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아버지를 아빠라 부르는 젊은 아빠

[살며 사랑하며] 나이에 맞는 호칭은 어떨까요?

정현순 컬쳐인시흥 | 기사입력 2009/11/20 [06:20]

나이든 아버지를 아빠라 부르는 젊은 아빠

[살며 사랑하며] 나이에 맞는 호칭은 어떨까요?

정현순 컬쳐인시흥 | 입력 : 2009/11/20 [06:20]
"아빠, 집에 가실 거예요?"
"너도 집으로 바로 갈 거면 나하고 같이 가자."


지난주 친구아들 결혼식에서 만난 다른 친구 아들과 그의 남편이 나누는 말이었다. 난 '아빠'라 부르는 그 친구의 아들 소리를 듣고 있자니 왠지 몸이 근질근질 스멀스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빠'라고 부르는 친구의 아들은 올해 10개월 된 딸을 둔 32세의 아기 아빠이며, 한 여인의 남편인 가장이다. 위치가 그 정도 되었으면 아빠라고 부르기보다는 '아버지'라고 불러야 마땅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젠 완연한 어른이니 말이다.

난 친구에게 "자기 아들은 아빠가 되었는데 본인도 아빠라고 부르네" 했다. 친구가 웃고 만다. '아빠'란 어린아이의 말이라 사전에 나와있다. 아빠란 뜻이 그렇듯이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 "아빠, 아빠"라고 부르면서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보기에도 귀엽고 정겹다. 하기사 우리 아들아이도 아직 아빠라 부르고 있다.

수년 전, 아들아이가 군대 갔다 온 뒤에도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아들아 이젠 아버지라고 불러라. 네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으려니 괜스레 징그럽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들아이도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알았어요" 했었다.

그래서 그러려나 보다 했지만 좀처럼 그것이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아버지를 부를 땐 조금은 어색한지 작은 소리로 자신 없게 "아빠∼", 그럼 난 옆에서 "아버지∼ 한번 불러봐, 어서"라고 말했다. 이에 아들은 "알았어, 알았어, 다음엔 그렇게 부를게" 하기가 일쑤이다.

10개월 된 젊은 아빠의 딸아이가 자라서 제 아빠한테 아빠라고 부를 것이 분명하다. 그럼 그때에는 그 젊은 아빠는 나이 든 아버지를 과연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 만약 그때까지도 나이 든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면, 어린 딸과 젊은 아빠는 서로 헷갈리지 않을는지. 그리고 젊은 아빠가 부르는 그 호칭이 듣는 사람과 부르는 사람 모두가 어색할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일이 그 집만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또 다른 친구아들은 지금 아내가 임신 4개월로 들어섰다. 그 집 아들도 아직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빠라고 부르고 있다. 그 아들들이 모두 미혼일 때는 그래도 들어줄 만했다. 그러나 이젠 아기 아빠이고 남편이고,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의 자리에 있으니 아버지로 호칭을 바꾸면 어떨까 생각한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아빠라는 말이 그다지 흔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라고 불러왔다. 그러기에 지금도 아버지란 단어가 더욱 친근하게 생각된다. 그래서인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왠지 어렵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도 아들아이에게 처음엔 어색해도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따끔하게 못을 박아놔야겠다.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는 듣기에도 애교스럽고 사랑스럽다. 또 친근감도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란 소리는 믿음직스럽고 듬직하고 예의를 갖춘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이에 걸맞은 호칭은 부르는 사람도, 듣고 있는 사람도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기도 한다.

"아버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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