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대북특사 방북 전제조건은

[시사 큐비즘] 6자회담을 둘러싼 북한과 남한 그리고 미국의 속내

최재천 변호사 | 기사입력 2009/10/09 [05:17]

보즈워스, 대북특사 방북 전제조건은

[시사 큐비즘] 6자회담을 둘러싼 북한과 남한 그리고 미국의 속내

최재천 변호사 | 입력 : 2009/10/09 [05:17]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김대중 대통령식 표현을 빌자면,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패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 같다. 미국은 이미 지난 봄 평양으로부터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초청장을 받아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방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이번 원 총리의 방북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원 총리를 통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신중하게 주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방북결과와 오는 9일에 있을 베이징에서의 한중일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다음 최종적으로 방북 시기를 조율할 것이다.
 
 
▲ 지난 2008년 12월 8일 북경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장면  © 편집부

지난 30일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국을 다녀갔다. 6자회담 복원이 주된 목표였다. 한편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구하고, 협력을 촉구하는 마당이기도 했다. 한미 간에 외교적 논란을 일으켰던 ‘그랜드 바겐’에 대해서도 외교적 수사를 동원해 한국 쪽의 체면을 세워줬다.
 
물론 북한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도 중요한 목적이었다. 스타인버그는 “9·19 공동성명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북한과 중요한 관계를 맺을 준비가 돼 있다”며, “지금은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도록 다른 5개 참가국이 공조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했다.
 
보다 근본적인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우리는 한·중·일·러 등과 협의 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한 양자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 북한이 이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고, 한국의 염려에 대응하는 대단히 정교한 발언이기도 했지만, 한편 바로 이 부분은 북한을 향한 미국의 외교적 메시지였다. 외교적 외투를 벗겨내고 설명하자면, 북한은 6자회담에 대한 (최소한의) 복귀의사를 밝혀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나머지 5개국에 대한 설득이 가능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회담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6자회담 혹은 6자회담의 틀 내에서의 양자회담, 혹은 예비회담의 형식으로라도 얼마든지 양자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언명한 것이다.
 
6자회담의 준비회담, 6자회담의 복귀를 위한 예비회담으로서의 양자회담 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공개리에 밝힌 셈이다. 그래야만 지나치게 앞서나간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는 북미양자대화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외교적 수단을 미국이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도 이미 유엔 총회 연설에서 조일평양선언을 기초로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토야마 총리의 국제무대 첫 데뷔 연설에서 그랬다. 이런 식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유관국들의 분위기는 차츰 성숙되고 있다.
 
남은 마지막 관건은 결국 북한 측의 솔직한 반응이다.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공개리에 밝힐 필요가 있다. 최소한 6자회담 복귀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북미간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식으로라도 이 문제를 정리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제대로 출발할 수 있다.
 
보즈워스의 방북이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와 새롭게 바뀐 일본 정부가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의, 북미양자대화를 위한 외교적 명분을 북한이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6자회담에 대한 복귀의사 여부다.
 
그렇게 되면 강경그룹에 포위되어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더 이상 미국의 정책에 대해 반대할만한 명분을 잃게 된다. 역으로 미국 측 입장에서는 이것이야말로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 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가속화될 수 있다. 물론 그러길 기대한다.
 
(한편 이 문제의 정리여부에 따라 한미간 또 다른 현안인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여부가 올 정기국회 하반기의 최고 쟁점으로 등장할 것이다. 물론 한국 측이 동의하기 힘든 수준에서 북미간 대화가 가속화된다면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이 쟁점화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마치 참여정부에서 이라크 파병과 남북문제가 맞물려 돌아갔던 그 흐름과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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