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극찬 '포화속으로.... '너 누구냐!'

[영화비평]'포화속으로'의 진정한 정체성은 무엇인가!

최현순 | 기사입력 2010/06/24 [19:25]

조갑제 극찬 '포화속으로.... '너 누구냐!'

[영화비평]'포화속으로'의 진정한 정체성은 무엇인가!

최현순 | 입력 : 2010/06/24 [19:25]
영화 ‘포화속으로’가 지난 6월 16일 개봉했다. 보도에 의하면 개봉 일주일여만에 벌써 관객 140만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로라면 근래 보기드문 대박영화가 하나 터질것임에 틀림없다. ‘포화속으로’는 6.25때 실제 있었던 포항여중 전투에 참전한 71명의 학도병의 실화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다. 
 
그래서일까. 무엇보다 조갑제류가 이 영화에 대해 찬사 일색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서울 1945’와 같은 대한민국의 정체성 조차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영화, 드라마가 판을 쳤던 dj-노무현 정권 10년 세월.
 
그 세월에 진저리를 쳤던 그네들로선 그야말로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렸던 제대로(?) 된 반공(?) 영화 하나를 오랜만에 만난 셈이니 그 심정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 ‘포화속으로’에 대해 세밀히 살펴본 필자는 좌우 이념문제나 6.25를 논하기에 앞서 대체 이 영화가 가진 진정한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의문을 품게되었다.
 
우선 영화의 소재이자 배경인 1950년 8월 10-11일 이틀간의 포항여중 전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6.25가 발발 파죽지세로 남한땅을 점령해가던 북한공산군은 마침내 경상도 일대를 제외한 남한땅 거의 모든 지역을 접수한다.
 
사흘안에 부산을 점령하라는 김일성의 지령처럼 이제 마지막 부산 함락을 위해 경상도지역을 옥죄어가고 있던때다.
 
인민군 12사단은 안동 동남쪽 산악지대를 이동 기계,안강 지구로 향하고 있었고, 766부대 역시 영덕과 안강을 거쳐 서남쪽으로 진출할 계획이었다. 또한 동해안의 5사단 역시 해안을 따라 남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6.25를 겪지 못한 세대라도 대충 지도만 펼쳐보면 충분히 느낌이 올 것이다. 마지막 숨통을 목조여 오고 있는 북한군의 압박을.

한편 국군 3사단은 이때 포항에서 포위된 상태였으며, 이때 안강전투에서 김석원 장군을 존경 자원입대한 수백명의 학도병 중 71명이 김석원을 따라 포항여중에 내려오게 된다. 71명의 학도병들은 그들이 직접 선출한 김용섭 중대장 지휘하에 1소대장 유병욱(배재중), 2소대장 김일호(서울 중앙대)와 함께 포항으로 진격해오는 인민군과 맞서게 된다. 8월 11일 새벽 4시 첫 총성이 울린 이래 시작된 사격전에서 71명의 학도병들은 인민군 약 50-60여명을 사살하나 학도병 역시 47명이 전사한다.

안타깝게도 포항여중 전투에서 학도병들은 포항사수에 실패하지만, 이후 민기식 부대에 의해 포항은 탈환된다. 영화는 이때 전사한 학도병중 故 이근우씨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 어머니, 전 사람을 죽였습니다...(중략)...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중략)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이하 생략) ’. - 고 이근우 학도병의 일기 中에서

헌데, 이 영화는 중대한 오류를 하나 범하고 있다. 영화속에서 주인공 구갑조(권상우 분)는 살인미수 혐의로 소년원에 끌려가게 된 대신 학도병에 자원입대한다. 주인공의 설정만 놓고 보면 마치 학도병 전체가 무슨 소년원이나 그런곳에 끌려가기 싫어 대신 학도병의 길을 선택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와같은 설정탓인지 영화속에서 구갑조는 71명의 학도병중 유일하게 실전경험이 있는 중대장 오장범 (최승현 - 빅뱅 t.o.p -분) 에게 노골적으로 반항한다.

하지만 이와같은 설정들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포항전투에 참전한 학도병의 대다수는 김석원 장군에 대한 존경심으로 자원입대한 청소년들이었고, 이미 안강전투에서 실전경험을 갖춘 상태다. 헌데 영화속에선 국군이 마치 실전경험도 없는 학병들에게 소총술만 겨우 가르쳐주고 포항여중에 방치한채 달아나버린것 처럼 묘사한다. 실제로 71명의 학도병들은 3사단 후방지휘소가 직접 영일비행장의 미 해병대에서 받아온 m1소총을 지급받는다.

