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의 대국민 사기극. 그리고 “형사 콜롬보”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3/28 [18:04]

정봉주의 대국민 사기극. 그리고 “형사 콜롬보”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3/28 [18:04]

[신문고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201837일 서울시장 출마선언 직전 안젤라의 성추행 폭로로 촉발된 정봉주를 둘러싼 진실게임은 정확히 3주 만에 정봉주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판명되었다.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을 정치적 저격이라고 규정하였으며, 안젤라의 폭로와 프레시안의 보도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일갈했었다. 대국민 사기극. 정봉주의 지적은 정확했다. 다만 사소한 오류가 있었을 뿐이다. 사기극의 주체가 틀렸다. 이제 확실하게 정리하자. 지난 3주간 벌어진 헤프닝은 진보정치인 정봉주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

 

정봉주의 대국민 사기극은 단독 범행이 아니었다. 언론인 완장을 차고 음모론을 떠들던 김어준이 있었고, 홍위병처럼 인터넷 세상을 휩쓸고 다니며 프레시안과 안젤라를 생매장하려 했던 정봉주의 팬덤이 있었다. 그 외 직간접적으로 정봉주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이 이 사기극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작당하고 공모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백보를 양보하여 그들은 작당하거나 공모하지 않았으며, 그저 정봉주를 믿었을 뿐이라는 선의를 인정한다고 해도 그들은 정봉주가 자행한 대국민 사기극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공범의 혐의를 벗을 수 없다고 본다.

 

오늘 정봉주는 서울시장 출마를 접고 정계를 은퇴하여 자연인으로 돌아가 자숙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린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 피해자에게 사과를 할 수도, 성추행 자체가 참인지 거짓인지도 대답할 수가 없다는 논리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디서 지겹도록 들었던 대사이기도 하다. 그렇다. 전두환, 박근혜, 이명박 등이 애용하던 대사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정봉주도 그 무리들과 동급의 인간으로 최종 진화 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70년대 인기 추리드라마 형사 콜롬보는 지능범과 콜롬보 반장의 치열한 두뇌게임을 모티브로 한다. 콜롬보 반장은 범인의 진술 하나하나의 논리적 허점을 집어내며 차근차근 범인을 압박해 나간다. 하지만 콜롬보와 상대하는 지능범들도 양아치 수준 잡범은 아닌지라 교활한 순발력으로 콜롬보의 공격을 보기 좋게 무력화시키곤 한다. 결국 범인은 아주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실수 하나로 콜롬보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배우 피터 포크가 연기한 콜롬보 반장의 캐릭터는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의 최고 매력 포인트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또 다른 매력은 콜롬보에게 패한 지능범들의 태도이다. 그들은 콜롬보의 백번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단 한 번의 패배로 그들의 알리바이가 무너지는 순간, 더 이상의 구질구질한 변명 없이 깨끗하게 모든 범행을 시인한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한순간에 모든 것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콜롬보의 공격을 막아내고자 그들은 거짓을 가리기 위해 끊임없이 더 큰 거짓을 창조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기에 비록 그들이 아주 사소한 실수로 콜롬보에게 일격을 당했을지언정, 사소한 실수는 도미노처럼 지능범이 치밀하게 구성한 논리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지난 3주간 자칭 진보 정치인 정봉주와 그에게 부역한 무리들은 성추문을 둘러싼 진실공방에서 콜롬보가 상대한 지능범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연출했다. (물론 논리의 치밀성으로 따지자면 지능범이라고 인정하기엔 한없이 저렴한 수준이긴 했지만) 부단하게 거짓을 거짓으로 막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들이 창조한 거짓과 위선의 추악한 세계가 안젤라의 현장 사진과 정봉주의 카드사용 내역이라는 아주 사소한 팩트하나로 송두리째 붕괴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붕괴를 어떻게 볼까.

 

콜롬보 반장의 상식과 논리라면 정봉주 알리바이의 붕괴 시점부터 안젤라의 말은 진실일 가능성이 100%라고 봐야 한다. 정봉주는 전두환 수준의 기억력을 핑계로 내세웠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걸었다며 주장한 자신의 알리바이가 완전히 날조된 이유를 가장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날 그 시각에 성추행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봉주는 진실게임에서 손을 들었다.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대국민 사기극을 자행한 자신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한 반성도 그의 은퇴선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공범들은 여전히 성추행은 사실이 아니라며 단말마의 저항을 그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다. 콜롬보 반장의 세계관으로 정봉주와 공범들을 정리하자면 아마 이렇게 되지 않을까.

 

솔직히 그들은 내가 상대할 지능범은 아니다. 그저 양아치 수준의 잡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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