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정치적 부친"발언, 추모인가 기만인가

[주장]새누리당 상도동계, YS가 정치적 부친이라면 박근혜와 결별해야 정상.

임두만 | 기사입력 2015/11/23 [02:05]

김무성 "정치적 부친"발언, 추모인가 기만인가

[주장]새누리당 상도동계, YS가 정치적 부친이라면 박근혜와 결별해야 정상.

임두만 | 입력 : 2015/11/23 [02:05]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YS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생전 평가가 어떻든 현재 우리 사회는 그의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여권 수뇌부의 '김영삼 키즈'들이 하는 추모 정치는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게 아니라 고인을 더 욕되게 하는 것 같다. 

 

▲  생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다양한 표정  

 

YS의 서거 소식이 나오면서 가장 먼저 언론에 등장한 인물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물론 그는 YS의 가신그룹으로 현 여당 최 정점이 있으니 언론이 그를 쫓는 것은 당연하다.

    

김무성의 정치입문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로부터다. 이후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를 통한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을 거쳐 총재 비서로 YS측근 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YS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정치적 제자'다

 

하지만 그는 현 새누리당 대표로서 박근혜 정권을 지키는 호위무사역을 자임하며 박정희 영웅화가 노골화 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그러므로 김무성이 “나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말한다면 그는 아버지를 배반한 아들이다.

 

그의 정치적 아버지는 생전에 끝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화해하지 않았으며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한 독재자임을 부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YS는 생전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용서는 한다. 그러나 그의 독재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끝까지 견지했다.

 

 

강성재 전 의원이 쓴 '김영삼과 운명의 대권'에는 10.26 후 청와대에 설치된 빈소를 찾은 YS가 "하나님도 원수를 용서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그를 용서해야 합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YS가 사망한 '인간 박정희'에 대해 용서한다고 말했지만 박정희 정권에 대해 인정한 적은 없다. 1999년 5월 서울 수유동 4·19 국립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YS는 "박정희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남았으며 결코 미화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그의 어록 중 "박근혜는 사자가 아니라 칠푼이" 라는 말은 지금도 회자된다. 2011년 상도동을 찾아 온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만날 당시 대권도전을 선언한 박근혜 후보에 대해 YS가 남긴 박 대통령에 대한 촌평이라서다.

    

박정희와 YS, 1979년 8월 11일, YH무역 여공 신민당사 농성을 강제로 진압하는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피하다가 8층에서 떨어진 여공이 죽은 다음, 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YS는 “이 암흑적인 정치, 살인정치를 감행하는 이 정권은 필연코 머지 않아서 반드시 쓰러질 것이다. 쓰러지는 방법도 무참히 쓰러질 것이다 하는 것을 예언해 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2개월 15일 뒤 그 포악한 권력자 박정희는 '무참히' 쓰러졌다.

    

또 1979년 10월 4일, 국회의원직 제명을 당한 YS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뒤 “나는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살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을 한 지 불과 22일 후 닭의 모가지를 비튼 독재자가 죽으면서 새벽은 왔다.

    

그런데 지금 김무성은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서 “역사전쟁에서 지면 안 된다”고 하는 등 박정희 복권 이승만 복권을 ‘역사의 선순환’으로 주장한다. 이승만과 박정희가 불세출의 영웅이며 건국의 아버지고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주장을 한다. 만약 이런 김무성에 대해 YS의 건강이 좋아 언론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면 과연 뭐라고 할까?

 

이는 그동안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줄곧 반대하는 트윗을 올린 YS의 친아들 김현철씨의 트윗을 보면 알 수 있다. 김현철씨는 틈만 나면 박근혜 정권의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비판했다. 그는 “친일과 독재를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국정화시도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절반을 졸지에 공산주의자로 만드는 수구세력들이 판치는 현 정권이야말로 얼마나 반민주적이고 수구 독재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는 비판을 시작으로 그동안 수차례 같은 맥락의 글을 올렸다.

 

▲  김현철씨 트위터 대문 캡쳐  

 

    

지난 10월28일자 트윗은 “조선총독부 철거를 반대하고 5.16을 혁명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이 바로 교과서 국정화의 주역들인데 이승만은 독재하다가 미국으로 쫓겨나 결국 거기에서 생을 마감했고 박정희는 종신을 꿈꾸다 결국 부하의 총에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은 결코 숨길 수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0월에 올린 몇개의 김현철씨 트윗만 보면 대강을 짐작할 수 있다. 교과서 국정화 드라이브에 대해 발언한 김현철의 트위터 내용을 읽으면 김무성이 과연 자신이 YS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말한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알 수 있다.

