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23] 세례자의 탄생

강명준 변호사 | 기사입력 2018/03/25 [07:20]

[발또르따의 예수이야기 23] 세례자의 탄생

강명준 변호사 | 입력 : 2018/03/25 [07:20]

 [번역 강명준 변호사    편집 추광규 기자]

 

▲ 사진출처 : 픽사 베이

 

 

 

1944. 4. 3.

 

세상이 요즘 우리에게 보여 주는 불쾌한 일들 가운데서 이 평화스러운 환상이 하늘로부터 내려온다. 나는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 안에 살고 있는 것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인간의 사악함과의 끊임없는 갈등이라는 바람에 흔들리는 연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엘리사벳의 집에 있다. 하늘은 마지막 햇살 아래 청명하고, 벌써 떠 있는 활 같은 초승달이 짙은 파란색의 넓디넓은 옷에 찍어 놓은 은빛 쉼표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여름 저녁이다.

 

장미 넝쿨들은 강한 향기를 풍기고, 꿀벌들은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날아다니는데, 그놈들은 고요하고 더운 저녁 공기 속에서 윙윙거리는 금빛 물방울 같다. 풀밭에서는 햇볕에 마르는 풀냄새가 불려 오는데, 오븐에서 나온 따끈한 빵 냄새와 거의 비슷하다. 아마 사라가 사방에 널어 말린 다음 걷어서 개키고 있는 많은 빨래에서도 이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마리아는 사촌언니의 팔을 부축하면서 천천히 산보하고 있다. 그들은 조금 어두워진 퍼골라 밑을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왔다 한다.

 

마리아가 모든 것을 살피는데, 엘리사벳을 돌보면서도 사라가 울타리에서 걷은 긴 아마포를 개키는 데 골몰하는 것을 본다.

 

“여기 앉아서 기다리세요.”


마리아가 사촌언니에게 말하고 늙은 하녀를 도와 아마포를 잡아당겨서 주름을 펴고 정성스럽게 개킨다.

 

“아직은 햇볕의 온기가 남아 있어서 따뜻해요.”


마리아가 미소 지으며 말한 다음 하녀를 기쁘게 해 주려고 덧붙인다.

 

“이 아마포는 사라가 빤 뒤로는 전에 없이 아름답게 됐어요. 이렇게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사라밖에 없을 거예요.”


사라는 향긋한 아마포를 안고 어깨를 으쓱하며 간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에게로 가서 말한다.


“몇 걸음만 더 걸어요. 그게 언니에게 이로울 거예요.”

 

그러나 엘리사벳이 움직이기를 원치 않자 마리아가 다시 말한다.


“비둘기들이 모두 둥지에 들어갔는지, 그것들의 욕조가 깨끗한지만 보고 집으로 돌아갑시다.”

 

비둘기들은 엘리사벳의 마음에 드는 새들인 모양이다. 두 여자가 시골풍의 작은 탑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둘기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암컷들은 둥지 위에 있고, 수컷들은 그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두 여자를 보고는 인사하는 것처럼 크게 구구 소리를 낸다. 엘리사벳은 자기 몸의 쇠약함에 압도되고 두려운 마음에 눌려 울음을 터뜨린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몸을 의지한다.

 

“만일 내가 죽게 되면… 내 가엾은 비둘기들은 어떻게 될까? 마리아는 떠날 텐데. 마리아가 이 집에 계속 있으면 내가 죽어도 상관없을 거야. 나는 여인이 맛볼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을 맛보았어.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던 그 기쁨을. 그래서 죽더라도 주님을 원망하지는 못하겠어요. 주님은 나에게 많은 호의를 베푸셨어. 그로 인해주님을 찬미해요. 그렇지만 즈카르야가 있고…, 아기가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은 늙어서 아내가 없으면 마치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될 거예요. 또 아기는 너무 어린데 엄마가 없어서 추위에 얼어 죽을 운명에 처해 있는 꽃과 같을 거예요. 어머니의 애무도 받지 못할 가엾은 아기…!”

