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 댓글조작은 친문의 정치 '몰래카메라'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4/18 [17:43]

드루킹 일당 댓글조작은 친문의 정치 '몰래카메라'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4/18 [17:43]

[신문고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몰래카메라’. 요즘은 도찰범죄(盜撮犯罪)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은닉형 초소형 카메라를 가리키는 단어지만 원래 몰래카메라1991년 개그맨 이경규에 의해 처음 시작된 오락프로의 제목이었다.

 

몰래카메라는 특정인물을 선정해서 대상을 황당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여기저기 숨겨둔 카메라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지경에 처한 주인공의 반응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유발하곤 했다. 한마디로 짓궂은 장난이었지만 사람들의 관음본능을 충족하는 각본 없는 코미디이기에 당시 천편일률적인 오락프로그램에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었다.

 

▲ 유튜브의 mbc 몰래카메라 영상 발췌     © 편집부

 

 

그래서 이런 유형의 코미디는 첫 전파를 탄지 20년이 훨씬 넘었음에도 여전히 TV 오락프로에서 몰래카메라 컨셉의 코너들이 간간히 등장할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몰래카메라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당사자가 자신이 속고 있다는 사실, 장난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절대로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즉 아무리 어이없는 사건이 연이어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더라도 그것이 가공되고 조작된 진실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고 믿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어떤 사람에게 허구를 진짜로 믿게 하려면 치밀한 준비와 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요소는 사람의 힘이다. 실제로 몰래카메라는 한 사람을 속이기 위해 많게는 수십 명의 인원을 동원했다. 그래서 이경규 당시 몰래카메라의 승률-주인공을 속이는데 성공하는 확률-90%를 훨씬 넘는다.

 

그 승률의 힘은 물론 이경규의 기획력에 기인한 바도 있었겠지만 역시나 결정타는 사람이었다. 한명을 속이기 위해 수 십 명이, 그것도 주인공과 가까운 사람조차 한통속이 되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 추억의 영화 스팅 포스터     ©편집부

아마도 몰래카메라의 원조는 조지 로이 힐 감독,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1973년 영화 스팅일 것이다. 거물 조폭 두목을 감쪽같이 속여 거액을 뜯어내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를 그린 스팅은 백 명 가까운 사기꾼 조직이 한 명을 완벽히 바보로 만들어 거금을 바치는 호구로 전락시키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는 걸작 영화이다.

 

아무튼 우리는 속고 속이는 오락 프로그램과 영화 속에서 당하는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보며 즐겁게 웃고 즐기지만 가끔 나도 저렇게 당하면 대책이 없을 텐데하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그렇게 호구로 당하고 있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국정원과 군기무사의 댓글 조작 사건은 용의주도하게 조직된 다수가 선량무구한 대중에게 현실을 왜곡시킨 범죄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사건의 전모를 접한 시민들은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을 왜곡한 것도 문제지만, 현실을 왜곡한 주체가 다름 아닌 국가정보기관이라는 사실도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렇다면 국가기관이 아니라고 해도 교활하게 조직된 다수가 선량무구한 대중을 상대로 현실을 왜곡하여 스스로 의도한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는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와는 차원이 다른, 악의 없는 장난이 아니라 영화 스팅에서 나오는 바와 같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봐야 한다. (스팅에서 당하는 인물이 비록 조폭 두목 악당이라고 해도 영화의 뼈대는 결국 사기범죄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눈뜨고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고 살아왔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범죄가, 교활하게 조직된 다수가 선랑무구한 대중을 상대로 현실을 왜곡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편취하는 파렴치한 범죄가 벌어졌다. 다름 아닌 이른바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이다.

 

작금 여당과 청와대는 드루킹 조직의 행위를 시민들의 그저 자발적이고 집단적인 의사표시 정도로 치부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가고 싶어 한다. 과연 그럴까.

 

드루킹 조직의 활동 주무대는 인터넷 공간이다. 수백 명 혹은 천 명 단위의 조직원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조직의 명령에 따라 인터넷 공간에서 댓글과 이슈의 호감순위와 비토순위를 조작했다.

