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아 삼만리, 축구 아가씨 ‘표은미’

생후 4달 반 만에 미국행, 대학 마치고 영어 강사로 한국행

이민선 기자 | 기사입력 2010/02/15 [04:04]

엄마 찾아 삼만리, 축구 아가씨 ‘표은미’

생후 4달 반 만에 미국행, 대학 마치고 영어 강사로 한국행

이민선 기자 | 입력 : 2010/02/15 [04:04]



 
인터뷰 ,  킴벌리(오른쪽) 국길용(왼쪽)


160cm 가 될까 말까 한 작은 키, 웃을 준비가 항상 돼 있는 듯한 밝은 표정, 그리고 화사한 웃음. 그의 표정 어디를 더듬어 봐도 ‘그늘진’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입양아이기 때문에 분명 그늘진 구석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나만의 어리석은 편견이었다.

대화 속에서도 ‘그늘’ 을 찾을 수 없었다. 자기를 버린 엄마에 대한 원망도, 그로인한 ‘그늘’ 도 없었다. 조심스레 “엄마가 원망스럽지 않느냐?” 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초등학교 때는 좀 원망도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하게 됐어요. 도저히 기를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하려는 배려 였을 거라 생각 했어요”

그의 미국 이름은 ‘킴벌리(kimberly julene bockmaller, 27세, 여)’고 한국 이름은 ‘은미’다. 미국 이름은 미국인 양부모에게 받은 이름이고 ‘은미’ 는 고아원에서 지어준 이름이다. 그는 태어난 지 4달 반 만인 1982년 11월13일 날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 그 후 <천사의 집> 이라는 고아원에 맡겨졌고 1983년 2월2일, 미국인 가정에 입양 됐다.

킴벌리를 낳아준 어머니는 <천사의 집> 문 앞에 그를 내려놓은 다음 전화를 했다. 아기를 잘 키워 달라고. 아기 품속에는 킴벌리가 태어난 날짜(82년 9월15일)와 아버지 성(표) 이 적혀있는 작은 쪽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천사의 집>에서 표라는 성에 ‘은미’라는 예쁜 이름을 붙여 주었다.

원망도 그늘도 없지만 그리움은 가득

▲ 킴벌리    
킴벌리는 지금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2009년 2월25일, 고향인 한국에 대해서 알고, 자기 정체성을 찾고 싶어서 1년 계획을 잡고 왔다.

정체성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는 엄마 찾는 일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엄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수소문 해 봤지만 엄마에 대한 기록은 아무데도 없었다.

자기를 버린 엄마에 대한 ‘원망’ 도 그로인한 ‘그늘’도 없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 은 가득했다.
 
킴벌리는 혹시라도 엄마를 만나게 되면 보여주기 위해 편지를 써 가지고 다닌다. 그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나를 힘들게 포기 해 줘서 엄마는 결과적으로 내게 더 많은 것을 줬다. 난 많은 면에서 축복 받았다. 만약 엄마가 힘들게 날 키웠다면 지금처럼 많은 것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난 강하고 독립적이다. 꿈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고맙다고 할 수 있어서 좋다. 나를 낳아 주셔서 고맙다고. 나를 포기 해 줘서 고맙다고”

킴벌리를 키워준 엄마는 무척 친절하고 헌신적인 백인 여성이다. 5살 터울 오빠(친 아들)가 있었지만 전혀 차별하지 않고 잘 돌봐 주었다고 한다. 열여섯 살 때는 엄마와 함께 한국에 방문 한 적도 있다. 그 때 킴벌리 엄마는 ‘이 곳이 네 고향’ 이라고 친절하게 설명 해 줬다.

킴벌리를 키워 준 엄마는 델타 항공사(delta air lines, inc)직원이다. 킴벌리는 고등학교 때 까지 양 부모와 함께 살고 대학(clayton state university) 때는 기숙사에서 혼자 살았다. 킴벌리는 오는 2월 27일이면 미국으로 돌아간다. 체류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킴벌리는 축구가 인연의 끈이 되어 나와 만났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축구를 하는 아내 때문에 만나게 됐다. 아내는 경기도 안양 여성 생활 축구팀 멤버다.

킴벌리는 5살 때부터 축구를 했다. 한국에 와서도 축구를 하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졌고 ‘안양 여성생활 축구’ 팀을 알게 됐다. 축구를 하면서 팀원들과 친해졌고 낳아준 엄마를 찾는 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2월6일, 킴벌리를 만나 인터뷰 했다.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나와,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킴벌리를 위해 영어 강사 국길용 씨가 통역을 해 주었다.


▲ 양부모와 오빠    
▲ 고아원  에서
▲ 표은미    


원본 기사 보기:안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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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덕이 2010/02/16 [23:58] 수정 | 삭제
  • 가슴이 아프네요~ 꼭! 낳아주신 부모님을 만나셨으면 좋겠네요

    표은미(킴벌리)씨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