 

“아니, 왜 그렇게 슬퍼하세요? 하느님께서 언니에게 어머니가 되는 기쁨을 주셨는데, 그 기쁨이 절정에 달해 있을 때 그것을 언니에게서 빼앗아 가지 않으실 거예요. 어린 요한은 엄마의 모든 입맞춤을 받을 것이고, 즈카르야는 아주 고령에 이르기까지 충실한 아내의 보살핌을 받을 것입니다. 언니네 부부는 한 나무의 두 가지와 마찬가지예요. 가지 하나가 다른 가지를 외롭게 남겨두고 죽지는 않을 거예요.”

 

“마리아가 착해서 나를 위로하는 거지요. 나는 아기를 낳기에 너무 늙었어요. 그래서 해산때가 된 지금 겁이 나요.”

 

“아! 아니에요, 예수가 여기 있어요! 예수가 있는 곳에서 무서워해서는 안 돼요. 내 아이가 갓 형성된 꽃봉오리 같았을 적에 언니의 고통을 가볍게 했다고 언니가 말했지요. 그런데 아기가 점점 자라서 이미 내 안에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되어 있는 지금은 아기의 작은 심장이 내 가슴 가까이에서 뛰는 것을 느껴요. 그 작은 심장의 고동으로 인해서 둥지 속에 어린 새 한 마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돼요. 언니가 일절 위험을 당하지 않게 할 거예요. 언니는 믿음을 가져야 해요.”

 

“그래, 나에게 믿음이 있지만 만일 내가 죽게 되거든, 즈카르야 곁에서 곧 떠나지 말아요. 마리아가 집 생각 하는 줄은 알아요. 하지만 좀 더 있으면서 슬퍼하는 내 남편을 며칠 동안만이라도 도와줘요.”

 

“나는 남아서 언니의 기쁨과 즈카르야의 기쁨을 누리다가 언니가 튼튼해지고 명랑하게 되었을 때에나 떠나겠어요. 언니 안심하세요. 모든 것이 순조로울 거예요. 언니가 고통을 겪는 시간에 언니 집에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즈카르야는 가장 상냥한 하녀가 시중들어 드릴 거고요. 언니의 꽃들과 비둘기들도 잘 보살펴져서, 언니는 사랑하는 여주인이 기쁘게 돌아오는 것을 축하해 주는 아름답고 행복한 그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이제 돌아갑시다. 언니 얼굴이 창백해지네요.”

 

“그래요, 고통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시간이 됐나 봐요. 마리아, 나를 위해 기도해 줘요.”

 

“언니의 고통이 기쁨으로 활짝 피어날 때까지 내 기도로 언니를 돕겠어요.”

 

두 여자는 천천히 집으로 돌아온다. 엘리사벳은 자기의 처소로 간다. 마리아는 능란하고 용의주도하게 명령을 내리고, 준비해야 할 것을 모두 준비하고, 불안해하는 즈카르야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오늘밤 잠을 자지 못하는 이 집에서 도움을 요청하여 여기 와 있는 귀에 익지 않은 여인들의 목소리들이 들리는 가운데, 마리아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의 등대처럼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온 집안이 마리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마리아는 친절하게 미소 지으면서 모든 것을 보살핀다. 이 일 저 일로 불려가지 않을 때에는 기도에 전념한다.

 

마리아는 식사와 일을 위해 모이는 방에 즈카르야와 함께 있는데, 그는 한숨을 쉬며 불안에 가득 차서 서성거린다. 그들은 이미 함께 기도드렸고, 지금도 마리아는 계속 기도드리고 있다. 노인이 피곤에 지쳐서 식탁 의자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입을 다물고 있는 지금도 마리아의 기도는 계속된다.

