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계 스타무용수들 결혼의 진정성을 묻다

이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7/09 [09:47]

현대무용계 스타무용수들 결혼의 진정성을 묻다

이서현 기자 | 입력 : 2018/07/09 [09:47]

▲ 사진 =전미숙미용단 제공

 

 

안무가 전미숙(전미숙무용단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이 오는 7월 14일(토) 4시/7시와 15일(일) 3시/6시 양일간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Talk to Igor/ 결혼~ 그에게 말하다>를 올린다.

 

전미숙 안무가는 세계적인 무용축제 스위스 TANZ Festival STEPS, 미국의 White Bird Festival, Jacob’s Pillow Dance Festival, 멕시코의 Cervantino Festival 등에 세계적인 무용 축제에 초청 받은 바 있는 대한민국 대표 중견 안무가이다. 30여년간의 꾸준한 창작 작업으로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안무가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로 재직하며 신창호, 차진엽, 김동규, 김판선, 김보라, 김성훈, 최수진, 안남근 등 우리나라 현대무용계를 이끌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LDP무용단 출신 실력파 댄서와 안무가들을 배출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전미숙 안무가는 이번 <Talk to Igor/ 결혼~ 그에게 말하다>를 통해 사회적 통과의례로 받아들여진 ‘결혼’이 현대 사회에서 갖는 의미, 결혼 관계 속에 내재된 혼돈, 결혼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 결혼을 향한 시대의 정서 등을 세계적인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와 나눈다.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세계를 펼치며 새로운 예술의 미래를 제시했던 스트라빈스키. 안무가 전미숙이 그의 음악 <결혼 Les Noces(1923)>을 작품에 사용한 것은 스트라빈스키가 시대를 앞서 삶과 예술을 통찰하고, 의외와 도발로 기존의 관념들을 해체했기 때문이다. 1923년 그가 완성한 <결혼>은 러시아 농민들의 민속의식에서 채집된 민요와 결혼 가사를 인용하여 작곡한 곡으로, ‘탄식’과 ‘기도’를 주제로 구성된 이 음악 안에는 결혼의 노동, 생산, 사회적 의무가 무겁게 담겨 있다.

 

안무가 전미숙은 작품을 구상하며 스트라빈스키가 <결혼>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그가 경험했을 편견과 저항을 상상했다. 또한 우리의 격식을 차린,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결혼’이라는 의식과 스트라빈스키의 난해한 음악과의 조우를 흥미롭게 느꼈다. 이들의 음악과 춤을 통해 드러나는 결혼의 이미지는 결코 목가적인 아름다움과 평온함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러니와 난해함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며 결혼 관계 속에 내재된 혼돈의 단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전미숙의 작품은 2012년 국립현대무용단 국내안무가초청공연을 통해 첫 선을 보인 작품이지만, 6년만에 다시 올리는 이 시점 또한 초연 당시와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의미가 많이 변화했기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안무가는 고백한다. 사회적 통과의례로 여겨 온 결혼의 의미 변화, 결혼의 형태는 유지하지만 결혼을 통한 유대와 결속은 잃어버린 수많은 관계들, 사랑보다 사회적 필요에 의해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오늘날 결혼 생활의 정서 등 결혼에 대한 안무가 전미숙의 깊은 성찰이 담겼다.

 

또한 전미숙은 이번 작품에서 안무적으로 ‘춤과 음악의 종속적인 관계성을 해체’하고자 한다. 음악 프레임에 춤을 적용시켜왔던 기존의 안무 매커니즘에서 탈피하고자하며, 이 과정에서 춤은 독자적인 리듬, 다이나믹, 흐름을 확보하며 주체적인 매체로 작품을 관통한다. 불협화음과 불규칙한 리듬 구조, 선율의 변형과 마디마디 바뀌는 변박 등 스트라빈스키의 작곡 모티브를 안무 콘셉트로 적용하는 것. 컨템포러리 댄스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조우, 춤의 비정형성 실험을 통해 관객은 예상치 못한 의외의 미학을 발견하고 춤과 음악이 만나는 흥미로운 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무엇보다 수십 개에 달하는 ‘스탠딩 마이크’ 가 무대의 미장센을 완성시키는 훌륭한 시각적 도구로 활용된다. 결혼의 관계에서 늘 암묵적으로 침묵하고 수동적이어야했던 여성들이 이에 반기를 들고 투쟁적으로 목소리를 드러내며 관계에 무력해진 각 개개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메타포가 되는 것이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수많은 메타포는 결혼의 관습과 신화의 파괴를 상징함과 동시에 결혼의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절박한 아우성이기도 하다. 결혼에 대한 관습을 깨부수는 통쾌함으로 무용수들의 난장과 폭동이 시원하게 펼쳐지면서 ‘이 시대의 결혼은 무엇인가, 지속되어져야 하는 진정성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함께 얘기하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에게 묻는다.

 

특히 이번 공연을 통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무용 감독으로 안무의 진가를 더욱  발휘한 차진엽과 댄싱9 출신의 국립현대무용단 최고 무용수 최수진이 출연해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최수진은 전미숙의 <Talk to Igor/ 결혼~ 그에게 말하다> 초연에 미혼으로 참가했으나 이번 작품에 기혼 상태로 참가해 한층 깊어진 움직임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한국현대무용계 대표 스타 현대무용수 차진엽, 김영진, 이용우, 김성훈, 임종경을 비롯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실력파 댄서 정지윤, 김형민, 정태민, 배효섭, 신호영이 출연해 무대를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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