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마을 만든 KT&G, 사옥 출입문 봉쇄 ‘묵묵부답’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9/12/11 [03:34]

죽음의 마을 만든 KT&G, 사옥 출입문 봉쇄 ‘묵묵부답’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9/12/11 [03:34]

 

▲ KT&G타워 본사 앞에서 10일 오전 장점마을 주민 50여 명과 주민대책위(위원장 최재철), 좋은 정치 시민협 손문선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와 관련해 KT&G 책임을 촉구하는 제2차 대회가 개최됐다.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암을 유발한 KT&G를 향한 책임을 따져 묻는 집회가 열렸다.

 

KT&G타워 본사 앞에서 10일 오전 장점마을 주민 50여 명과 주민대책위(위원장 최재철), 좋은 정치 시민협 손문선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와 관련해  'KT&G 책임 촉구 제2차 대회'가 개최된것.

 

이날 대회에는 이들과 함께 익산발전연구회 왕상희 회장, 정헌율 익산시장,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 촛불계승연대 상임대표 송운학, 환경단체 글로벌 에코넷 상임회장 김선홍 등도 참여했다.

 

지난 9월 26일 열린 제1차 대회보다 상경한 주민규모는 물론 동참한 시민환경단체도 대폭 늘어났다.

 

그동안 집단암 발병 사건을 수수방관하면서 아무런 문제도 찾을 수 없다고 버텼던 환경부가 최근 KT&G의 연초박 처리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일명 죽음의 마을)에 거주하고 있었던 80여 명 주민 중 33명이 암에 걸려 17명이 사망했고, 16명이 투병 중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이를 근거로 추정하면, 인근마을들과 환경오염물질 배출원인 비료공장 근로자까지 합하면 암에 걸린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를 것이다. 또, 암에 걸리지 않은 주민들도 피부병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주민들은 참을 수 없는 악취 때문에 수차례 응급실에 실려 갔고, 2010년에는 소류지로 공장 폐수가 유입되어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2017년 4월 공장이 폐쇄되기 전까지 17년 동안 주민들은 환경오염이라는 악몽에 시달렸고, 주민들이 먹는 물과 농사용으로 사용했던 지하수는 이미 발암물질로 오염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전국 대비 모든 암에서 2.05배, 담당 및 담도암은 16.01배, 기타 피부암은 21.4배에 이르며, 발암물질을 배출한 (유)금강농산 근로자의 경우도 암 발생비가 익산 직장인 대비 11.21배로 매우 높다.

 

환경부 역학조사 과정에서 비료공장과 주민들이 생활하는 주택에서 담뱃잎에 들어있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비료공장 건조기, 교반기 등 내부시설 뿐만 아니라, 비료원료, 사업장 내부 침적먼지와 마을 내 침적먼지에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지난 11월14일 주민건강영향조사 최종 보고회에서 유기질비료를 생산하는 (유)금강농산이 KT&G에서 매입한 사업장 폐기물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으로 가열 건조공정이 있는 유기질비료를 사용했고, 연초박 내 담배특이니트로사민 등 발암물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어 집단으로 암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장점마을 주민들의 환경 참사는 KT&G 폐기물인 연초박이 원인이다”면서 “비료제조업체인 (유)금강농산이 연초박을 퇴비 원료로만 사용해야 하는데 불법으로 가열공정(380도)이 있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혼합하여 사용했기 때문이며, 환경부 폐기물처리 관리시스템인 ‘올바로’ 시스템으로 추적되지 않는 2009년 이전에 사용된 양까지 합하면 처리된 연초박은 수천 톤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해 KT&G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주민들은 수년 동안 비료공장에서 내뿜은 담배 연기를 마시며 살았다. KT&G에서 배출한 폐기물 때문에 주민들 집단으로 암에 걸렸는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글로벌 대기업기업으로서 정상적인 태도가 아니다. 반드시 KT&G는 공식 사과하고 책임과 대책을 세워라”고 촉구했다.

 

 송운학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촛불계승연대 송운학 상임대표는 “KT&G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익산시, 전북도, 환경부, 농림부, 농진청 등이 자기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KT&G가 공식 사과하고 배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선 익산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 등 중앙행정기관이 환경범죄를 묵인하고 방조한 것에 관한 형사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2018년 KT&G는 매출액 4조 7천억, 영업이익 1조3천7백억. 당기순이익 1조 5백억으로 이 추운 겨울에도 등이 따뜻한 KT&G이다”면서 “며칠 전 언론보도에 의하면 KT&G는 연간 매출액의 2.5%(약 669억원·2018년 기준)를 사회에 환원하며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경영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초박 때문에 조상대대로 지켜온 아름다운 마을 장점마을에 줄초상이 나고,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파탄시키고, 마을 초토화 시킨 후에도 KT&G는 적법하게 연초박을 처리했다면서 묵묵부답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오늘도 사옥 출입문 걸어 잠그고 봉쇄하는 전향적인 책임회피, 면피기업에 분노한다”고 규탄했다.

 

그는 계속해서 “기사는 기사로 막는다며 오늘도 KT&G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 지원과 대중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문화예술후원 우수기관에 선정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포털에 100여개 올라온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기업”이라고 성토했다.

 

익산발전연구회 왕상희 회장은 언론사와 지역 국회의원 이모씨를 규탄했고,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은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면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이 연초박을 회사에 전달하려고 했지만 KT&G의 대답은 정문을 꼭꼭 잠그는 것이었다.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집회를 마치고 KT&G가 공급한 연초박을 회사에 전달하려고 했지만 사옥 출입문을 꼭꼭 봉쇄하면서 주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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