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과 신문활용교육(N I E)

신희선 | 기사입력 2007/02/09 [05:40]

논술과 신문활용교육(N I E)

신희선 | 입력 : 2007/02/09 [05:40]
언젠가 <중앙일보>에서 ‘21세기를 논하다’ 라는 테마로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대담을 다룬 적이 있다.
 
그 가운데 한 명이었던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뤼크 페리는 "한 개인으로서의 역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교육이고, 종으로서의 인류의 역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라고 하였다.
 
나 자신 정치학자로서 대학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와 읽기>, <발표와 토론> 이라는 이름의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기에, 뤼크 페리가 했던 이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와 닿았다.
 
이른 바 능력(competence)과 인격(character), 헌신(commitment)의 3c를 갖춘 소양 있는 리더를 키우기 위해 마련된 의사소통교육에서, 학생들의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능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교육’할 것인가가 교수자로서 느끼는 고민중의 하나였다.
 
논술교육에 있어 신문의 유용성

그러던 가운데, 매일 아침 들여다보는 신문 속에서 교수학습방법의 유용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막스 베버 1864.4.21~1920.6.14     © 운영자
신문은 베버가 말한 것처럼 '사회적 거울'로서 '살아 있는 교과서’, ‘교과서 밖의 교과서’ 이다. 인터넷, dmb 등 새로운 뉴미디어들도 뉴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의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로서 신문은 정보의 질에 있어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갖는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분석 외에도 신문은 종합적인 해설을 덧붙여 줌으로써 무엇이 중요한지, 전체적인 맥락을 집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즉 정보의 홍수시대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보전달 매체로서 독자들에게 세상을 읽어내는 힘을 길러주는 길라잡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여론 주도층의 매체 신뢰도에 대한 조사를 보더라도, 신문(35%)이 인터넷(26%)과 텔레비전(22%)을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인터넷이나 방송과는 달리, 신문을 보면서 독자들이 행간을 읽어내는 가운데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중요도 순서대로 정보를 재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신문을 읽지 않는 건 뉴스 소비의 위기,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는 말처럼, 상대적으로 책임감과 검증이 취약한 인터넷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의도적으로 신문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문제의식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
 
결국 학생들에게 신문을 읽히는 것은 올바른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의 출발인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시도된 nie(newspaper in education)는 학생들로 하여금 매일 신문을 읽게 하는 습관을 키워줌으로써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데 있다.
 
다양한 신문지면의 구성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뉴스에 흥미를 갖고 핵심 정보를 이해하고 비교 분석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구성해 갈 수 있도록 하는 열린 교육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것이다. 
 
▲     © 운영자

매일 접하게 되는 신문을 수업현장에 접목하여 날마다 새로운 정보와 생생한 자료들을 활용함으로써, 수년마다 한번씩 개정되는 교과서적 내용의 시차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학생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공부의 의미를 현실과 연결시켜 되새김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있다.
 
이처럼 교과서와 신문을 보완하여 학생들에게 산지식을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nie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신문의 다양한 정보 중에서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신문의 다양한 기사 가운데, 프레임 워크를 갖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중장기적으로 변화추이를 예측하는 자료나, 데이터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고 깊이 있는 해석을 실은 기사가 상대적으로 교육적 가치가 높다.
 
이러한 것들을 교사가 적절히 교육내용에 반영하거나 학생들 스스로 정보의 가치를 구별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nie의 방법이다.

nie 필요성은.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토론식 수업은 교육과정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토론 없는 수업이 없다'고 할 정도로 모든 교과에서 토론은 일상화된 경험이다.
 
생산적인 토론이란 무턱대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반성적인 사고를 거친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주장과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조사하고 탐구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된다.
 
이러한 개인들이 만나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상대의 의견과 비교 분석하는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결과적으로 ‘최대다수의 최대이익’을 얻는 사회적 합의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 어떤 문제에 대한 사실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구성하면서,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발표하는 의사소통능력은, 토론식 수업과정과 같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키워질 수 있다.
 
이는 또한 신뢰할만한 자료를 전제로 하기에 이러한 측면에서 신문은 교육의 기본 매체로서 그 가치가 있다.
 
미국의 경우 nie는 1930년대부터 뉴욕시의 사회과 교사들이 교과서만으로는 시사적인 내용을 교육한다는 것이 어려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뉴욕 타임스>에 신문을 요청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미국은 신문을 활용한 교육방법을 당연시 여겨 교육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미 대다수의 학교에 정착되어 사회과나 국어과만이 아니라 전 교과 영역에서 부교재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서구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반세기가 늦은 1995년에 <중앙일보>에서 처음으로 nie를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 
 
▲     © 운영자

그러나 최근 논술시장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현재 20여개가 넘는 신문사가 nie와 관련한 별도의 지면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논술교육을 위한 방법으로 신문을 활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신문 안에 nie 별도 지면을 운용하는 것 외에도, 사내에 nie 전문기자를 두거나  nie 연구위원 제도, nie 논술지도사 과정을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나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논술매거진을 펼쳐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 사회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논술이 일종의 문제해결과정으로서, 학생들 스스로가 문제가 무엇인가 정확하게 파악하고 설득력있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된다는 점을 들어, 신문의 다방면의 자료를 통해 교과서의 경계를 뛰어넘는 사고의 전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처럼 각 신문사들이 시장의 활로를 위해 nie를 논술과 엮어 강조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사실상 교수학습과정으로서 학생들에게 신문을 읽히고 신문을 활용하여 토론과 논술교육을 진행할 경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쟁점과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슈의 찬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교육이란.

나아가 사안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키워줌으로써 보다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이해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학습 자료는 수업방법과 내용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신문을 교육에 활용한다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가 'what, why, how'의 문제의식을 갖도록 하는데 있다.
 
'무엇에' 관한 내용인가, '왜'그렇게 되었는가, '어떻게'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는가를 날마다 신문 속에서 파악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논술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예컨대 표제(제목), 부제(리드 기사), 표, 그래프, 사진, 만화 등을 훑어 읽으면서 보도된 기사의 주요 흐름을 이해하고, 나아가 일반적인 사실보도(straight news) 기사를 넘어 보다 주관성이 높은 해설(feature story)기사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논리나 논거를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대입시켜 보다 설득력 있게 논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해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때 교사는 단순지식적인 차원의 질문이 아니라 사고력을 개발할 수 있는 형태의 질문을 던져주는 코치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갈 수 있도록 제기된 사회현상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을 나타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우선적으로 필요한지, 핵심과 본질에 접근해 갈 수 있는 내용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평가하고 비판하고 연계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고급의 사고능력을 익혀갈 수 있는 것이다.

뤼크 페리는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교육을 먼저 받아야 한다” 고 강조하였다.
 
그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역사를 갖는다는 것이고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좋은 교육을 거치면서 자신과 인류의 역사를 갖게 되고, 그럼으로써 자유와 위대함을 획득하게 되는 것” 이라고 역설하였다.
 
결국 진정한 어른됨이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키워가면서 의연하게 자기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며, 타인과 세상을 받아들이고 보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틀을 완성해 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좋은’ 교육이란 바로 학생들이 스스로의 사고와 표현을 다듬을 수 있도록 하는 의사소통교육에서 시작될 수 있다. 신문을 활용한 토론과 논술교육은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게 함으로써 삶의 폭과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신희선 / 숙명여자대학교 의사소통센터 교수 /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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