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리먼 파산 단기적 충격,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신용경색 완화 도움'

박창환부장 | 기사입력 2008/09/17 [10:02]

정부 '리먼 파산 단기적 충격,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신용경색 완화 도움'

박창환부장 | 입력 : 2008/09/17 [10:02]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하고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의해 94년 만에 매각되면서 미국 금융시장 위기가 더해가고 있다. 여기에 유동성 문제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aig는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위험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상황점검긴급회의를 개최해 국내 금융회사의 손실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전해지는 잇따른 사태가 국내 유동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지만 불안심리 자극과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의 악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금융회사 투자 규모 얼마나

메릴린치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로 넘어가고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함에 따라 이들 금융기관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의 피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리먼 브러더스에 7억2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은행이 리먼 측에 대출해준 규모가 2800만 달러이며 리먼 주식파생결합상품에 3억9000만 달러, 유가증권(채권·주식)에 2억9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이 리먼 브러더스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금액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산 신청을 한 리먼 브러더스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투자공사(kic)와 하나은행 등 메릴린치에 투자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boa의 주당 인수가격보다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 당장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릴린치에 2조 원을 투자한 한국의 국부펀드인 kic는 지난 7월 말 주당 27.5달러에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boa가 kic 지분도 같은 조건으로 인수할 경우 주당 1.5달러의 시세차익을 보게 된다. 테마섹과 함께 메릴린치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한 하나은행도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용경색에 빠진 미국 금융기관이 해외증시 등에서 자금을 빼나갈 경우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외환 및 채권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후보는 aig?

세계 최대 보험사 aig의 주가가 장중 한때 62% 이상 미끄러지며 메릴린치, 리먼 브러더스 다음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아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은 “aig는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48~72시간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boa의 케네스 루이스 회장은 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aig의 유동성 부족이 현재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g의 문제가 리먼 브러더스 보다 심각하다. 나는 aig에 물려있지 않은 주요 은행을 본 일이 없다”면서 “aig가 뉴욕주에서든 어디에서든 살 수 있는 활로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분기 동안 185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세계 최대 보험사 aig는 신용등급 강등을 막기 위한 유동성 확충이 절실한 상태. aig는 당초 일정보다 구조조정계획을 앞당겨 발표하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4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내에 어떤 영향 미칠까.

당장 국내 외환과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고,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도 지속될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돈줄이 더 마를 가능성도 있다.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은 16일 개장과 함께 ‘미국발 쇼크’의 사정권에 들어갔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96.68포인트 떨어진 1381.24포인트로 출발했고, 코스닥지수도 전일보다 31.78포인트 내린 435.13포인트로 시작했다. 코스피시장은 9시35분경, 코스닥시장에서는 오전 9시6분경 각각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환율시장 역시 폭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거래일 종가보다 18.9원 급등한 1128.00원으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41.8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전망도 많다.

9월 이전까지 jp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를 빼고는 미국의 6개 부실 금융기관의 처리 전망이 불확실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미국의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 리먼 브러더스 파산 신청 발표, boa의 메릴린치 인수 등이 결정됐다.

▲정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신용경색 완화 도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오전 긴급회의 소집, 리먼 브러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 및 리먼 브러더스 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영업 일부정지 조치를 내렸다.

정부는 또 이날 오전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갖고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등 미국발 금융사건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선 리먼이 파산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을 통해 국내 투자자 및 금융회사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kic의 매릴린치 투자와 관련해서는 kic 협상단이 기존 주주의 지분매각 조건 등에 대해 메릴린치, boa등과 협의해 투자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또 “한국은행도 rp거래 등을 통해 은행권의 지준상황을 탄력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단기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해 나가기로 했다”며 “외환시장의 경우에도 지나친 불안 심리로 환율이 급변동하는 경우 필요에 따라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정부는 개별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점검을 강화하고 필요시 외화스왑 시장 참여 등 외화유동성 공급 확충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신문고뉴스 영남취재본부/취재부장
日刊 투데이로우 보도국/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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