글쎄, 만약 dj-노무현 정권 시절 어느어느 진보성향의 영화감독이 6.25를 소재로 한 영화랍시고 학도병을 기껏 소년원에 가느니 차라리 입대를 택한것처럼 묘사하고, 국군은 어린 학생들을 전방에 방치한 뒤 그대로 달아나버린 겁쟁이로 그렸다면 보수진영에서 뭐라고 비난했을까 한번 상상해보자. 그걸 생각해본다면 ‘포화속으로’를 영화를 제대로 보지않고 무조건 찬양일색으로 도배하고 있는 보수진영의 이율배반을 느끼게 된다.

‘포화속으로’가 무슨 한두줄의 역사기록으로 100회짜리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 고대사 대하사극이 아니다. 불과 60년전의 최근세사인 6.25를 다룬것으로 누구나 조금만 신경쓰면 얼마든지 방대한 관련자료와 기록들을 찾아볼수 있고 생존자의 증언이나 증언록,회고록을 찾아볼수도 있다. 학도병과 관련해서도 월간조선의 관련 특집기사만 제대로 챙겨보았어도 학도병을 무슨 소년원에 가기 싫어서 입대를 택했다느니 하는 이런 황당한 설정은 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조갑제류는 단지 반공(?) 영화란 이유로 기본적인 텍스트마저 왜곡한 영화를 무조건 찬양하고있다. 노무현 정권시절 천만관객을 동원한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 보수진영이 어떻게 반발했었던가를 생각해본다면 어이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한편 진보성향의 지식인중 일부는 ‘포화속으로’를 놓고 예하 ‘시대에 뒤떨어진 반공영화’라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와같은 상투적인 비난은 오히려 지엽적인 문제다. 정작 문제는 이 영화가 인터넷에서 영화 매니아나 밀리터리 매니아등으로부터 그야말로 혹평(酷評)수준으로 난도질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십수년 우리나라 영화팬들의 영화보는 수준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더욱이 지금은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수준높은 영화들을 수시로 접해볼수 있는 인터넷 시대다. 가령 전쟁영화 매니아라면 ‘포화속으로’ 정도와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수준높고 사실성 있는 전쟁영화를 수도없이 접해보았을 것이다. 그네들한테 ‘포화속으로’가 얼마나 허접한 영화로 보였을지를 생각해보자.

‘밀리터리 매니아’는 한마디로 군사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다. 대개는 컴퓨터게임이나 전쟁영화등에 대한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실제 군사무기나 세계각국의 전쟁사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간 사람들로 이들은 세계각국의 주요전쟁은 물론 각국의 무기 현황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꿰뚫고 있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6.25 한국전쟁에 대한 지식도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6.25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한탄하는 참전용사 세대들이 아마 밀리터리 매니아들과 6.25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6.25에 대한 해박한 지식 때문에 오히려 참전용사들이 두손 두발 다 들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런 밀리터리 매니아들 앞에서 가령 6.25를 다룬 영화에서 6,70년대에나 들어서 쓰인 무기나 군복이 버젓이 등장하거나 한다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포화속으로의 주제가 반공영화건 아니건 그런 논란 자체를 떠나서 워낙에 허접한 스토리와 엉망인 고증으로 바로 그런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관련 매니아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뉴데일리’의 김은주 기자는 ‘포화속으로’에 대해 이와같이 평했다. ‘71명의 숫자만큼 71개의 사연이 나와야하는데...두시간안에 그 많은 사연들을 다 보여줄순 없어도...어느 한두사람을 통해서라도 전쟁터에 나올수밖에 없었던 드라마적 요소가 보여야 할 것 아닌가’하며 포화속으로의 느낌을 ‘스토리 없는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다. 진중권식 표현을 빌자면 한마디로 ‘서사가 없는’것이다.

한편 조선일보 영화전문기자를 지낸바 있는 이동진씨는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아예 ‘포화속으로’에 대해 이 한줄 낙서로 마무리했다. ‘이렇게까지 장점을 찾기 힘든 영화도 오랜만이다.’ 진중권이 영화 ‘디워’를 ‘서사가 없다’며 혹평했을때 변희재가 반론으로 내세운 논리가 ‘영화는 스토리 하나만 갖고 보는것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이라던가 예술성등 그 모든 것을 갖고 종합적으로 논하는 것’이란 말이었다.
 
그렇다면 진중권식 표현을 빌든 변희재식 표현을 빌든 대관절 ‘내용도 없고, 고증도 엉망이고, 개연성도 부족하며, 사실관계에도 부합되지 않는’ 이런 영화는 대체 어떻게 평가해줘야 한단말인가.

포화속으로를 제작한 이재한 감독에 대해 살펴보았다. 1971년생인 그는 12세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뉴욕대 영화과를 졸업했다. 1998년 ‘컷 런스 딥’으로 데뷔한 그는 이어 2004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제작했다.
 
이번 ‘포화속으로’는 ‘사요나라 이츠카’에 이은 그의 네번째 작품이 된다. 과연 어린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사춘기와 청년기를 보낸 그에겐 어떤 의식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일까. ‘컷 런스 딥’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 ‘씨네서울(2000.12.26)’에 실린 그의 인터뷰 기사를 쭉 읽어보았다.

