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중의 으뜸은..'제주 옹기'

[내 고향 제주더듬기]옹기가마 불꽃은 화산의 불꽃을 연상케 해

굴렁쇠 | 기사입력 2008/12/14 [06:44]

옹기중의 으뜸은..'제주 옹기'

[내 고향 제주더듬기]옹기가마 불꽃은 화산의 불꽃을 연상케 해

굴렁쇠 | 입력 : 2008/12/14 [06:44]
그것은 강렬함이다. 영혼을 불태우지 않고 어디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을까? 이 겨울을 다 녹이고도 남을 새빨간 불덩이가 토해내는 불꽃. 제주옹기를 구워내는 현장이다. 이글거리는 가마 속에서 우리의 마음도 다 타버릴 것 같다.
 
그것은 뜨거움이다. 가마 옆에 한가롭게 앉아 어디 인생을 말할 수 있을까? 가장 자연스럽게 가장 제 몸짓으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이 도공의 삶을 완성시켜 주는 곳. 제주도예촌의 존재방식이다.
 
화산섬 제주의 역사를 상상한다. 100만년 전부터 제주섬을 불태우던 화산폭발의 순간에도 이와 같았을까? 제주전통가마는 장작을 때지 않는다. 화산의 불길을 잊지 않았는지 모른다. 일천 이백도 이상의 불꽃이 필요했다. 땔감으로 '섬피'(나뭇잎과 잔가지가 달린 잡목 묶음)를 사용했다.
 
제주는 화산섬이다. 제주옹기를 구워 내는 과정은 화산의 불꽃만큼 강렬하다.     © 굴렁쇠

섬피를 때면서 발산하는 불회오리는 세계 유일의 돌가마에서 불폭풍을 일으키고, 스스로 강렬한 생명의 힘을 얻는다. 그것은 사람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영역이다. 그 자연의 법칙에 다만 순종하고 협력자로 나설 뿐이다.
 
이 불꽃을 유지하기까지 장작불에서 만나는 느긋한 여유가 제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섬피 한 묶음이 재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부지런히 땔감을 가마에 집어넣지 않으면 제주옹기는 탄생하지 않는다. 적게는 이틀에서 많게는 나흘을 꼬박 지새우며 불가마를 지켜야 하는 고된 노동이 거대한 자연과 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김유정씨는 말한다.
 
"제주의 옹기에는 화문(火紋), 즉 불꽃이 만든 무늬가 있다. 불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불꽃의 운동성은 제주옹기의 대표적인 인상(印象)이며, 뛰어난 자연미를 보여준다. 고온의 불꽃은 '무작위(無作爲)의 작위(作爲)'라는 미학을 만들었다. 이런 '의도하지 않았으나 의도한 것' 같은 무늬야말로 제주옹기가 보여주는 백미다."
 
제주전통옹기는 제주의 흙(고냉이찰흙)으로만 빚어지고 화산섬 제주의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돌가마에서 구워지기 때문에 독창적이며, 고스란히 제주의 숨결을 담고 있다. 옹기의 속은 자연 그대로 흙의 성질을 간직하고 있다. 인공 유약을 바르지 않고도 불의 힘에 의해 천연유약인 '자연유'(自然油)가 저절로 입혀진다.
 
제주전통옹기를 '숨쉬는 항아리'라고 부르는 비밀이 여기에 있다. 제주 항아리는 음식물의 맛을 돋우고, 쉽게 변하는 것을 막아주며, 물을 정화하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 유리처럼 투명하게 흐르는 천연의 색은 또 얼마나 오묘하고 아름다운가. 세계 도자기 역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제주옹기의 우수성이기도 하다.
 