 

그러다가 즈카르야가 식탁에 십자로 포개 얹은 팔에 머리를 댄 채 잠이 든 것을 보고, 마리아는 소리 내지 않으려고 샌들을 벗고 맨발로 다닌다. 방안을 날아다니는 나비보다 소리가 작다. 마리아가 즈카르야의 겉옷을 집어 어찌나 조심스레 덮어 주었던지 그는 포근한 모직 옷에 덮인 채 계속 잔다. 모직물은 자주 열리는 문으로 이따금씩 들어오는 밤의 싸늘한 기운을 막아 준다.

 

마리아는 다시 기도드린다. 엘리사벳의 고통스러운 부르짖음이 더 날카로워질 때에 그녀는 더 열렬하게 무릎 꿇고 팔을 들고 기도한다. 사라가 들어와 마리아에게 나오라고 말한다. 마리아는 맨발로 정원으로 나간다.

 

“주인마님이 아씨를 원하십니다.”


사라가 말한다.

 

“갑시다.”


마리아는 집을 끼고 가다가 층계를 올라간다. 별이 총총한 고요한 밤에 돌아다니는 흰 천사 같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방으로 들어간다.

 

“오! 마리아! 마리아! 몹시 아파요! 더는 견디지 못하겠어요. 마리아! 어미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어야 하나요?”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입 맞춰 준다.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의 배에 내 손을 얹게 해 줘요!”


마리아는 주름투성이의 부은 두 손을 잡아 둥글게 된 자기 배에 갖다 대고 부드러운 작은 손으로 꼭 누른다. 그런 다음 둘만 있게 되자 조용히 말한다.

 

“예수가 여기 있는데, 그는 언니를 보고 있어요. 언니, 믿으세요. 예수가 언니를 위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거룩한 심장이 더 세게 뛰고 있어요. 내가 그 심장을 쥐고 있는 것처럼 뛰는 맥박을 느껴요. 아기가 심장의 고동으로 말하는 것을 전 알아들어요. 아기가 저에게 말하고 있어요. ‘여인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세요. 조금만 더 고통을 겪으라고 하세요. 그러면 그녀는 해가 뜰 때 줄기 위에서 벌어지려고 아침 햇살을 기다리는 수많은 장미꽃봉오리 가운데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미꽃을 가지게 될 터인데. 그것은 내 선구자 요한일 것입니다.’”

 

엘리사벳은 얼굴도 마리아의 가슴에 얹고 조용히 운다. 고통이 가라앉고 뜸해지고 진정되는 것 같아 마리아는 얼마 동안 그대로 있다.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한 마리아는 서 있는데, 기름등잔의 약한 불빛이 비치는 가운데 해산의 고통을 지켜보고 있는 천사와 같이 희고 아름답다. 마리아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기도드리는 것 같다. 내가 움직이는 입술을 보지 못한다 해도 얼굴 표정만 보고도 그녀가 기도드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엘리사벳의 고통이 다시 시작되자 마리아가 엘리사벳에게 입 맞춘다. 그런 다음 달빛 아래로 빨리 나와서 노인이 아직도 자고 있는지 보려고 달려간다. 노인은 여전히 자고 있는데, 꿈을 꾸면서 신음한다. 마리아는 가엾다는 몸짓을 하고 다시 기도를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고, 노인은 잠에서 깨어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듯 놀람을 나타내는 시선을 던지다가 기억이 난 듯 손짓을 하고 목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로 부르짖는다. 그런 다음 글을 쓴다.


“아기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

 

마리아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는 몸짓을 하자 즈카르야가 쓴다.


“얼마나 괴로울까! 가엾은 내 아내! 죽지 않고 이 고비를 넘길까?”

 

마리아는 노인의 손을 잡고 안심시킨다.

 

“잠시 후 새벽이 되면 아기가 태어날 겁니다. 언니는 강해서 만사가 순조로울 거예요. 형부의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오늘은 얼마나 아름다운 날이 되겠어요! 형부의 일생에서 제일 아름다운 날일 거예요! 주님께서 형부를 위해 마련해 두신 큰 은총이고, 형부의 아이는 그것을 알리는 사람이에요.”

 

즈카르야는 침울하게 머리를 흔들며 벙어리가 된 자기의 입을 가리킨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도 말할 수 없다.

