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수준과 품격을 높여야 한다!"

2009 한국동인지문학관 커뮤니티운영활동 전북연수회

조종안 | 기사입력 2009/10/13 [05:05]

"작가의 수준과 품격을 높여야 한다!"

2009 한국동인지문학관 커뮤니티운영활동 전북연수회

조종안 | 입력 : 2009/10/13 [05:05]
한국동인지문학관이 주최·주관하고, 전라북도·전북문인협회가 후원하는 '2009 한국동인지문학관 커뮤니티운영활동 전북연수회'가 10일 오후 2시부터 11일 오전 12시까지 전북 김제시 금산사 유스호스텔 2층 별관에서 남녀 문인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 주제발표를 경청하는 참석자들과 찬·반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펼치는 모습.  ⓒ 조종안   

 
김한창 한국동인지문학관 대표는 첫날 행사 인사말에서 "제7회 연수회를 통한 토론회에서는 좀 더 깊게 들어가 등단의 문제와 여러 교육 시스템을 통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분별이 모호해지는 경향을 우리 스스로 구분 지어 보자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장인적 노력을 통해 수준을 높이고 프로화되어가자는 게 토론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동희 전북문인협회 회장은 축사에서 문학은 삶의 의미를 찾게 하고, 타성에 젖기 쉬운 사람의 삶에 신명을 불어넣는 예술이라며, 세미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작가와 독자들이 의미 있게 참고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했다.
 
주제 발표 및 찬·반 토론
 
진동규(62세) 시인의 진행으로 소재호(65세) 시인의 총론, 최 영(65세) 시인의 제1주제 발표, 수필가 김경희·김용옥 시인의 찬반 토론을 마치고 곧바로 문학박사 호병탁 문학평론가의 제2주제 발표, 수필가 선산곡·박은주 시인의 찬반 토론으로 이어졌다.
 
# 총론 (소재호 시인)
 

▲ ‘문학의 본거기에 다가가기’란 제목의 총론을 발표하는 소재호 시인  ⓒ 조종안   

  
소재호 시인은 토론회 전날이 한글날(9일)이었다며 경향신문 사설을 인용, 한글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문인은 문학인의 생애에 걸맞게 바람직한 삶을 경영해야 하고 문학 정신을 좀 더 고매하게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학 본연의 사명이자 정진해야 할 방향으로 '글 쓰는 사람'은 첫째, 일체의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인문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둘째, 도덕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셋째 문학을 자기 거울로 삼아야 한다. 넷째, 정열을 표현하고 날카롭게 비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시인은 진정한 문예를 추구하려면 ① 문학은 새벽부터 밤늦도록 몰두해야 한다. ② 고정관념을 버리고 경계를 넘나들자. ③ 날마다 자기 정리를 해야 한다. ④ 문학성, 인간성 높은 스승이나 벗을 꼭 모시고 충언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총론을 마무리했다.
 
# 제1주제 발표(최 영 시인)
 
첫 번째 발제자 최 영(64세) 시인은 군산에는 문학을 뛰어넘어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일찍 정착해서 꽃을 피웠던 시절이 있었다며,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카메라와 필름에 힘입어 군산 사진협회가 전북도나 전주시보다 앞선 점을 예로 들었다.  
 
 
▲  ‘한국 문학동인의 시대적 배경과 전망’이란 제목의 발제문을 읽어나가는 최 영 시인과 찬·반대토론자 김용옥 시인, 김경희 수필가  ⓒ 조종안   

  
전쟁 중인 1952년 7월 중순경, 만주에서 김수영과 연극을 하며 떠돌다 해방과 함께 귀국, 군산 전매서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송기원이 거리에서 정윤섭 시인의 시집 서문을 가지고 온 신석정을 우연히 만나는 장면부터 그해 가을 토요동인회 창립, 1953년 1월 정윤봉의 첫 시집 <봄피리> 상재, 청년이었던 고은이 중이 되는 과정, <반달>, <설날> 등 주옥같은 동요를 썼던 윤극영이 군산에서 택시회사를 운영했고, 김광균과 분지의 작가 남정현도 잠깐 머물렀으며, 항구에서 처음으로 강연회가 열렸던 것을 뒷받침하는 가람일기 일부를 소개하기도.
 
최 시인은 1962년 3월 전북문인협회 창립, 1963년 8월 통권 제71호로 <자유문학> 폐간. 1967년 이정환·이종찬 등이 창립한 '문예가족'의 활발한 활동, 1968년 11월29일 가람 선생 타계, 1969년 <전북문학> 창간, 김지하의 담시 <오적> 사건, 1974년 11월 고은, 백낙청, 이호철, 황석영, 이문구 등 101명의 선언으로 출범한 '자유실천문인협회' 창립 등 군사독재정권이 자리를 굳혀가던 시절의 문단 역사도 조목조목 집어나갔다. 
 
