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드맵’

편집부 | 기사입력 2007/10/19 [04:45]

‘삼성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드맵’

편집부 | 입력 : 2007/10/19 [04:45]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심상정
  
‘삼성금융계열사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로드맵’(이하 ‘삼성로드맵’)은 삼성전략기획실 직속의 삼성금융연구소가 문건을 작성하고 금융부문 최고위 기구인 금융사장단 회의가 내부지침으로 채택한 문건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은 이 문건에서 삼성은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지주회사를 다각도로 검토한 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금산분리정책에 대한 이론적 논리적 대응,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은행․증권․보험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한 금융산업정책 수립 유도, 비은행금융기관의 은행업 진출방안 마련, 경제력 집중에 대한 올바른 인식 유도 등 5대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문건은 2005~2007년 사이에 금산분리정책과 금융지주회사 제도 등에 대한 과제별 추진방안을 제시하고 2005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07년 은행업 일부 확보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이룬다는 추진계획표를 제시하고 있다.

문건을 보면 은행을 확보하려는 삼성그룹의 노력이 얼마나 집요하고 치밀하며 대담한가를 알 수 있으며, 정부나 국회 및 언론은 물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까지 나서서 삼성이 짜놓은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문건은 금산분리 논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어떤 논리를 사용해야 하는지 대항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등은 이 논리를 동원해서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건은 실질적으로 은행을 소유하기 위해 어떤 정책 변화를 유도해야 하는지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증권사 지급결제 기능 부여), 보험사에 대한 지급결제 기능 부여, 보험업법 개정을 통한 보험지주회사 설립 등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은행소유와 관련이 있는 정책 변화들이다. 이런 정책들이 실제로 검토되고 추진되었다.      
 
외국자본 지배의 문제점을 은산분리 때문인 것으로 강조하라.
 
먼저 이 문건은 삼성의 은행소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은산분리(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어떤 논리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건은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업 잠식의 부작용과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자본의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은산분리 정책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윤증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 7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은산분리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이 같은 논리를 동원했다. 그는 "시중은행 7개 중에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않는 곳은 우리은행 단 한 곳"이라며 "국내 자본이 역차별을 받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은산분리 정책 때문에 국내 자본이 역차별을 받아 외국자본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지난 5월 7일 서울파이낸셜 포럼 초청 강연에서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태를 거론하며 “금산분리 원칙의 지나친 강조로 국내 은행들의 외국 자본 지배가 ”심해졌다고 말하면서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이 심각하니 만큼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후보 역시 외국자본 지배문제를 금산분리 원칙과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외국자본 지배문제와 은산분리 정책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론스타사태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부실은행이 아닌 외환은행을 부실규모를 과장하고 bis비율을 왜곡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은산분리 정책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외국자본 지배문제를 은산분리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국민들의 반론스타 감성을 이용하려는 잔꾀에 지나지 않는다.  
 
실질적인 은행소유 방안을 강구하라
 
문건은 은산분리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하면서, 그럴 경우 은행에 대한 직접소유는 아니더라도 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다름없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보험회사에 은행업의 일부를 허용하는 것이다. 문건은 그 방안으로 어슈어뱅킹과 내로우뱅킹을 제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미 2005년 12월에 민간과 정부 등이 참여하는 t/f에서 이 방안에 대해서 검토한 바 있다. 그 이전에 금융감독원도 이 방안에 대해 검토했었다. 현재 보험사의 지급결제 기능 부여 문제는 증권사에 대한 지급결제 기능 부여와 맞물리면서 수면위로 떠올라 있는 상태이다.   
 
증권사의 지급결제 기능은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미 확보되어 있는 상태이다. 증권사의 지급결제 기능 부여는 자본시장통합법의 핵심사안으로서 시민사회단체와 은행권의 반대가 컸음에도 올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증권사에 대한 지급결제 기능 부여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증권사가 삼성증권이라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또 다른 방식은 보험회사가 지주회사를 만들어 은행을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문건은 이를 위해 먼저 금융연구원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법률안” 관련 용역보고서에 비은행지주회사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은행을 자회사로 둘 수 있는 보험지주회사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지주회사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보험지주회사 제도의 도입 및 활동방안”, 2006.10). 재경부도 글로벌 보험사들이 “보험그룹․지주회사 형태의 사업조직을 구성하여 은행, 보험, 자산운용 등 다양한 금융업을 복합적으로 영위”하는 예를 들면서 보험사들이 자회사로 편입된 은행의 지급결제 서비스를 통해 복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보험업법 개편 방향”, 2007.9.).
 
은산분리 정책에 대적극적으로 공론화하라
 
문건은 먼저 은산분리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잇슈를 공론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아울러 은산분리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문건은 은산분리가 민감한 사안이므로 삼성금융연구소가 외부에 직접 노출되기 보다는 지명도가 있는 외부기관의 연구과제로 다룰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문건은 은산분리 무력화를 위해 어떤 법을 바꾸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프로세스를 밟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문건은 특정한 “금융산업 정책 수립을 유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정책 수립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05년 하반기부터 정치권과 금융감독당국을 중심으로 금산분리 완화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시작되었다. 2006년에는 윤증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나서서 개인적 소신을 내세워 국내 재벌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7년에도 그는 금산분리 완화를 계속 주장했다. 여기에 한국은행 박승 당시 총재도 금분분리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금산분리 완화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는 결국 '삼성공화국' 만들기 
 
금산분리원칙은 비금융주력자(재벌)가 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영권을 지배하여 사금고로 활용해서 계열사를 확장하고 경제력을 집중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정부 당국이 일관되게 지켜오고 있다.
 
금융, 특히 은행과 산업자본이 분리되어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는 경우 재벌과 은행 예금자 사이 이해상충의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재벌은 자신의 위험을 은행에 전가해 은행의 위기,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은행을 소유한 재벌이 은행을 통해 다른 회사 정보를 수집․활용함으로써 공정경쟁 원칙이 깨질 수도 있다. 
 
현재도 은행업을 제외한 보험, 증권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재벌이 대거 진입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은행업을 제외한 다른 금융업에 대하여도 재벌의 진입을 규제해야할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업에 대해서도 재벌의 진입을 허용하자는 주장은 재벌 중심 경제체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재벌에 은행업 진출을 허용할 경우 실제 진입 가능한 재벌은 삼성 등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참여정부 관료들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삼성 앞에 줄서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을 매개로 참여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이 은산분리 완화를 매개로 대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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