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오이도

시원한 바다와 바다새 그리고 빨간 등대가 매력적

이민선 기자 | 기사입력 2008/06/11 [07:39]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오이도

시원한 바다와 바다새 그리고 빨간 등대가 매력적

이민선 기자 | 입력 : 2008/06/11 [07:39]
 
▲ 빨간 등대     © 이민선

“벌써 왔다고? 난 지금 출발하려고 하는데 역에서 20분만 기다려 곧 갈게”
“먼저 오이도로 가서 천천히 구경하고 있을게요. 어디서 기다릴까요?”

30분 일찍 도착했다. 그날 만나기로 한 사람들은 아직 도착 전이었다. 6월6일 오후 5시,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역에 도착했다. 전철역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지루할 것 같아서 30-2번 버스를 타고 오이도로 향했다. 약속장소는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빨간 등대’ 다.

복작거리는 버스에서 내려 오이도 방파제로 올라갔다. 만원 버스에서 1분이라도 빨리 내리고 싶어 두 정거장 앞에서 내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방파제 길을 걸으니 머리까지 상쾌하다. 

 무척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서로 부둥켜안고 방파제를 거니는 젊은 커플들 모습이 재미있다. 문득 ‘나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기억이 날듯 말듯 가물거린다. 아내에게 물어보아야 겠다고 혼자 되뇌며 발길을 옮겼다.
 
▲ 사당동에서 오이도 가지 자전거 여행을 한 직장동료     © 이민선

“자전거 타고 오셨어요? 어디서 출발하셨어요?”
“서울 사당동에서 왔어요. 구경하면서 천천히 오니까 5시간 정도 걸리던데요!”
“안양에서 부터는 어떻게 오셨어요? 자전거 길이 없을 텐데?”
“안양천 타고 오다가 광명 고속철도 역 부근으로 해서 조그만 마을길을 타고 ‘물왕 저수지’ 까지 왔어요 그 다음 .......”

두 명의 에게 말을 걸었다. 이들은 직장 동료였다. 광명역에서 ‘물왕저수지’ 로 가는 길이 있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꼭 한번 자전거 타고 그 길을 거쳐 오이도 까지 와 보아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안양에서 자전거 타고 ‘물왕 저수지’를 가다가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인도조차 없는 지방도로로 연결되어 있기에 자전거 타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목숨 걸 정도로 절실한 일이 있다면 모를까! 자전거 타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100키로 가까이 달리는 자동차 사이로 가슴을 졸이며 달리던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빨간 등대’가 먼발치에 보인다. ‘빨간 등대’ 는 육지가 된 섬 오이도 ‘랜드 마크’ 다. 오이도(烏耳島) 는 섬 생김새가 까마귀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예전 오이도는 육지에서 4km 떨어진 섬이었다. 일제 강점기(1922년)에 갯벌을 염전으로 만들기 위해 오이도와 안산 시 사이에 제방을 쌓기 시작, 지금은 차가 드나드는 이름만 섬인 육지가 되었다.

‘빨간 등대’ 는 오이도 ‘랜드 마크’
 
▲ 선착장     © 이민선

“횟감을 떠야 하는데 함께 갈까? 병어회 못 먹어 봤지? 오늘 맛보게 될 거야”

추광규 기자(인터넷 신문고)는 만나자 마자 ‘횟감’ 타령이다. 천천히 ‘빨간 등대’ 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성질 급한 추 기자에게 맞춰 주어야 할 것 같아 따라 나섰다. 이날 오이도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은 추 기자다. 모임 주최자인 셈. 모임이 즐거우려면 주최한 사람 말을 잘 따라야 한다.

오이도는 꼭 한번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오이도 근처 안산 사동에서 2년간이나 살았지만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추 기자가 오이도 에서 만나자고 할 때 내심 기뻤다.

잘 빠진 날카로운 칼로 회를 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횟집 주방장은 남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곳은 모두 여성(아주머니)들이다. 머리만 남은 생선이 살아서 꿈틀 거리는 것이 신기하다. 횟집에서 김영주 기자(시흥 시민뉴스) 를 만났다. 
 
▲ 생선골목     © 이민선

 “이게 병어고 이게 광어네, 음~역시 씹는 맛은 병어회가 일품이야”

제일 늦게 나타난 양주승 기자(부천 타임즈)는 신기하게도 회 한 점 입에 넣어 보더니 생선종류를 금세 알아맞힌다. 역시 예사롭지 않은 분이다. 양 기자는 ‘똥물 투척사건’ 으로 유명하다. 

 병어회에 소주를 한잔 걸쳤다. 배가 부르고 기분이 상쾌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역시 사람은 배부르고 등 따뜻한 것이 최고다.  횟집에서 나와 일행들과 함께 ‘빨간 등대’에 올랐다. 어둑어둑 했다. 일몰을 보지 못한 것이 원통했다. 맛있는 병어회를 먹느라 일몰 보는 것을 깜박 한 것이다.

회 뜨는 아주머니 솜씨가 ‘일품’
 
▲     © 이민선

“거기 시흥 시청이죠? 관광객인데요. 빨간 등대 화장실이 잠겨 있어서 전화 했습니다?” “아~전화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담당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여긴 상황실입니다. 연락번호 주시면 담당자에게  연락드리라고 하겠습니다”

화장실이 잠겨 있었다. 급한 대로 근처 횟집에서 볼일을 보고나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관광지 화장실 인심이 이렇게 고약해서야! 라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가 전화 받았으면 꼬치꼬치 물어보고 따지려고 했는데 그 날 상황실 근무자는 빨간 등대 담당자가 아니다.
 
▲ 화장실 출입구가 잠겨있다     © 이민선

“저 시흥시청 노 아무개입니다. 빨간 등대 화장실 문제 때문에 전화 주셨지요?”
“아 네 제가 좀 전에 전화 드렸습니다”

대답하고 나서 솔직히 놀랐다. 휴일 날 담당 공무원이 직접 전화 할 줄은 몰랐다. 상황실 근무자를 통해 다음날 담당자에게 전달되기만을 바라며 전화했을 뿐이었는데.  상황실 근무자와 통화를 하고 난 후 약30분만에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낮에는 개방하는데 밤에는 안전상 문제가 있을까봐 닫아놓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24시간 개방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참아주셨으면......”

듣고 보니  딴엔 그렇다.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할 듯하다. 밤새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으면 인적이 없을 때 불미스러운 일도 생길 듯하다.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오이도 에서 공무원에게 대접받았다고 생각하니 흐뭇했다.

오이도는 특별히 화려하지도 않고 역사적 유래도 깊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곳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다와 갈매기 그리고 빨간 등대 가 있다. 여행가방도 없이 간편한 차림으로 하루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오이도 를 권한다.
 
▲ 오이도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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