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 <조선>과 산업은행의 오판

[홍헌호의 경제진단] 금융위기가 두려운가? 그럼 존재하는 대안을 찾아라

홍헌호 | 기사입력 2008/09/17 [14:38]

미국 금융위기, <조선>과 산업은행의 오판

[홍헌호의 경제진단] 금융위기가 두려운가? 그럼 존재하는 대안을 찾아라

홍헌호 | 입력 : 2008/09/17 [14:38]
제조업과 금융업, 생산성과 경제성장 기여율에서 하늘과 땅 차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을 비롯한 미국의 금융위기가 한두 달 더 늦게 터졌다면 한국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mb에 의해 발탁된 산업은행 총재는 얼마 전부터 부실투성이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하겠노라고 공공연하고 언급하고 돌아다녔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조선일보와 일부 경제신문들은 이에 호응하여 리먼 브러더스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으면서 이를 인수해야 한다고 강변하기 시작했다.
 
오직 하나 믿는 것이라고는 산업은행 총재의 경력이었을 터. 일개 금융권 인사의 경력 하나로 국가경제의 미래를 난도질하는 그 단순무식함,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몇 년간 <조선일보>는 “제조업 시대는 갔고 이제는 금융업 시대”라는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정부가 이를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데 상당한 애를 써 왔다. 과연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제조업 시대는 갔고 21세기는 금융업 시대일까.

제조업의 총요소생산성 상승률, 금융업과 비교가 안되게 높아

“21세기는 제조업이 아니라 금융업의 시대”라는 주장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알아 보려면 다음에 소개하는 자료들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생산성에는 크게 노동생산성, 자본생산성, 총요소생산성이 있다. 여기에서 ‘총요소생산성’이란 전자의 두 개로 설명이 되지 않는 생산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상반기에 100의 자본을 추가로 투입하여 120의 산출을 추가했다면 20은 자본생산성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100의 자본을 추가로 투입하여 130의 산출을 추가했다면 30 중에서 20은 자본생산성이지만 10은 총요소생산성이다.

즉 총요소생산성이란 동일한 생산요소를 제1기와 제2기에 추가로 투입했는데 양 시기 간에 추가 산출 차이가 났을 때 이를 ‘총요소생산성’이라 한다. 따라서 이런 총요소생산성은 기술혁신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수한 인재가 영입된 경우나 기업이 근로자들을 교육시켜 우수한 인재로 키운 경우 총요소생산성은 크게 향상되게 된다. 노키아나 삼성전자가 근로자의 1/4 이상을 연구개발인력으로 채우는 것도 다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을 겨냥한 것이다.

위의 표를 보면 1980년대 이후의 기술혁신에 힘입어 한국과 핀란드의 it제조업의 총요소생산성이 급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금융업과 건설업은 뚜렷한 혁신의 징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it제조업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은 바로 이런 총요소생산성의 향상 때문이었다.

제조업 기술혁신의 힘 : 가격은 내리고 품질은 높아지고

제조업의 높은 총요소생산성은 경제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자료 하나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위 자료를 보면 1997년 이후 10년간 휴대폰 가격은 1/10 이하로 떨어졌고, 컴퓨터 본체와 노트북컴퓨터 가격은 각각 1/3,1/2로 떨어진 반면 대입학원비와 사립대 등록금은 각각 61%, 70%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휴대폰, 컴퓨터 본체, 노트북컴퓨터 가격이 왜 떨어졌을까. 질이 나빠져서?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휴대폰, 컴퓨터 본체, 노트북컴퓨터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급속한 기술혁신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 질이 나빠져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런 it제조업의 기술혁신으로 10년에 비해 10배나 싼 가격으로 그보다 수십 배 더 성능이 좋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조업 기술혁신의  힘이다. 

반면 사교육 서비스업의 경우 그것의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기여율이 어느 정도 높아졌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대학교육의 경우도 그것이 현재 실사구시형 교육을 수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격상승에 비하여 경제성장 기여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의 장점은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서 가격은 싸지고 품질은 높아지는 경제성장기여도 상승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제조업의 경제성장 기여율, 금융업과 비교가 안되게 높아  

이런 제조업의 빠른 기술혁신 속도는 제조업의 경제성장기여율에 어떻게 반영되는 것일까. 다음에 소개하는 표는 제조업과 건설업,금융업이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참고 자료들이다.
 

위의 표에서 명목부가가치란 기업들이 실물경제시장에서 벌어들인 경상부가가치를 말하고 실물부가가치란  명목부가가치에서 물가상승요인을 뺀 것을 말한다.

