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차리려다 졸지에 냄새나는 여자로

행사 내내 초긴장, 솔직한 내 모습 더 좋았을 것이란 후회도

고은숙 기자 | 기사입력 2008/04/29 [16:53]

예의 차리려다 졸지에 냄새나는 여자로

행사 내내 초긴장, 솔직한 내 모습 더 좋았을 것이란 후회도

고은숙 기자 | 입력 : 2008/04/29 [16:53]
 
얼마 전 아는 분 부탁으로 행사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다. 경기권역 지역아동센터가 참여하는 규모 있는 교육 행사였다. 교육생 등록 및 교육장 물품 비치 등의 지원을 하러 나가게 된 것이었다. 아는 분의 부탁이라 나름대로 신경 쓰느라고, 불편해서 안 입던 블라우스도 입고,  가는 길에 땀냄새를 제거하는 파우더(데오드란트)도 샀다. 그날은 날씨가 무더웠다. 

 서울에서 하는 교육이라 교육장을 찾느라 땀이 쭐~ 났다. 서울에서 하는 교육이었다. 교육장 찾기가 무척 힘들었다. 미리 대비하길 잘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에서 데오드란트를 뿌린 순간 원래 냄새인지, 너무 많이 뿌린 건지 아기 분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었다. 그래도 혹시 날 지 모를 땀냄새 보다야 낫겠지 싶어 확인 사살하는 심정으로 한번 더 뿌렸다.

흑~ 역시 안해본 건 하지 말라는 어른들 말씀이 맞나 보다. 파우더 냄새가 더 심해졌다. 어쩔 수 없이 풀풀 날리는 파우더 냄새에 괴로워하며 행사장으로 향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선생님들이 내가 가까이 갈수록 묘한 표정이 되는 것을 느끼며  자동으로 ‘차렷’ 자세가 되어 버렸고, 신경 쓰며 최대한 몸동작을 작게 하느라 일처리도 굼뜰 수밖에 없었다.

예의 차린다고 한 작은 행동 때문에 오히려 내가 맡은 일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내가 일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것 같고, 행사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민망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행사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내가 민망할까봐 모른 척 해주시는 건지 선생님들은 아무 말씀 안 하셨다. 그렇지만 가끔 코를 잡으시는 걸로 보아 아마 파우더 냄새의 원인이 나임을 잘 알고 계실 거란 느낌이 들었다. 

 행사 내내 초긴장 상태로 있다가 겨우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내 행동이 너무 바보 같고 우스웠다. 

 항상 모든 것은 정도가 중요한 것 같다. 지나치지 않게 모자라지 않게 정도를 지키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또 느낀다. 

 사실 나는 종종 이럴 때가 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답시고 혹은 예의를 차린 것이 의도와는 다르게 되어 불편하게 되거나 오해를 받게 되는 경우 말이다. 늘 나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오해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항변해보기도 하지만 사실 내 행동이 가끔은 너무 지나치거나 너무 부족했기 때문임을 잘 안다. 

 파우더 냄새 사건에서 나는 또 하나 배운다. 인공적인 파우더 냄새보다 노동의 결과인 땀냄새가 더 인간적일 수 있음을.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한 것임을, 몹쓸 예의를 차리는 것 보다 부족해 보여도 솔직한 내 모습이 더 좋을 수 있음을 말이다. 

 "향기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예전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그날 함께 한 선생님들은 파우더 냄새부터 떠올리겠지! 그러면서 내 얘기 하며 한번 웃겠지! 그래도 기억은 되겠네! 라며 나도 한번 웃어본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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