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저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

[이희근 오이도 이야기]'많이 잡는 사람' '적게 잡는 사람' '못잡는 사람

컬쳐인 시흥 | 기사입력 2009/09/19 [05:50]

'갯벌의 저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

[이희근 오이도 이야기]'많이 잡는 사람' '적게 잡는 사람' '못잡는 사람

컬쳐인 시흥 | 입력 : 2009/09/19 [05:50]
▲ 오이도 어촌계원들이 작업을 위해 나서는 모습.   © 오이도어촌계
 
한 떼의 사람들이 겁도 없이 갯벌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오이도 어촌계에서 경계를 위해 세워둔 대나무 경계를 무시한채 갯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작년부터 오이도 어촌계에서는 갯벌을 보호하고 이후에는 어민의 생계에 보탬이 되게 하겠다며 갯벌에 대나무로 경계를 표시하고 있다.
 
관광객과 일반인들이 대나무를 넘지 않게 하면서 체험을 하게하고 어민들에게도 일부 쪽은 아예 잡지를 못하게 하는 식으로 갯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사람들 뭐야? 아니 그런데 이건 또 뭐야? 한 두 사람만 경계를 넘어가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득달같이 달려 나와서 지적하던 어촌계 사람들이 한명도 보이질 않네, 이거 사람 차별하는 건가? 아니면 갯벌을 지키는 걸 포기한 건가?

“아닙니다. 그건 오이도 어촌계의 공동작업 입니다.”
“공동작업?”


“네”
“공동작업이 무엇인데요?”


“네. 그건 어촌계가 관리하는 곳에 어촌계원들이 들어가서 함께 작업하고 수매하여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럼 뭐 특별한 규칙 같은 거라도 있나요?”



▲ 함께 공동작업하는 모습    ©오이도어촌계
 
“당연하죠. 몇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가구당 1인당이 아닙니다. 가구당 잡을 수 있는 kg을 제한합니다. 예를 들어 사전에 ‘어촌계가 오늘은 30kg만 작업합니다’하면 35kg을 잡아도 30kg만 인정되는 것이지요. 물론 27kg을 잡으면 27kg만을 인정하구요."
 
"또 작업지역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미리 경계를 쳐서 그 안에서만 잡을 수 있게 하죠. 그리고 개인 판매를 금지합니다. 어촌계가 전량 수매하여 중간 판매인에게 판매하고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어민들에게 돌려줍니다. 그리고 계원이 작업에 직접참여를 못하는 경우 누군가 대신 와서 잡으려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기준보다 많이 잡은 사람은 기준만 인정하면 더 잡은 건 어떻게 되나요?

“그건 수수료와 함께 어촌계의 운영경비로 쓰입니다. 인건비라던가, 기자재라던가. 내년도 신규사업비등으로 쓰이게 되는거죠. 그래도 남으면 적립이 되는 것이구요.”

“네, 고맙습니다.”

공동작업을 시작했다. 옛날식대로 그대로 하려고 노력하지만 여건상 여러 가지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330여명이 a와 b조로 나뉘어서 하루 걸러 하루씩 작업했지만 지금은 참여가구수가 110여 가구 내외여서 모두 참여하고 있고, 평균연령도 60대 초반은 되는 것 같다.

또 예전에는 하루 1가구 작업량이 60~80kg에서 많게는 100kg 이었지만 지금은 하루 30~40kg을 하루 작업량으로 잡고 있다. 그래도 조개 값이 좋아서 소득으로 보면 짭짤하다. 작업을 할 때는 또 다른 싸움이 갯벌에서 벌어진다.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어촌계에서는 작업지역을 미리 정하는데 조개가 없다는 이유로 계원들은 작업지역을 벗어나려고 하고 어촌계에서 고용한 ‘감시’(?)들은 그것을 못하게 하는 싸움 아닌 싸움이 그것이다. 하지만 작업을 끝내고 나올 때 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 연세드신 분들이 많아 조개들을 나르는데 애로점이 많다.    ©오이도어촌계
 
연세드신 계원님들도, 오이도로 시집온 젊은 새댁들도 힘들지만 즐거워하심을 읽을 수 있다. 오이도 어촌계원에게 공동작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라는 공동체의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조개를 잡을 때 잘 잡는 사람은 못 잡는 사람을 도와주고 더 잡은 사람은 못 잡은 사람을 위해 자기 것을 나누어 줄줄 아는 또 그런 도움을 받은 사람은 고마워 할 줄 아는 우리라는 의식이다.

하지만 나름 아쉬운 것도 있다. 아직까지 원하는 만큼 조개가 있지 않아서 충분한 양을 잡지 못한다는 것과 예전에는 소달구지로 어민이 잡은 것을 갯벌에서 실어서 운반했는데 지금은 소달구지나 경운기가 갯벌로 드나들 수가 없어서.
 
연세드신 분들이 잡은 것을 이고 지고 나오는 것을 보면 죄송하고 아쉽고 안타깝다. 내년에는 소달구지는 아니더라도 경운기라도 드나들 수 있는 길을 좀 만들고 싶다. 연세드신 분들 고생 덜하시게....

아참, 우리가 지금 잡는 공동작업하는 조개이름은 동죽입니다. 왜 동죽이냐고 물으시면 저도 모릅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불렀습니다. 해금을 해서 이런저런 요리를 해먹으면 달짝지근하니 맛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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