브론으로 이끈 것은 바로 이 확신이었다. 그런데 인간적인 도움을 주려는 내 의도에, 하느님께서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초자연적인 도움의 선물을, 그것도 항상 그러시는 것처럼 넘치도록 보태 주셨다. 나는 물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갔는데 하느님께서는 내 착한 뜻을 거룩하게 하시어, 엘리사벳 태중의 아기를 성화시켜 주시고, 세례자를 미리 거룩하게 한 이 성화와 더불어 예사롭지 않은 고령에 임신하게 된 하와의 딸의 육체적인 고통을 덜어 주셨다.

 

두려움 없는 믿음을 가지고 확신하는, 순종하는 여인인 엘리사벳은 내 안에 들어 있는 신비를 이해할 자격을 얻었다. 성령께서는 그녀의 태중에서 아기가 뛰노는 것으로 엘리사벳에게 말씀하셨다. 세례자는 정맥과 살의 베일을 통하여 말씀의 선포자로서 첫 번째 설교를 한 것이다. 그 정맥과 살은 그를 거룩한 어머니로부터 떼어 놓음과 동시에 어머니와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엘리사벳에게 주님의 어머니라는 내 신분을 말하기를 꺼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알 만한 자격이 있었고, 또 빛(the Light)이 그녀에게 당신 자신을 계시하셨기 때문이다. 그것을 거절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찬미를 거절하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내 안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에게도 그것을 말할 수가 없어서, 식물들과 꽃들과 별들과 해에게,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와 참을성 있는 양들과 하늘에서 내려와 나에게 입 맞추어 주는 황금색 빛과 졸졸거리는 시내에게 털어 놓던 찬미를 거절하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것은 혼자 하는 것보다 더 즐겁다. 나는 온 세상이 내 운명을 알았으면 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나와 일치하여 우리 주님을 찬양하도록 하기 위해서.

 

조심성으로 인하여 나는 즈카르야에게 진실을 알릴 수 없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일을 침범하는 것이다. 내가 하느님의 정배이고 그분의 어머니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분의 종이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한없는 사랑을 가지셨다고 해서 감히 하느님을 대신하고, 나를 그분 위에 올려놓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엘리사벳은 성덕으로 이것을 깨닫고 침묵을 지켰다. 거룩한 사람은 항상 순종하고 겸손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선물이 우리의 선을 증가시켜야 한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더 많이 주어야 한다. 우리가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분이 우리 안에 더 계시고, 우리는 그분의 완전에 가까워지도록 더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인 일은 뒤로 미루고 엘리사벳을 위하여 일했다. 나는 시간이 없지 않을까 하는 염려로 위축되지 않았다. 하느님은 시간의 주인이시다. 하느님은 당신 안에서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공급하신다. 이기심은 모든 것을 늦어지게 할 뿐, 아무짝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사랑은 늦어지게 하지 않고 진척시킨다. 이것을 항상 기억해라.

 

엘리사벳의 집은 얼마나 평화스러우냐! 만일 내가 요셉의 생각과 세상을 구속해야 하는 내 아이의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행복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가 벌써부터 내 생활을 그늘지게 하고, 조종(弔鐘)소리처럼 예언자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내 이름은 마리아였다. 하느님께서 내 마음에 부어 주시는 즐거움에는 언제나 괴로움이 섞여 있었다. 그 괴로움은 내 아들이 죽을 때까지 점점 커가기만 했다. 마리아야,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를 희생의 운명으로 부르실 때, 오! 우리의 고통으로 약한 사람들을 튼튼하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하늘나라를 얻게 하는 빵을 만들기 위하여 낟알이 맷돌에 갈리듯 갈리는 것은 즐겁다!

 

이제 충분하다. 너는 피로하고 행복하다. 내 축복을 받으며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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