 

김현철은 지난 10월 4일 “달리 해석할 필요가 없어요. 답은 한 가지 뿐이예요. 박정희 추앙하는 묻지마 1번 표심 때문이죠. 그러니 박근혜 주변에는 애국하는 충신은 없고 박근혜에게 충성하는 간신배들만 들끓는 겁니다”라고 김무성 등을 ‘간신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10월 8일에는 “친일과 독재를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국정화시도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절반을 졸지에 공산주의자로 만드는 수구세력들이 판치는 현 정권이야말로 얼마나 반민주적이고 수구 독재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현 정권의 종북몰이를 비판했다.

 

이어서 12일에는 “교과서 국정화 우격다짐해서 만들어놓고 정권 바뀌면 검정으로 바꿔야한다고 할건가? 정치선진화법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자기들 입맛에 안 맞는다고 마구잡이로 바꿀건가? 세종시 자기들 마음대로 만들어놓고 공무원들 안움직인다고 닥달할 건가? 대책 없는 인간들”이라고 현 여권의 지도부를 맹폭했다.

    

특히 지난 10월 28일 트윗은 “조선총독부철거를 반대하고 5.16을 혁명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이 바로 교과서 국정화의 주역들인데 이승만은 독재하다가 미국으로 쫓겨나 결국 거기에서 생을 마감했고 박정희는 종신을 꿈꾸다 결국 부하의 총에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은 결코 숨길 수 없을 것이다”라고 김무성 등이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정의했다.

    

이런 과정에서 김현철씨는 김무성에게도 직접 공격을 가했다. 그는 지난 10월 4일 트윗에서 “집권당 대표는 야당 대표와는 다르게 현재권력과 상대해야하는데 과거 YS는 당시 대통령에게 굳건히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해냈다. YS문하생이라는 현 대표는 유전자가 틀렸거나 감히 현 권력에 맞설 결기가 애시당초 없는 모양이다. 어설프게 대권은 꿈도 꾸지마라”라며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특히 대권을 꿈꾸는 김무성에게 여권 대권주자가 어째야 하는지도 코치했다.

    

그리고 9월 30일에는 “여야합의로 국회법 개정했다고 집권당 원내대표를 마음대로 자르고. 여야합의로 공천룰을 만들었다고 당대표를 대놓고 비토하고. 정치개혁은 커녕 계속 유신하고 있네”라며 현 정권의 권력 일방통행을 유신으로 비판했다.

 

▲     ©박훈규

 

그럼에도 김무성은 지금 자신이 ‘상주’라며 김현철과 함께 빈소에서 문상객을 맞고 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기만이다. 정치인의 정치행위라고 좋게 봐줄 수가 없다. YS의 친자인 김현철은 저토록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그 비판에 대해 아랑곳없이 교과서 국정화 드라이브를 “역사전쟁”이라며 앞장서서 이끄는 김무성이 김현철과 문생객을 맞는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마찬가지다. 그 또한 “우리 모두 상주”라고 칭하며 차남 김현철씨와 함께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조문객을 맞는 중이다. 또 상도동계 막내격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도 밤늦게 상주 역할을 하며 빈소를 지켰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저를 지금의 새누리당에 입당시킨 분"이라며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힘을 합쳐서 선진화 세계화를 이룩하는데 큰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신들이 정치적 아버지라고 말하는 YS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칠푼이’라고 칭하며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 건강한 상태라면 뭐라고 할까? 특히 아들을 자처하는 김무성 서청원 등에게 어떤 말로 대할까? 그가 마지막으로 '통합과 화합'을 이야기 했다는데, 그 말은 누구에게 한 것일까?

    

그래서다. 김무성은 이쯤하여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서청원도 마찬가지다. 즉 YS를 정치적 아버지라고 칭하고 그의 상가에서 상주를 자임한다면 YS의 정치와 사상도 존중하는지를 공개적으로 말하라는 것이다.

    

김현철이 “조선총독부철거를 반대하고 5.16을 혁명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이 바로 교과서 국정화의 주역들인데 이승만은 독재하다가 미국으로 쫓겨나 결국 거기에서 생을 마감했고 박정희는 종신을 꿈꾸다 결국 부하의 총에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은 결코 숨길 수 없을 것”이란 공개적 트윗으로 국정화를 반대한 것은 그가 YS의 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교과서 국정화 정책 드라이브를 가속화 하고 있는 김무성도 서청원도 자신들의 정치적 부친에 대한 배신을 한 셈이 된다. 때문에 그들은 그 배신의 이유로 자신들의 정치적 부친에 대한 사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맞다. 만약 비판할 수 없고 칭송만 한다면 지금 여권 수뇌부의 옷을 벗고 내려와야 한다. 박근혜의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비판하고 '정치적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박정희는 쿠데타를 한 독재자라고 당당히 말해야 맞다.

 

그것이 현재 자신들의 스텐스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상가에서 상복입고 눈물을 흘린다고 추모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위대한 정치인이라고  말하면서 그 위대한 정치인이 극력 반대하는 일을 앞장서서 한다면 그것은 추모인가 기만인가. 이제 그들이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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