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집 찾아온 꼬마 손님 셋, 숨겨놓은 '남편의 약'

백금자 부천타임즈 | 기사입력 2009/01/22 [05:56]

산골 집 찾아온 꼬마 손님 셋, 숨겨놓은 '남편의 약'

백금자 부천타임즈 | 입력 : 2009/01/22 [05:56]
 
▲ 강원도 영월 산골마을 우리집 ⓒ백금자
 
산골 집에 처음으로 꼬마손님이 놀러 왔습니다. 이제 네 살이 되는 하진이 여섯 살이 되는 현준이 그리고 올해 학교에 들어가는 의젓한 큰오빠 현빈이 이렇게 셋이지요. 아이들은 새로운 집에 대하여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특히 높이가 다르게 해 놓은 거실에 있는 작은방에 커튼을 쳐 놓은걸 좋아하였고 로봇과 집모양이 있어 거기서 연기가 나는 모양이 있는 욕실을 좋아했지요. 그리고 욕실 바닥에 보일러를 깔아 놓아 따뜻한 것이 좋은가 봅니다. 셋이 번갈아 볼일을 보겠다고 욕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얼마쯤 잘 놀다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스락 거리며 이것저것 꺼내어 잘 놀던 막내 하진이가 어디서 과자를 하나 찾아 온 것입니다. 그런데 하진이에게 아토피 증세가 약하게 있어 엄마는 과자를 먹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자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떼를 쓰고 결국은 아이에게 설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설명을 어떻게 하였느냐면 "아저씨의 '약' "이라고 한 것이지요. 아이가 울다가 아저씨의 약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약 ????···"이냐고 되물었습니다.
 
과자는 아저씨 곧 남편의 약입니다. 남편은 군것질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하는 중간에 과자를 잘 먹지요.저는 반대로 과자를 잘 먹지 않습니다. 제가 잘 먹지를 않으니까 잘 사다 놓지를 않지요.
 
그러다보니 시장을 가거나 특히 마트를 가게되면 제가 시장을 보는 동안 없어집니다. 어디에 있나 찾을 필요도 없이 공구 파는 곳에 가서 하염없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마치 아들이 어릴 적에 장난감 코너 앞을 못 떠나듯이 공구를 사는 것도 아니면서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하고 있지요. 그러다가 계산을 할 때가 되면 어디에서 과자를 가져다가 계산 하는데에 쓱 끼워 넣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끼워 넣는 것이 200원하는 손가락만한 소시지이지요.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하지요.
 
"어린애 마냥 이건 왜 먹어요 몸에 좋지도 않은 것을····"

그러면 씩 웃으며 대답합니다.

"이건 내 약이야 이걸 먹으면 힘이 나거든"

계산하시는 분이 킥킥 웃습니다. 다 늙어 머리가 허연 사람이 쪼그만 마누라 앞에서 소시지를 약이라고 우기고 있으니~그래서 그건 아저씨인 남편이 건넌방에 가져다 숨겨 두었습니다.그런데 다시 사부작거리고 다니던 하진이가 이번에는 사탕을 하나 찾아 왔습니다.
 
 

   
▲하진이와 현준이 ⓒ백금자

 
그런데 이번의 사탕은  '약' 이라고 인정을 못하겠나 봅니다. 오빠와 아주 사투가 벌어져 이제 엄마에게 야단을 맞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 예쁜 꼬마아가씨 하진이는 아직 말을 잘 못 알아들어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이렇게 손을 번쩍 들고 벌을 서는 것입니다.
 
둘은 벌서느라고 심각한데 저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오랜만에 어릴 적에 엄마에게 혼나던 생각까지하며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한 사람이 잘못하면 덩달아 모두 혼났던 그 시절이지요. 요즈음은 아이들이 하나나 둘 밖에 없으니 싸잡아 함께 혼날 일이 별로 없는데 하진이네는 셋이니 함께 혼나는 일이 많다고 하네요.
 
 
   
▲ ⓒ백금자

결국 사탕 하나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먹기로 했는데 오빠가 이겼습니다. 승복할 수 없다고 하진이는 다리를 쭉 뻗고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할 수 없이 남편은 약봉지를 내 놓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속으로는 진짜 약인 소시지를 들키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 ⓒ백금자

   
▲ ⓒ백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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