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후회와 아쉬움, 행복함과 여전히 남아있을 사랑이...

박종남 | 기사입력 2009/03/23 [06:18]

<영화>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후회와 아쉬움, 행복함과 여전히 남아있을 사랑이...

박종남 | 입력 : 2009/03/23 [06:18]
사랑 후에 무엇이 남을까? 남겨지는 것들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랑에도 종류와 수위가 있듯이 남겨지는 것들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 한편이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이다.

평범한 일상, 변하지 않는 사랑의 감정, 하지만 원하지 않는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가 있다. 성실한 한 가장에게 내려진 죽음의 선고, 그런 남편에게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아내, 둘은 자식을 찾아 나섰다. 

대도시에서 사는 자식들에게 그들은 바쁨을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난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남편의 뒤에서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그를 다독이는 아내, 어린 손녀에게 안마를 시키고 남편 몰래 용돈을 건네주며 보이던 그녀의 웃음은 머리에 오래도록 남는다.

한적한 해변을 거니는 그들의 모습, 파란 스웨터를 둘이서 껴입고 접하는 바다 바람, 평온해보였다. 자식을 사랑으로 양육하느라 잠재우고 있었던 일본과 부토(일본무용의 한 종류)에 대한 열망을 그녀는 조용히 전한다. 

하지만 아내는 소리 없이 세상을 떠나고 먼저 세상을 떠날 것 같던 남편은 홀로 남는다. 자식들이야 바쁨을 이유로 슬픔이 금방 희석되고 말겠지만 혼자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남편의 슬픔과 상실감은 말로 표현이 다 되지 못할 정도리라.

 
▲ 해변에 산책 나온 부부     ©영화사 진진
 
그는 나섰다. 아내가 생전에 그리던 곳으로. 아내가 동경했던 일본,  보고 싶어 하던 막내아들이 사는 곳, 막내아들을 찾아가지만 여전히 그 아들도 바쁘다. 낯선 곳에서 그는 헤맨다.넘치는 유흥의 세계에 기웃거리지만 흥미롭지 못하다.

아내가 생전에 만들어 주던 요리를 아들에게 해주고 혼자서 아내를 생각해 보지만 감당할 수 없는 그리움에 그는 아내의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다. 그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공원에서 부토를 추고 있는 소녀를 만나고 그녀와 마음을 나눈다. 쉽게 친해진다.

그는 소녀와 아내가 보고 싶어 하던 후지산을 찾아 떠난다. 좀처럼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후지산, 오랜 기다림 끝에 나타난 후지산. 그 산을 보면서 그는 아내의 옷을 입고 부토 춤을 춘다. 그리고 행복함으로 아내에게 다가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아픔이 큰지 남겨두고 떠나는 사람의 아픔이 큰지 논쟁을 벌이던 때가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남겨진 자의 아픔을 보았다. 처음부터 잔잔했다. 시끄럽고 전개가 빠른 영화에 익숙해진 터라 조급증이 살짝 생겨나고 지루함도 간간히 느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영상과 절제된 감정 표현들이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바쁜 생활을 이유로 언제나 부모님을 2순위로 미루고 마는 자식들, 반성의 기회를 주었다. 별반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영혼의 춤이라는 일본의 무용 '부토', 얼굴에 분칠을 하고 느리게 추는 춤사위. 떠돌이 부토 댄서와 많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 후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후회. 아쉬움. 행복감. 그래도 끝나지 않을 사랑이 여전히 남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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