그리고 위의 표에서 제조업의 경우 명목부가가치 기여율과 실물부가가치 기여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제조업의 경우 가격상승은 완만한 반면 품질의 향상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휴대폰 제조업자가 2000년에는 휴대폰 1대에 50만원을 받고 20만원의 부가가치를 남기며 공급했고, 2007년에는 유사한 성능의 휴대폰 2대에 50만원을 받고 20만원의 부가가치를 남기며 공급한 경우, 공급자 입장에서 명목부가가치는 20만원으로 동일하지만 한국은행은 이 경우 실질부가가치가 2배 늘었다고 집계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제조업의 명목부가가치 증가분 비중은 25.2%에 불과하지만 실질부가가치 증가분 비중은 45.9%로 집계되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이 자주 말하는 경제성장기여율이란 후자인 실질부가가치 증가분 비중을 지칭한다.      

반면 금융업, 건설업, 사교육 등은 제조업과 같이 위와 같은 기술혁신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명목부가가치 비중과 실질부가가치 비중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명목부가가치 비중에 비해 실질부가가치 비중이 매우 낮은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실물시장에서 건설업자들이 버는 소득에 비해 경제성장 기여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는 도요타,노키아에서 배워라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산업정책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물론 제조업만 살리고 금융업,건설업은 죽이자고 말할 수는 없다. 경제에서 공급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수요인데 제조업 수요가 무한정 열려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 번 천 번을 양보한다 하더라도 경제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제조업 시대가 아니라 금융업 시대”라는 무책임하고 철없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어떤 금융산업도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세계는 넓고 배울 만한 좋은 스승은 많다. 도요타와 노키아를 보면 무엇이 그들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 주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글 서두에서 말한 ‘총요소생산성’이고 ‘기술혁신’이다. 그리고 그들이 기술혁신을 최대화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키아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90% 이상은 그들과 협력하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나온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중소협력업체의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여기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키워준다고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그 거위가 지속적으로 황금알을 낳도록 최선의 조건을 부여하는 것이다.

도요타도 마찬가지다. 주지하다시피 대기업은 주로 조립을 담당하고 중소협력업체들은 부품·소재를 담당한다. 따라서 날로 고급화되고 까다로워지는 전세계인의 취향에 맞추려면 사소한 기술력 차이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사소한 기술력 차이가 시장점유율을 크게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도요타가 미국의 gm 등 거대 자동차 기업들을 추격하고 제압한 비결은 중소협력업체와의 연대와 실질적인 협력이었다. 도요타는 우리나라의 일부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을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여기고 적극적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키워냈다.

한국경제의 위기탈출구는 기술혁신을 향한 실사구시형 대학개혁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건설업이든 지속적인 발전의 핵심은 바로 “사람”이다. 노키아나 삼성전자가 근로자의 1/4을 연구개발인력으로 채우는 이유는 근로자에게 내재한 ‘기술혁신 역량’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1개 기업당 고용 비중이나 부가가치 비중은 낮지만 중소기업 전체의 고용비중이나 부가가치 비중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비제조업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절대적임에도 불구하고 재원부족으로 우수한 인력확보와 인력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세기 우리경제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가가 재원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대신해서 적극적으로 기술력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중소기업에 공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백날 외쳐 보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mb정부에게 그나마 약간이라도 냉철함이 남아 있다면 소득상위 20% 부유층에게 90%의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안을 포기하고 십수 조 원의 세계잉여금을 활용하여 북유럽식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에 나서야 한다.

만약 mb정부가 지금처럼 고집스럽게 실사구시형 대학개혁 외면하고 부유층만을 위한 감세에 열중하게 된다면 결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향후 지속적인 성장도 불가능할 것이고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북유럽식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이 안 되면 사교육비 문제해결도 불가능할 것이다. 사교육비 문제는 단순히 초중고 공교육의 질 문제는 아니다.(우리나라의 초중고 공교육 수준은 oecd 30개국 중에서 3~4위 수준이다.) 사교육비 문제의 본질은 대학의 양극화, 일자리의 양극화 문제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실사구시형 대학개혁, 대학의 실질적인 실력평준화 없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사교육비 문제해결, 이 모든 문제가 북유럽식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은 부유층만을 위한 감세를 추진하며 실사구시형 대학개혁을 외면하는 수구보수세력들의 얄팍한 이기심이다. 
원본 기사 보기:j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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