최 시인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대시인도 단어 하나를 가지고 고심하는 흔적이 엿보인다며 1950년대 동국사 젊은 중이었던 '고은'이 동인지 편집자 김신웅에게 '미래'를 '변소'로 고쳐달라고 부탁한 낡은 편지를 보여주며 치열성만이 국가나 개인의 문학을 담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찬반 토론(수필가 김경희, 시인 김용옥)
 
찬성 토론자로 나선 김경희 수필가는  전쟁 직후 혼란기에 군산 ymca 강당에서 닷새 동안 열린 문학행사에 신석정 큰 시인은 '시를 어떻게 보고 쓰는가?'를, 서울에서 온 김수영은 '현대시의 의미'에 대해 강의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언제 이렇듯 깊고 자세한 역사적인 자료를 발굴 수집하는 달인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발제자는 군산 태생도 아니고 시인이면서, <은파에서 째보선창까지>의 수상록을 연속으로 6집까지 냈고, 시집이 세 권 있다면서 지금은 '군산풍물기'를 60여 회 가까이 연재하고 있는데 술 마실 시간도 아끼고 잠도 없는지 묻고 싶다는 말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대 토론자로 나선 김용옥  시인은  대부분 화가는 그림을 열심히, 자꾸 그리다 보면 붓으로 색을 칠해댄 만큼 실력이 든다고 하는데 시는 천 편을 썼다고 해서 능력이 느는 게 아니라며 물론 시 숫자는 늘겠지만, 사유 없이, 고독 없이 절망 없이 메모하듯이, 일기 끼적거리듯이 쓰이는 시라면 이미 쓰레기라고 못 박았다.
 
연암 박지원이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칠 때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나무라자 "하늘을 바라보니 푸른데, 하늘 천(天)자는 푸르지가 않아서 싫어요!"라고 하더라는 말을 빗대며 하늘 천자가 푸르게 느껴지게 쓰는 게 문인의 할 일이요,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제2주제 발표(호병탁 문학평론가) 
 
 
▲  ‘프로작가와 아마추어 작가’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읽는 문학박사 호병탁 문학평론가와 찬반 토론자 박은주 시인, 선산곡 수필가 모습  ⓒ 조종안  
  
두 번째 발제자 문학박사 호병탁 문학평론가는 주최 측이 요구한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는 문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심도 있게 제시해달라는 것이었는데 그동안 수없이 논의되어 새삼스럽게 특별한 방법의 제시가 있을 수 없다며 다만, 그동안 논의된 실천방안 중 제대로 실천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첫째 이유로 무분별한 신인작가 양산을 '운운하게 된 배경'을 꼽으면서 1980년대 말 문예지발간 자유화 이후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문예지는 작가의 급속한 인적 팽창에 기여했다며 2008년 말 한국문협에 등록된 문인 수가 1만 2천명을 넘었다고 소개했다.  
 
문예지 난립과 출혈경쟁은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무리수를 동원하는데, 신인상을 받은 신인 작가는 자의든 타의든 그 책의 주요 구매자가 되고 동시에 고정 독자가 된다면서 책의 생존율을 높이려고 악순환을 반복하는 문예지에 모든 죄를 떠넘기는 것을 문제 삼았다. 문예지를 만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이기 때문이라는 것.
 
둘째는 '문학예술을 대하는 작가들의 정신자세'를 지적하며 "문인 중에 자기과시나 친교를 목적으로 단체에 가입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이 문화적 지위까지 획득하려 문단에 진입한 사람이 없다고 부정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물음표 두 개를 던졌다.
 
 #찬반토론(수필가 선산곡 시인 박은주)
 
찬성 토론자로 나선 박은주(56) 시인은 호병탁 평론가가 제시한 '지나친 문인의 양산'과 '문학을 대하는 안이한 정신자세'는 우리에게 아예 읽지도 읽히지도 않는 문인은 아니냐고 묻는 것일 수도 있다며 지나친 문인의 양산에 대해 변화를 촉구했다. 발제자 견해는 이번 기회에 꼭 자성해봐야 할 화두라는 것이다.
 
둘째로 '문학을 대하는 안이한 정신자세'에 대한 문제는 감동적인 예를 들며 치열한 정신자세를 주문하는 허소라 시인의 글을 예로 들었다. '김소월이나 이장희가 차라리 시를 안 썼더라면 제 명대로 더 살았을 것'이라는 대목과 엄혹한 60년대 석정 선생이 당한 온갖 곤욕과 수모, 억울한 옥고로 결국 역사의 이슬로 사라진 이광웅과 박정만도 거론했다.
  
박 시인은 우리가 박수를 보내야 할 문인들은 늦게야 자신을 발견하고 문학 길에 들어선 늦깎이들이라며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토론회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며 발제자의 견해에 진정으로 동의하면서 그 당위성이 어떻게든 현실화가 되려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토론자로 나선 선산곡 수필가는 전북에 문인 수가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발제자의 분석에 동의하면서도 표현의 욕구가 발산된 당연한 결과라며 지나칠 정도로 문인이 많다는 사실이 자랑이면 자랑이지 크게 불명예스러운 일은 아니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문학을 대하는 작가의 정신자세 역시 발제자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결국 작가 스스로 이루어내야 하는 당위성이라며 우리가 타인의 내면 정신세계에 지나치게 왈가왈부하는 것도 자칫 독선이 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 
 
 
▲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모악산 유스호스텔 입구 장독대 옆에서 시원한 맥주로 긴장을 푸는 참석자들.  ⓒ 조종안 
 
  
토론회가 끝나고 기념촬영을 마친 참석자들은 호텔 앞마당에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차려놓고 담소를 나누며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긴장을 풀면서 한가로움을 만끽하고, 한식 뷔페로 저녁을 먹고 다음날 행사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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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2009/10/13 [12:57] 수정 | 삭제
  • 요청하신 내용대로 수정 했습니다.
  • 조종안 2009/10/13 [12:44] 수정 | 삭제
  • 제1주제 발표(최 영 시인) 찬반 토론자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찬성 토론자를 김경희로 반대 토론자를 김용옥으로 수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