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태안참사' 그들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성용규 신부/ 대구광역시 청소년수련원 원장 | 기사입력 2014/07/26 [08:12]

[특별기고]'태안참사' 그들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성용규 신부/ 대구광역시 청소년수련원 원장 | 입력 : 2014/07/26 [08:12]

[신문고뉴스] 지난해 여름 가슴이 너무 아파 멈춰 버릴 것 같던 시계는 돌고 돌아 어느새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작년 7월 ‘태안 해병대캠프’에서 청소년 5명이 희생된 믿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모든 국민이 말도 안 되는 사고에 경악하고 공분했다.


정부인증 프로그램도 아닌 사설 해병대 캠프를 선택한 것도, 청소년들에게 수영금지 구역 바다로 들어가라고 한 것도, 구명조끼를 벗으라 한 것도 모두 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어른들이었다.


우리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무런 죄없이 피지도 못한 꽃 같은 청소년 5명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정부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처벌 그리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고 채 1년도 안 돼 비슷한 이유로 세월호 참사가 또 발생하였다.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후 여성가족부는 종합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청소년 활동진흥법’을 개정하여 이동`숙박형 청소년 활동 신고를 의무화했고,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였다.


이에 규제와 의무를 강조하다 보니 자칫 청소년 활동이 오히려 위축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생긴다. 교육부는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가 났을 때는 학생들의 체험 활동을 금지하고, 세월호 사고가 났을 때는 수학여행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체험 활동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체험 활동을 아예 금지하고, 수학여행에서 사고가 나면 수학여행을 금지하는 이런 단순하고, 무책임한 대책만 세운다면 청소년들은 교실 안에서만 자라야 한다.


교실 안은 또 안전한가? 교과위주 공부의 부작용 때문에 교육적인 효과를 찾고자 체험교육을 확대한 것 아니었던가. 청소년은 내일의 희망이 아닌 오늘의 주인공이다. 무조건 못하게 막는 소극적 해법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안전이 담보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것이 잘 작동되도록 하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최선의 대책일 것이다.

 

▲ 성용규 신부/ 대구광역시 청소년수련원 원장,(대구광역시 청소년수련시설협의회/ 회장)   

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후 대구시가 ‘청소년 예산의 증액’ ‘청소년수련시설운영조례’ 개정, ‘청소년수련시설협회’ 설치 및 ‘청소년 정책 중장기발전계획’ 수립 등 청소년들이 유능한 청소년 지도자와 함께 안전한 시설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청소년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고 있는 것은 좋은 본보기라 생각한다.


지난해 태안 해병대사고로 희생된 청소년들은 잊혀지지 않고 우리 모두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의 싹이 되었으며, 멈추지 않고 시계는 돌아 못다 핀 꽃을 피우고 있다.


민선6기 대구시장 취임에 맞춰 저마다의 분야에서 욕구충족을 위해 요구를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뒷받침하는 정책과 인프라 지원은 이해관계를 떠나 대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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