▲ 섬피를 때면서 발산하는 불회오리가 돌가마에서 이글거리고 있다. 이 사진은 전통 돌가마 '노랑굴'에서 불때기 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3박4일 동안 쉬지 않고 불을 때야 '숨쉬는 제주옹기'가 탄생한다.     © 굴렁쇠

자료에 의하면, 1,200도 이상의 전통 돌가마 '노랑굴'(이 굴에서 제작된 옹기의 색깔이 노란색이나 적갈색 등을 띠는데서 유래된 명칭)에서 나오는 도기가 120여 종에 이르고, 900도 안팎의 열을 내는 전통 돌가마 '검은굴'(연기를 먹여 옹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검은색을 띠는데서 유래된 명칭)에서도 80여 종이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안타까움은 있다. 제주전통옹기의 놀라운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가마는 노랑굴 8기와 검은굴 1기가 전부이다. 그것마저도 많이 유실되어 보존 상태가 대부분 양호하지 못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1960년대 말 끊겨버린 제주전통도기의 명맥을 가까스로 복원시킨 곳이 있다. 바로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마을에 있는 제주도예촌이다. 이곳에는 "태풍 속에서 촛불을 들고 가는 심정으로 재현이 아닌 복원을 했다"는 강창언 촌장의 장인정신이 스며있다.
 
24년여 동안 항아리 파편과 가마터를 찾아 제주섬 곳곳을 누빈 그의 전통옹기 복원 노력은 2000년 첫 결실을 맺었다. 노랑굴이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고, 2001년에는 검은굴이 복원됐다. 한마디로 '대역사'를 이룬 것이다.
 
제주전통옹기 자체가 제주 땅에서 완전히 단절될지 모를 위기에서 벗어나 이제는 손수 제작이 가능하다. 이 역사적인 복원작업에는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4호(허벅장)로 지정된 신창현 대장과 홍태권 굴대장, 박근호 제주전통도예학회장 등 생존해 있는 도공들의 땀이 함께 얼룩져 있다. 
 
그림 상(上) "태풍 속에서 촛불을 들고 가는 심정으로 재현이 아닌 복원을 했다"는 강창언 촌장이 가마소생의 마지막 단계인 잿불질(때깔내기)을 위해 '독새기고망(잿불구멍)을 열고 가마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림 하(下) "굴일 허잰 허민 저승길도 갔다 와야 헌다"(옹기를 만드는 작업은 저승까지 다녀와야 할 정도로 힘들다)라고 말한다. 제주도예촌의 허벅장 신창현 할아버지(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4호)가 제주허벅을 빚고 있다. 
 

제주전통옹기의 제작 특성상 가마를 만드는 굴대장, 옹기를 만드는 대장, 흙과 땔감을 챙기는 건애꾼, 불을 때서 구워내는 불대장 등 4개 분야 도공들의 힘이 모아지지 않았다면 애당초 복원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분들의 '대동정신'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흙이나 벽돌이 아니라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가마를 축조한다. 화강암은 높은 열 때문에 깨지기 쉽다. 그러나 제주도를 덮고 있는 화산석은 강한 열에도 잘 견딘다. 화산석으로 만들어진 돌가마, 즉 석요(石窯)라는 굴의 구조 때문에 제주 전통도예는 세계 도자기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제주의 '살아 숨쉬는 항아리'는 그야말로 돌과 흙과 나무와 도공의 혼이 제주 땅에서 만나 독창적으로 빚어낸 불꽃예술이다. Ø굴렁쇠


 


[제작과정] 제주전통옹기 어떻게 만들어지나?
 
제주옹기

옹기를 빚기 위해 제일 먼저 원료인 질흙을 채취한다. 채취한 질흙을 질메판 위에서 메통으로 반복하여 때린다. 그 다음 깨끼질을 하여 사용할 만큼의 양으로 흙을 뭉친다. 뭉친 질흙덩어리는 그릇을 만들 수 있도록 넓고 길게 판을 만든다. 이것을 '토래미(토림)'라고 한다. 토래미를 가지고 목물레 위에서 조막과 수레착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때리면서 만들기에 들어간다. 물레는 맨발로 돌린다. 빚어낸 그릇은 천천히 바람과 햇볕이 통하지 않는 곳(움칸)에서 말린다.
 

그 과정이 끝나면 돌가마(굴)에 구울 그릇을 운반하여 쌓아 놓는데, 이것을 '굴들임'이라고 한다. 굴들임이 끝나면 굴문을 막고 불때기를 시작한다. 아주 서서히 피움불을 시작으로 하여 3박4일 동안 불을 땐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하나의 제주옹기가 탄생한다.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질흙채취→질흙때리기→토래미→수레착질하기(만들기)→말리기→굴들임→불때기→옹기완성.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262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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