 

▲ 드루킹 블로그 이미지 캡처     ©편집부

 

 

사람들이 운전할 때 자동차 속도계를 보고 액셀과 브레이크의 조작을 결정하듯, 중도적 성향의 사람들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때 인터넷의 분위기에 적지 않게 영향을 받는다.

 

사는 게 각박해져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는 아날로그적 소통이 갈수록 뜸해지는 요즘 인터넷이 가치판단에 미치는 강도는 갈수록 커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인터넷 환경이 몰래카메라에서처럼 근본적으로 왜곡되고 조작되었다면? 그 조작의 주체들은 국정원 직원이 아닌 자발적 깨시민(깨어있는 시민들)’들이니까 그냥 면죄부를 받아도 되는 것일까.

 

솔직히 말해 소위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는 정치권력의 획득을 위해 인터넷 공간에서 전쟁에 준하는 행위들을 일삼아 왔다. 전쟁을 위한 전력으로 등장한 것이 국정원 댓글 부대, 십알단, 일베충 등등 보수의 도덕적 파탄을 상징하는 정치여론 조작단 패거리였다.

 

하지만 진보는, 구체적으로 말해 팬덤에 준하는 지지층을 확보한 친 문재인 정파들은 어떠했나. 사실 문재인 팬덤이 자행한 마타도어에 의해 내상을 입은 자파 정치인들은 적지 않았다.

 

그래서 이른바 문빠, 문꿀오소리 등 문재인 팬덤을 지칭하는 단어들도 등장했지만, 그리고 우습게도 비아냥 섞인 단어들을 자랑스런 호칭으로 삼는 팬덤들도 적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이 치밀하게 조직되어 현실의 조작을 호도하는 일만은 없었다고 자신만만하게 떠벌이곤 했었다.

 

그런데 드루킹 사건은 이 모든 전제조건을 근본적으로 뒤엎어 버렸다. 드루킹은 조직원을 통해서, 그리고 인터넷 기술을 통해서 자신에게 여론조작의 역량이 있음을 과시하고 증명했다.

 

그리고 그의 역량은 여권의 기라성 같은 인사들과의 교감을, 심지어 현 대통령의 부인에게도 관심을 받는 위치로 그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이에 대선승리 이후 그는 국가 고위직 인사추천의 권리까지 누리게 된다.

 

원칙과 상식으로 생각해 보자. 자발적 깨시민 한 분께서 이렇게 황송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이유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지를.

 

취임 1년이 다되어가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가까이를 유지한단다. 솔직히 나는, 그리고 내 주변에서는 문재인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정서가 주류이다. 내가 느끼는 세상과 스마트 기기로 접하는 세상 사이 괴리가 엄청나다고 느끼는 시간이 길어져 가는데, 드루킹 조직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나고야 만다.

 

 

▲ 드르킹 이미지와 그가 페북에 올린 글 갈무리     © 편집부

 

 

그렇다면 나의 합리적 의심의 지향점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불현듯 대통령의 지난 발언이 뇌리를 스친다. 그는 그의 팬덤이 자행하던 마타도어, 이른바 문자 폭탄을 가리켜 양념이라는 아름다운 애칭을 수여하지 않았던가.

 

재인 정부가 박근혜나 이명박 따위 나쁜 사람들을 징치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문재인 정부가 좋은 정부라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절대로 될 수 없다.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류와 문재인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차이점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기라는 원칙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그 원칙을 신성불가침의 수준으로 준수했는지 여부를 국민 앞에 명백하게 소명할 의무가 있다. 만에 하나 정의로운 자신들이기 때문에 정권 획득을 위해 양념으로수단을 정당화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들 또한 적폐세력이자 탄핵되어야할 세력이 맞다고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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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쯧쯧쯧 2018/04/18 [19:48] 수정 | 삭제
  • 당신 주변에 대통령 지지자가 없는 이유는... 당신이 안철수 지지자이기 때문... 가만히 계시다 지선결과만 지켜보시라.. 선거결과가 지지율이지.. 안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