마리아가 알아듣고 대답한다.


주님은 형부에게 완전한 기쁨을 주실 것입니다. 주님을 온전히 믿으시고, 무한히 바라시고, 온전히 사랑하세요. 지극히 높으신 분은 형부가 감히 바라는 것 이상으로 허락하실 것입니다. 주님은 지난날의 형부의 불신을 씻어 주시려고 온전한 믿음을 원하고 계세요. 마음속으로 저와 함께 ‘저는 믿습니다’ 하고 말씀하세요. 형부의 심장이 뛸 때마다 그렇게 말씀하세요. 하느님의 보고는 그분과 그분의 능하신 인자를 믿는 사람에게 열립니다.”

 

조금 열린 문으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마리아가 문을 연다. 새벽빛이 축축한 땅 위에 퍼진다. 축축한 땅과 녹음에서 강한 냄새가 풍겨 온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서로 부르는 새들의 맨 처음 지저귐이 들린다.

 

노인과 마리아는 문지방으로 간다. 그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워서 얼굴이 창백한데, 새벽빛 때문에 한층 더 창백하게 보인다. 마리아가 샌들을 신고 층계 밑으로 가서 귀를 기울인다. 여자가 한 사람 나타나면 손짓을 하고는 돌아온다. 아직 소식이 없다. 마리아가 어떤 방으로 가서 뜨거운 우유를 가지고 와서 노인에게 권한다. 비둘기들을 보러 갔다 와서 부엌으로 가는 것 같다. 마리아가 한 바퀴 돌며 이것저것을 살핀다. 마리아는 수면을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발랄하고 침착하다.

 

즈카르야는 안절부절 못하고, 이리저리 걷고, 정원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한다. 마리아는 그를 동정하는 눈으로 바라보다 방으로 들어가 자기 베틀 가까이 무릎을 꿇고 온 마음을 다하여 기도한다. 아픈 사람이 호소하는 부르짖음이 더욱 날카롭게 들리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방바닥까지 몸을 굽혀 영원하신 아버지께 기도드린다. 즈카르야가 방으로 와서 마리아가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 운다. 마리아가 일어나 노인의 손을 잡는다. 그녀는 즈카르야보다 훨씬 더 젊지만 비탄에 잠긴 노인의 어머니처럼 그를 위로한다.


그들은 아침 하늘을 장밋빛으로 물들이는 햇빛을 받으며 기쁜 소식을 듣는다.

 

“태어났어요! 태어났어요! 사내아이가요! 행복한 아버지! 장미꽃같이 싱싱하고, 태양같이 아름답고, 제 어머니처럼 강하고 착한 사내아이입니다. 성전에 바칠 수 있도록 당신에게 아들을 주시는 주님의 축복을 받은 아버지인 당신에게는 기쁨이요, 이 집에 후손을 내려 주신 하느님께는 영광입니다! 당신과 당신에게서 난 아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아기의 후손이 대대손손 영원히 당신의 가문을 이어가고, 그 자손들이 영원하신 주님과 항상 일치하기를 바랍니다.”

 

마리아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주를 찬미하고, 두 사람은 축복하라고 아버지에게 데려온 아기를 맞이한다. 즈카르야는 엘리사벳을 보러가지 않고, 기를 쓰고 우는 아기를 받아 안는다.

 

마리아가 아기를 다정하게 안고 엘리사벳에게로 간다. 아기는 마리아가 안자마자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친다. 마리아를 따라오는 수다스러운 여자가 이 사실에 주목하여 엘리사벳에게 말한다.

 

마님, 이 분이 아기를 안자 아기가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어요. 아기가 얼마나 버둥거리고 힘이 셌어요? 그런데 보세요. 지금은 얼마나 편안히 자고 있는지. 꼭 어린 비둘기 같아요.”

 

마리아가 아기를 어머니 곁에 눕히고, 반백이 된 머리를 다시 정리해주고 쓰다듬으며 엘리사벳에게 조용히 말한다.