이재한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학창시절을 ‘모범생’이었다고 표현했으나, 오히려 그의 인터뷰 내용 전체에선 사춘기시절 누구나 으레 한번쯤 보냈을법한 ‘반항아’의 느낌을 받을수 있었다. 초등학생이던 시절 미국으로 가서 소수민족으로서의 애환과 소외감을 몸으로 느꼈을법한 그의 데뷔작 ‘컷 런스 딥’은 헝가리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갱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이야기다.
 
혼혈인인 주인공이 처음엔 평범한 중국집 배달원으로 살아가다 갱단이 되면서 차츰 폭력,마약,섹스에 물들어 가는 모습. 이재한 스스로가 미국에서 그와같은 방황의 시간을 보낸것 같아 보이진 않지만, 실제 자신이 해보지 못한 내면의 욕구가 숨겨지 있음이 느껴진다면 좀 지나친 추측일까.

‘포화속으로’에서 소년원에 가지 않는 조건으로 학도병으로 입대하는 주인공 구갑조(권상우 분)는 그래서 이재한의 데뷔작 ‘컷 런스 딥’의 주인공과 통하는 정서가 있다. 둘 다 기성세대와 사회에 대한 반발심을 가진 젊은이인 것이다.
 
다만 태평한 미국사회의 현대를 살아가는 ‘컷런스딥’의 주인공과는 달리 구갑조는 전쟁이 터진 긴박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다를 뿐이다. 솔직히 이재한이 왜 하고많은 소재중 6.25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의 이전작품과 비교해보면 ‘포화속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고 일탈이다.

이재한에게 있어서 6.25는 과연 무엇일까. 솔직히 열두살 때 미국으로 가 20대 중반까지를 그곳에서 보낸 만 39세의 영화감독에게서 ‘한국형 애국주의 정서’가 묻어난 영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영화 시사회때 영화 초반부에 ‘일본해’가 적힌 지도가 나오는 문제를 누가 지적하자 별 신경 안 썼다는 취지로 답변한 이 감독이다.
 
나중에 답변내용이 와전되었다는 해명을 하긴 했지만, 40평생의 거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미국에서 보낸 이재한임을 생각한다면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솔직히 6.25든 독도나 동해표기 같은 한일관계의 문제든 그런 복잡한 역사문제는 이재한에게 깊은 관심이나 고민거리가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미국사회는 6.25에 대해 관심이 많다. 심지어 6.25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동상을 세우자는 의견도 일부나마 있는것이 미국사회다. 미국인들에게 있어 america란 나라는 그야말로 뿌듯한 애국심 발산의 대상이다. ‘로드넘버원’의 작가 한지훈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런말을 했다.

‘미국인들이 2차세계대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향수’다. 하지만 우린 6.25에 대해 쿨할수 없는 민족임을 알아야 한다. 2차대전이래야 미국인들 입장에선 결국 외국에서 벌어진 전쟁 아닌가. 하지만 6.25는 바로 우리 영토안에서 같은학교 동창,친구끼리도 총부리를 맞대고 싸워야 했던 전쟁이다.’

미국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낸 재미교포 출신 감독의 6.25에 대한 정서와 태어나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땅에서 숨쉬고 살아온 작가가 6.25에 대해 갖고 있는 감상이 이렇게 다르다. 솔직히 이재한 감독이 6.25를 소재로 한 영화 ‘포화속으로’를 만들 생각을 하게 한 그 근본적인 의식구조를 분석해내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추후 별도의 글에서 다시 논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영화는 근본적인 주제의식이나 내용 이전에 허접한 고증등의 문제로 인터넷의 영화 매니아, 밀리터리 매니아들로부터 거침없이 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의 블로그,카페등에서 이러한 매니아들이 갖고있는 영향력이나 여론조성 환경은 생각보다 높다. 내용이나 주제의식까지 가기전에 이미 고증등의 문제에서 형편없이 까이고 있는 영화라면 더 이상 언급하는것이 무가치한 일이다.

따라서 이 영화에 대한 이념적인면에서의 문제지적은 오히려 지엽적이다. 다행이면 다행이랄지 ‘포화속으로’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태극기 휘날리며’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히 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는 것은 가령 dj-노무현 정권시절 만약 진보적인 성향의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가 학도병을 소년원에 끌려갈까봐 어쩔수없이 입대하고.
 
국군은 아이들을 방치한채 도망가버리는 겁쟁이로 묘사한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보수진영에서 뭐라고 비난하며 반발했을것인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래도 과연 조갑제류가 ‘포화속으로’를 ‘오랫만에 제대로 된 반공영화를 만났다’며 가뭄속에 단비를 만난듯 쾌재를 부르고 박수를 치는것이 이율배반적이라 말하지 않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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