 

“장미꽃이 태어났어요. 언니는 살아 있고요. 즈카르야는 행복해요.”
“그는 말해요?”
“아직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주님께 바라세요. 이제 그만 쉬세요. 제가 언니와 함께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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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있음으로 인해 세례자가 거룩하게 되었지만, 그것이 하와에게 내린 선고를 엘리사벳에 대해 무효화하지는 않았다. ‘너는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리라’고 영원한 분이 말씀하셨다.

 

티 없고, 인간과의 결합이 없는 나만이 분만의 고통이 면제되었다. 슬픔과 고통은 죄의 결과이다. 죄 없는 나였지만, 공동 구속자였기 때문에 고통과 슬픔은 겪어야 했다. 그러나 분만의 격심한 고통은 없었다. 그렇다. 나는 그 고통은 겪지 않았다.

 

내 딸아, 가장 고통스러운 침대에서, 내 십자가의 침대에서, 즉 내 아들이 달려 죽는 십자가 아래에서, 내 십자가라는 침대에서 겪은 영적인 모성의 순교자로서의 산고와 같은 산고는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없을 것이다. 어떤 어머니가 그렇게 아이를 낳아야 하고, 또 어떤 어머니가 죽어가는 아들의 숨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애끓는 마음의 고통을 이길 수 있겠느냐?

 

그리고 자기 아들을 죽이는 사람들에게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 너희 어머니인 나에게로 오너라’ 하고 말해야 하는 소름끼치는 일을 어떤 어머니가 이겨낼 수 있으며, 아들을 죽이는 사람들에게 ‘너희를 사랑하는 이 어머니에게 오너라’ 하고 말해야 하는 고통을 어떤 어머니가 겪을 수 있겠느냐? 하늘이 본 것 중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 즉 하느님과 동정녀와의 사랑과 결합으로부터, 불(Fire)의 입맞춤으로부터, 육체가 되고 한 여인의 태를 하느님의 장막으로 만든 빛(Light)의 포옹으로부터 태어난 그의 아들을 죽이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어머니가 되려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어야 해요!’ 하고 엘리사벳이 물었다. 그것은 대단히 큰 고통이지만 내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리아의 가슴에 손을 얹게 해 줘요.’ 아아! 너희가 고통 중에서 항상 이것을 나에게 청하면 얼마나 좋겠느냐!

 

나는 영원히 예수를 안고 있는 여자다. 예수는 작년에 네가 보았듯이 성광에 성체가 들어 있는 것과 같이 내 품에 머물러 있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예수를 만난다. 나에게 기대는 사람은 예수를 만진다. 나에게 말하는 사람은 예수에게 말한다. 나는 예수의 옷이다. 예수는 내 영혼이다. 예수는 지금 내 태중에서 커가고 있던 아홉 달 동안에 나와 결합하여 있었던 것보다도 한층 더 엄마인 나와 결합하여 있다. 그래서 나에게로 와서 머리를 내 가슴에 얹은 사람에게는 모든 고통이 가라앉고, 모든 희망이 피어나며 모든 은총이 흘러내린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한다. 이것을 기억해라. 하늘나라에 살면서 하느님의 빛 속에 있는 지복을 누리면서도 나는 세상에서 고통당하는 내 자녀들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하늘나라는 사랑하기 때문에 하늘나라 전체가 기도한다. 하늘나라는 살아 있는 사랑이다. 사랑은 너희를 불쌍히 여긴다. 그러나 설혹 나 밖에 아무도 없다 해도, 내가 너희 모두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 바라는 사람의 필요에는 충분한 기도가 될 것이다. 나는 거룩한 사람들, 악한 사람들 모두를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는데, 거룩한 사람들에게는 기쁨을 주기 위하여. 악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구원하는 뉘우침을 주기 위하여 기도한다.

 

내 고통의 자녀들아, 오너라, 와. 너희에게 은혜를 얻어 주려고 나는 십자가 아래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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